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대 방역 시설보다 살아남는 게 급하다
[칼럼] 8대 방역 시설보다 살아남는 게 급하다
생산비 급등, 농장 적자 경영 중
과거 역사 보면 백성 생존 우선시
  • by 김오환

기필코 정부가 올해 안으로 8대 방역시설을 갖추도록 할 모양이다. 최근 박정훈 농축산부 방역정책국장은 돼지수의사회가 주최한 수의 포럼에서 “8대 방역시설 의무화를 담은 가전법(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법제처 심사를 거쳐 4~5월에 공포한 다음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0~11월에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혀서다. 정부의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6개월 가량 끌어온 8대 방역시설이 정부 뜻대로 금년 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8대 방역시설이 그리 급하고 중요한 것인가다. 먼저 농가의 호주머니 사정을 보자. 작년 이어 올해 오른 사료 값 영향으로 양돈 생산비는 두당 kg당 4600~4700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돼짓값은 작년보다 올랐지만 kg당 4300원 안팎으로 kg당 3~4백원 손실을 입고 있다. 마리당 3만원 내외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농장을 팔고 싶은 마음이 일고 있는 이때, 8대 방역시설이 귀에 들어올지 의심이다.

그렇다고 은행 빚내기도 불안하다. 금리가 오른 데다, 또 오를 여지가 높은 상황에서 8대 시설이 빚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후 투자한 자금이 이익으로 돌아온다면 ‘달러’ 빚이라도 얻어 설치하겠지만 8대 시설은 직접적인 수익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까지 강세에다 엔저로 빚내기도 어렵다.

둘째, 농장에 경제적 여유(돈)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오르지 않은 품목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아파트 등 건설 경기 차질이 우려된다는 신문기사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건설 인력을 구할 수도 없다. 만에 하나 전국 양돈장들이 8대 시설 갖춘다고 전국적으로 공사가 진행된다고 가정하자. 자재비, 인건비는 부르는 게 값인지 모를 상황이 올지 모른다. 또 인부들이 이 농장 갔다 저 농장 갔다 하다 질병이 전파되면 누가 책임을 질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역사를 보면 인위적, 자연발생적 환란이나 난관에 닥쳤을 때 조정(朝庭)은 백성들의 군역 등 각종 부역을 면제했다. 민초들의 생존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뒤로 미루거나 실시하지 않았다. 오늘날 상황이 그런 분위기다. 코로나가 종점에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려면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인적 물적 투입은 물론 할 일이 부지기수다. 이를 보면 8대 방역시설은 급할 일이 절대 아니다. 정부의 정책, 수요자 대다수가 반대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성공한 전례도 드물고, 반작용만 커질 뿐이다. 8대 방역시설이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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