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겸손
[칼럼] 겸손
겸손, 양반 아닌 선비의 자세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어
  • by 김오환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야당이 5년만에 정권을 되찾아 왔다. 20년을 집권하자던 여당의 꿈은 무너졌다. 정치 평론가를 비롯한 정치에 관심에 있는 사람들은 승인보다 패인을 분석했다. 필자도 그런 부류의 하나다. 필자는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한 원인을 한 단어로 ‘겸손(謙遜)’ 부족으로 진단했다.

겸(謙)를 파자하면 말씀 언(言)과 겸할 겸(兼)인데, 겸(兼)자는 두 줄기의 벼(禾)를 쥐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옥편에서 풀이하고 있다. 고대 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벼(禾)는 권력, 부(富)의 상징이었다. 거기에다 말(言)을 붙여놓았다. 이를 보면 겸(謙)은 상류층 또는 ‘가진 자’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단어다. 아마도 뭔가는 예의를 존중하고, 처신을 신중하고, 언행에는 책임을 지고~소위 양반이 아닌 선비의 자세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집권당이 ‘겸손’하지 않았다고 판단, 야당에 표를 던진 것이다. 굳이 불손의 예가 뭔 뭐였다고 들지 않더라도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살면서 겸손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예의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익숙하지 않으면 쉬운 처신이 아니다. 윤흥길 소설가의 작품 ‘완장’에서 그려졌듯이 주인공이 저수지 관리인이라는 하찮은 직함(완장)에 기고만장하지 않은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보통 내공이 아니면 겸손은 범인(凡人)에게 쉽게 오를 수 없는 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겸손은 어려운 것이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양돈에서도 겸손은 중요한 덕목이다. 겸손은 사료 동물약품 기자재 등 업계 관계자들보다 농가에게 요구되고 있다. 농가가 구매, 판매 등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갑(甲)이어서다. 농가의 겸손한 자세는 돼지 사육에도 장점이고 강점이다. 그런 것에 대한 통계나 분석은 없지만, 아마도 농장 경영 등 관리뿐만 아니라 생산성 관점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이다.

농장주를 비롯한 농장 관계자가 까칠하지 않고 편안하면 을(乙)인 업계 인사는 농장측에게 더 잘해준다. 정책이나 생산성에 관련된 정보를 수시로 알려주고, 본인 이익을 손해보더라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농장 안으로 자주 들어가 돼지 상태를 점검, 진단해준다. 심지어는 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해주기도 한다. 그 반대의 자세로 상대방을 응대하면 구매하고 싶지 않은 상품을 산 것처럼 왠지 찜찜할 것이다. 갑의 입장에서 대접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돈은 을의 회사에서 가져가 ‘인심 잃고 헛돈 쓰는’ 기분 들어서 일 것이다.

겸손은 참 어려운 것이다. 특히 갑의 위치에서 말이다. 하지만 겸손하면 성공할 수 있고, 이길 수 있고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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