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성이란 말이 있다. 한쪽이 좋으면 한쪽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일 때 종종 인용된다. 사실 맞는 말이다. 세상사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게 얼마나 있겠는가. 피해나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범위이면 서로 양보하고 인정하고 인내하고 수용하면서 공동선을 찾아가고 있는 게 사회인 것 같다. 한쪽에게만 유, 불리하게 적용되는 일방적 게임은 사회에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윈-윈 정신이 사회 근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양돈업을 봤다. 사람들은 같은 축산이라 하더라도 초원 위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젖소와 달리, 돼지하면 ‘냄새’라는 부정적 의미가 크다. 사실 예전에는 양돈장에서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났다. 대표적으로 호남고속도로 익산 부근을 지나가면 왕궁 양돈단지에서 풍기는 냄새로 인해 양돈의 이미지는 긍정적 인상을 받지 못했다.(요즘에는 거의 안 남)
하지만 지금은 엄청 변했다. EM 등 미생물과 화학물질을 통한 분뇨 처리와 각종 신기술 적용, 최신 장비 덕택에 냄새 문제가 많이 해결돼 가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양돈장 옆에 가도 냄새가 나지 않은 농장이 부지기수인 만큼 양돈장 환경은 날로 개선되고 있다. 양돈농가 역시 냄새 줄이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요즘 양돈장은 과거 양돈장과 천양지차다.
이러한 오명, 오해에도 양돈의 ‘사회적 가치’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사회적 가치는 매출 이익 등 경제적 가치와 달리 산업이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는 가치다. 앞서 지적했듯이 양돈은 냄새로 인해 사회적 가치와 평가에 인색하게 받고 있다. 그런 반면 사료, 동물약품, 기자재, 종돈 등 관련 산업의 인력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 육가공과 음식점 등 서비스 업종까지 포함하면 양돈으로 인한 고용 효과는 사회적 가치에서 무시할 수 없다.
양돈은 또 축산 소득세 납부로 국가 재정에 이바지하고 있고, 지역의 사회단체와 연계해 이웃에 돼지고기, 김장김치를 전달하는 등 사회 공헌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조합과 기업에서는 장학금 등을 통해 자녀 및 후학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 건강에 필요한 동물성단백질 주(主)공급원이 양돈이란 점이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이 54.6kg이다. 이 가운데 돼지고기가 27.6kg이다. 육류의 반이 양돈이다. 더욱이 수차 밝혔듯이 해(年)가 갈수록 육류 소비량은 증가할 전망이다. 그 늘어날 부분을 건강 측면에서 안전하게, 가격 측면에서 저렴하게 채워줄 수 있는 산업이 양돈이다.
그렇다. 이제 양돈업도 냄새란 부정적 시각에 위축되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알렸으면 한다. 농업의 생산액 1위 산업에다 육류 소비도 1위다. 자격도 충분하고 자금 또한 부족하지 않다. 그럴 때 양돈업 위상은 지금보다 분명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