[송년 칼럼] 호랑이(虎) 한자로 돌아본 2022년 양돈
[송년 칼럼] 호랑이(虎) 한자로 돌아본 2022년 양돈
돼짓값 평균 5천원 넘어 ‘호시우보’
3高와 강화된 방역 규제는 ‘맹어호’
  • by 김오환

2022년은 호랑이(虎)해였다. 연초 돼짓값은 호랑이 기세는 아니었다. 1월 평균 4천385원, 2월 4천135원, 3월 4천273원으로 금년 평균 예상치(5천300원)에 크게 못 미쳤다. 호랑이가 쥐가 된 꼴이었다(猛虎爲鼠 맹호위서). 그러다 3.3데이를 앞두고 반전하기 시작했다. 호랑이가 숲에서 포효하면서 나왔다(猛虎出林 맹호출림). 급기야 4월에 5천원대로 들어섰다(5천251원). 호시우보(虎視牛步)였다. 호랑이처럼 늠름하게 주변을 주시하며 소처럼 여유롭게 걸었다.

정부는 호랑이에 날개가 달릴까 우려했다(爲虎傅翼 위호부익). 그럴 만도 했다. 5월 평균가격이 6천원을 넘었으니까 말이다. 정부는 호랑이 꼬랑지(虎尾)를 잡았다. 꼬랑지를 잡고 흔들 요량이었다. 호구(虎口)로 만들려고 했다. 외국에서 이리(쇠고기)와 호랑이(돈육)를 들여오기로 했다. 할당관세로 말이다. 결국 삼겹살 7만톤과 쇠고기 10만톤에 한해 무관세를 결정했다.

정부는 그렇게 무관세로 도입하면 국내 육류값이 잡힐 것이라고 소비자들에게 호도했다(三人成虎 삼인성호). 양돈농가는 강력 반대했다. 정부의 처사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고, 큰 강을 맨발로 건너겠다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暴虎馮河 포호빙하). 마침내 농가들은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걸으면서 포효(咆哮)했다. 이로써 양돈농가 앞에는 호랑이 뒤에는 이리가 있는 꼴이었다(前虎後狼 전호후랑).

육류 시장은 호가호위(狐假虎威)였다.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리듯이 무관세로 들어온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마치 최고 고기인 양, 한돈 시장을 홀렸다. 대체육 배양육 등 ‘가짜 고기’도 진짜로 행사하려 했다. 이에 양돈농가들은 밤에 본 돌 모양이 진짜 호랑이인 듯 화살을 당겨 그 돌을 무너트렸다(射石爲虎 사석위호). 생산성 제고와 소비 홍보 강화를 통해 무관세로 들어온 호(狐)와 호(虎)들을 하나씩 물리쳤다. 이로써 한돈 가격은 무너지지 않고 5천원대 이상을 유지해왔다. 물가 당국은 돼짓값 하락을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렸으나 호랑이 그리려다 개 그리는 꼴이 됐다(畵虎畵狗 화호화구).

농가들에게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있었다(猛於虎 맹어호). 高금리 高곡물가 高환율 등 쓰리高다. 이 때문에 생산비 가운데 50~52%를 차지하고 있는 사료비에 대한 압박을 엄청 받았다. 수차의 사룟값 인상으로 돼짓값이 평균 5천300원을 형성했지만 생산성이 낮은 농가는 남은 게 없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8대 방역시설 등 방역 강화 요구도 맹어호였다. 이밖에 탄소 중립과 환경 등에 관한 정책 역시 또 하나의 맹어호였다.

새끼 호랑이를 키우는(養虎 양호) 일도 열심했다. 협회는 양돈 2세를 중심으로 청년 한돈인을 발족하고 각도 대표를 선임했다. 총 대표는 협회 이사로 대우했다. 호랑이 아버지에서 호랑이 아들이 되길 기대했다(虎父虎子 호부호자). 2022년 양돈농가들은 3高와 각종 악재 속에서 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듯이(虎死留皮 호사유피) 최선을 다하며 이름을 남긴(留名) 한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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