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대 방역 시설 여부 차기 정부로
[칼럼] 8대 방역 시설 여부 차기 정부로
논란 많아 최종 결정 자제 바람직
文 정부 축산 정책도 되돌아 보길
  • by 김오환

문재인 정부의 마무리 시점이다. 새 대통령도 뽑혔고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있다. 군대나 직장 말년이 그렇듯이 그땐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재직 기간의 업무를 정리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깔끔하게 보충하고 마무리한다. ‘맘씨 좋은’ 전임자는 애로사항의 해결 비책과 소소한 일까지 알려준다. 후임자의 업무의 효율과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다.

말년임에도 개점 휴업하지 않고 나가는 날까지 만기친람(萬機親覽)한다면 전임자와 후임자는 십중팔구 부닥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전임자의 고집으로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거나, 수정해야 할 업무를 ‘대못’ 박듯이 하는 일도 왕왕 있다. 하지만 후임자는 전임자의 승계 발전시키기는커녕 후임자 뜻에 맞게 전면 수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것은 시간 낭비요 자원 낭비요 인력 낭비요 전형적인 국력 낭비일 뿐이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ASF 발생 이후 방역의 최대 현안은 ‘8대 방역시설’ 의무화다. 8대 방역시설을 갖추려면 억(원) 가까이 든 데다, 일부 시설과 중복되고 설치 대비 방역 효과도 낮고, 농장 구조상 설치가 어려운데 8대 시설을 ‘꼭’ 설치해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8대 시설과 집돼지의 ASF 방역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멧돼지 ASF 폐사체가 3월 현재 2천건이 넘음에도 집돼지의 발생은 21건으로 멧돼지의 1% 수준인 상황이다. 이를 보면 8대 방역 시설이 ASF 방역의 진정한 ‘무기’가 될 수 있느냐라는 점이다. 이에 농축산부 관계자들도 농가의 주장에 대해 일부분(현실과 괴리된 시설) 수용했다.

그런데 ‘말년’인 청와대 총리실 등 고위 인사들의 ‘훈수’가 판을 흔들었다. 농축산부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8대 시설에서 4대 시설로 했던 것을 다시 8대 시설로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이로써 문제는 후임자가 전임자의 ‘실책’을 수정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후임자는 그보다 더 중요한 현안을 처리할 것이고, 전임자의 ‘실책’을 후임자의 다른 정책(농가가 수용하기 어려운)과 바터(교환)할 수 있는 카드로 사용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그 실책을 전임자의 ‘악행’으로 이용할는지 모른다.

결국, 말년의 무모한 집행은 뒤에 남아 있는 사람만 피곤하고 힘들게 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문재인 정부의 ‘말년’ 축산 정책인 8대 방역시설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새 정부로 이관했으면 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축산 정책 잘잘못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의 축산 정책은 수십 년간 생산성 중심의 경쟁력 제고 정책에서 동물복지 등 친환경으로 전환했다. ‘탄소중립’이란 생소한 용어를 축산 경영 환경에 적용했다. 한편으론 느닷없고 뜬금없었지만, 성과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 정부의 정책 방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양돈 등 축산도 이를 주시, 대비했으면 한다. 시간 인력 국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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