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부 잘했던 학생들이 높은 사람이 된 이후
[칼럼] 공부 잘했던 학생들이 높은 사람이 된 이후
공부 못했던 사람 안위 인식 미미
그들 의견 존중하면 한국 달라져
  • by 김오환

고등학교 때 문과(文科)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법조계를, 이과(理科)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의학 계열을 지망한다. 문과 쪽은 대학에 진학, 고시(考試)를 통해 고급 공무원이나 검·판사 등에 임용된다. 이과는 전문 의사가 된다. 이들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세계적으로 법학자, 의학자가 돼 한국을 빛나게 했다는 소식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의학계에서 가뭄에 콩 나는 식이다.

대한민국을 빛나게 하는 사람을 보면 음악 미술 등 문화와 스포츠 분야가 많다. BTS가 그렇고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그렇고 영화(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그렇고 축구의 손흥민이 그렇고 프로 야구의 류현진이 그렇다. 이런 민초들이 한국(인)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한 한국을 이끌고 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영어 수학을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시에 합격하거나 의사가 되는 사람보다는 영어나 수학을 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통, 공부를 잘해서 고시 패스하는 사람은 ‘높은’ 관료가 된다. 그들은 전문 행정가가 된다. 국가 기관에서 국민의 삶과 밀접한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법, 특히 경제 분야의 법은 사람들끼리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양돈업도 광의의 경제에 속한다. 법의 문구 하나에 의해 희비가 갈리고 존망이 갈리기도 한다. 그래도 국민은 법을 준수해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

문제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만든 법이 자신들보다 ‘공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신들을 위한 법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안위와 자리를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공부 못했던’ 사람들의 안위와 자리가 위태롭고 위협받고 있다. 심할 경우 자신의 생업에서 쫓겨나갈 당할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양돈농가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런 말이지만 농가들이 그런 입장이다. 공부 잘했던 사람들이 만든 법 때문에 생업의 진퇴를 고민하고 있어서다. 최근 한돈협회가 농가에게 폐업 의향을 설문 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농가들은 국제 곡물가 상승과 高달러에 의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생산비가 상승한 원인(23%)보다 8대 방역시설 의무화, 각종 환경 규제 등 법(34%) 때문에 폐업을 고려한 경우가 높게 나타났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 가운데 거만하고 오만한 친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이해심이 높은 아이들이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그런데 그들이 왜 그렇게(성공해서) 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특히 관(官)에 근무하면 말이다.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에게 공부를 못했던 사람들을 베풀고 도와달라는 것은 아니다. 공부 못했던 사람들과 사안에 대해 협의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줬으면 한다. 그럴 때 양돈업은 물론 국가 전체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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