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부의 생존과 매뉴얼
[칼럼] 광부의 생존과 매뉴얼
몸에 밴 매뉴얼 위험 극복 도움
양돈 수익, 매뉴얼 여부서 결정
  • by 김오환

기적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경북 봉화 탄광에 매몰됐던 광부 2명이 9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적이었다. 여기에는 회사의 구조 노력도 있었겠지만 광부 2명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의지’는 위험에 처했거나 발생했을 때 몸에 밴 ‘매뉴얼(manual)’에서 나왔다 한다. 사전에 의하면 형용사로 손으로 하는, 육체 노동의, 수동(受動)의 뜻과 명사로 설명서라는 뜻이다. 군(軍)에서 수없이 들어온 F(field)M의 M이 매뉴얼이다.

광부 2명도 매몰됐을 때 기본 매뉴얼에 의거, 가장 먼저 공기가 들어오고 물이 흘러나오는 쪽으로 이동 대비했고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했다 한다. 하늘의 도움도 있었다. 커피 믹스가 있었고 생각지도 않은 비닐이 있었고 장작도 있어 추위와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한다. 무엇보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기존의 매뉴얼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매뉴얼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한다. 비행이나 운전 중에 이상 징후가 있을 때 그에 맞은 매뉴얼을 시행, 인명 피해를 줄였다는 보도가 그렇고, 갑자기 심정지 상황에서 심폐 소생술 등 응급처치의 매뉴얼을 통해 사람을 구했다는 보도가 좋은 예다. 지하철 이용 시 화재나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매뉴얼이다. 반면 매뉴얼대로 하지 않거나 소홀할 때 재난은 발생한다. 주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매뉴얼은 하루아침에 몸에 익혀지지 않는다. 수없이 반복해야 겨우 몸에 밴다. 몇 개월 안 하면 다시 잊어버린다. 선수처럼 매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씩 매뉴얼을 반복해야 습관화, 위험 상황에 닥쳤을 때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복하는 것은 한자로 습(習)이다. 습(習)자를 파자하면 이렇다. 새의 날개(羽)깃에 숨어있는 흰(白)털이 보이도록 쉼 없이 날개짓하는 형상이다. 그래야 새는 멀리 높이 날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나 짐승 등 새의 생명을 노리는 약탈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양돈장은 질병이나 화재 등 사고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여기다 생산성 제고라는 과제까지 실현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위한 매뉴얼이 있다. 우선 질병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보자. 위생복으로 갈아입었는지, 장화는 신었는지, 소독 발판은 있는지, 약품은 질병 종류별로 분류 정리됐는지~등 부지기수다.

생산성 제고와 양질의 한돈 생산을 위한 사양관리 매뉴얼도 있고, 경영 성과를 예상 분석할 매뉴얼도 있다.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라 많다.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이 몸에 익히는 것이다. 습관화하는 일이다. 농가의 수익은 매뉴얼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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