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사가 좋아야 생산성이 뒷받침된다
[칼럼] 돈사가 좋아야 생산성이 뒷받침된다
허가제 등 규제로 돈사 신증축 난관
오래된 돈사, 생산성 제고 유도해야
  • by 김오환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를 방문해보면 내부 구조가 장난이 아니다. 감탄을 넘어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 아파트와 같은 평수임에도 보다 더 쓸모 있게 요모조모 잘 꾸며져 있다. 거실 베란다 방향 뷰(전망) 등 어느 하나 손색이 없다. 안과 밖도 최첨단 기술로 연결하고 있다. 자재 또한 뛰어나 안전함과 편리성,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같은 동네이지만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와의 가격 차는 크다.

이렇게 사람의 거주지는 문명의 덕분으로 진보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수명도 늘고 있다. 물론 예방이나 치료할 수 있는 약 개발과 주변 환경의 개선, 개인의 위생 생활 등도 수명 연장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중에서 기여도가 높은 것은 거주지, 집이 아닌가 한다. 집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활동이 가능했고 각종 환경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양돈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다. 관리자 능력부터 종돈, 사료, 음수, 방역 등 한둘이 아니다. 돈사와 돈사 내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생산성에 있어 모두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돈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돼지가 태어나서 출하까지 ‘평생’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돈사는 간단한 구조가 아니다. 계절마다 다른 온습도와 입기, 배기 조절이 만만치 않다. 분뇨와 냄새처리도 쉽지 않다. 사람 사는 집보다 정교하고 정밀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완벽하고 완전해야 한다. 사람은 말이라도 하지만 돼지는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돈사를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신축이나 증축하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해서다. 허가 절차 또한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농가들은 돈사의 ‘나쁨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돈사 신증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양돈 생산성은 수년간 정체하고 있을 뿐,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그 이유를 돈사의 무진보(無進步)로 지목했다. 물론 다른 원인도 분명 있다. 하지만 사는 곳이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우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건강할 수 없다. 편하고 만족스러우면 사회적 비용(백신, 약 등 의료비)이 줄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높아진다. 사람도 그렇고 가축도 그렇다.

그래서 말인데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삶의 질의 높이는 것처럼 오래된 돈사에 대해 그런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꽉 막힌 허가제란 법적 조치보다는 약간 완화된 규제를 통해 돈사 개보수 또는 신증축을 유도, 생산성 제고를 이끌었으면 한다. 돈사에도 문명의 혜택을 받도록 말이다. 그럴 때 정부와 농가가 만족할 수 있다. 정부는 농장의 질병 발생이 줄어서 좋고, 농가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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