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업에 ‘회색 코뿔소’가 어른거린다
[칼럼] 양돈업에 ‘회색 코뿔소’가 어른거린다
高생산비 등 경영악화 요인 많아
사료 허실, 폐사 줄이는데 집중을
  • by 김오환

양돈 경영 환경에 ‘회색 코뿔소’가 어른거리고 있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거대 위험 요인을 뜻하는 말이다. 코뿔소는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보이지만 평상시에 대비하고 있지 않다가 다가오면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위험에 빠진다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된 개념이다.

반대로, 위험을 먼저 알고 대응하면 위험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일,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사람 많지 않다. 많았다면 ‘회색 코뿔소’ 개념도 나오지 않았고, 세상만사 무난하고 평탄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치 못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진짜 몰라서, 정말 올까 하는 반신반의, 준비를 미루거나 게을러서~등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문제는,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회색 코뿔소가 한 마리만 보이는 게 아니라 수 마리가 무리 지어 다니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양돈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양돈 전망을 통해 새해 양돈 경영은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하 두수가 늘고 돈육 수입량도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돼지 값(kg당 4천3~5백원)이 지난해 대비 5~1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농경연 전망보다 상황이 악화될 조짐이다. 고(高)가 너무 많다. 먼저 고곡가, 고환율에 따른 생산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2월 중순 기준 미산 옥수수 전년대비 16%, 대두박이 6.3%가 올랐고, 환율은 7.3%가 절하됐다. 예전에는 환율 절상으로 높은 곡물 가격을 상쇄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여기다 농장 노동자의 임금도 뛰었고, 원유(原油)값과 금리도 연일 강세다.

설상가상이다. 규제까지 고(高)다. 8대 방역시설을 갖추려면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억까지 소요될 처지다. 구제역 등 질병 예방을 위한 방역비 또한 높(高)아지고 있다. ‘탄소 중립’이란 용어가 등장하면서 이에 맞는 시설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 역시 경영에 대한 부담(高)이다. 이런 와중에 한돈 kg당 생산비는 4천500원으로 전년보다 500원 가량 높게 예상됐다. 양돈 경영 환경이 진퇴양난이요, 첩첩산중이다.

그런 반면 소비자의 최대 자산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 한돈 소비에 불안을 키우고 있다. 또한 각종 물가 상승으로 한돈 소비 여력을 줄이게 하고 있다. 주식(株式)시장 역시 미-중, 미 유럽-러시아와의 대립에 따른 영향으로 약세를 면치 못해 한돈 소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어렵지 않은 시절이 없었던 게 아니다. 매년 힘들었다. 항상 위기가 노려보고 있었다. 그걸 넘고 극복하면서 오늘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최소 ‘보통’ 이상일 것 같다. 고(高)가 너무 많다. 예전에 없었던 일이다. 심기일전했으면 한다. 사료 허실을 최대한 줄이고 폐사를 줄이는데 경영을 집중했으면 한다. 그런 노력이, 코뿔소가 농장에 오더라도 쉽게 쫓아내고 온다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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