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년 양돈업 미리 본다
[칼럼] 내년 양돈업 미리 본다
소비‧사료‧규제 등 곳곳이 지뢰밭
긴장하면서 돼지 키우는 게 '인생'
  • by 김오환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어렵다 한다. 국내외 경기 전망기관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를 밑돌아 금년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금리 올랐지, 물가 뛰었지, 안 오르는 게 없다. 세계적인 인플레 현상이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그렇다고 돈이나 많으면 괜찮은데 여유롭지 않다. 모두 다 아끼고 줄이면서 살 것 같다. 아무리 돼지고기가 육류 소비(1인당 54kg)의 절반(27kg)을 차지한다 해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풍요롭지 못한 여건에서 동물성단백질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걱정이다. 양돈농가들은 그런 긴장감 속에 돼지를 키워 팔아야 한다.

돼지 사육 여건 또한 비우호적이다. 먼저 생산비 50%를 차지하고 있는 사료시장을 보자. 23년에는 22년보다 오를 것 같지 않다. 22년에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떨어질 여지도 많지 않다. 세계 밀과 옥수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러-우크라가 전쟁으로, 미국의 건조한 기후로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이 불안해서다.

또 하나의 변수가 곡물 수출국들의 보호무역주의다. 올해 인도에서 밀 수출을 금지했듯이 세계 곡물 수급 상황이 악화되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중단하거나 최소한의 양만 수출을 허용할는지 모른다. 더욱이 미-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옴으로써 세계 시장도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고 있고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시장이다. 곡물 시장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곡물 수급이 타이트할 경우 완전하게 배제될지 의문이다.

이를 보면 23년도 사료곡물시장은 안정 속에 불안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23년 사룟값은 22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환율이 현재 1천300원대에서 1천100원대로 돌아오면 떨어질 가능성은 없지 않다. 내년 역시 高생산비와 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농가들은 그런 긴장감 속에 돼지를 키워 팔아야 한다.

내년에도 또 다른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8대 방역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농장마다 악취 저감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환경 논란이 많은 만큼 분뇨처리 등 환경과 밀접한 부분은 더욱 까다롭게 강화될 것이다. 만에 하나 질병이나 냄새 부분서 대형사고가 터지면 예상치 못한 규제가 나올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탄소 중립’과 관련해 무슨 ‘조치’가 나올지 두렵다. 이처럼 돼지 농사는 긴장하면서 키워야 할 처지다.

다행히 돼짓값은 22년보다 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연평균 kg당 50~60원 오를 예상이다. 사룟값 인상분을 고려하면 ‘새 발의 피’지만 어쨌든 오른다하니 안심이지만, 소비보다 규제에 따른 출하 감소 영향이 많아 시원치는 않다. 그렇다. 돼지 농사는 편치 않다. 여기저기 지뢰밭이 숨어 있다.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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