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황근 농축산부 장관호 출항에 부쳐
[칼럼] 정황근 농축산부 장관호 출항에 부쳐
'늘공'으로 채워져 기대반 우려반
소소한 정책 귀담아 백년대계를
  • by 김오환

윤근환(노태우) 허신행(김영삼) 김성훈(김대중) 김영진(노무현) 정운천(이명박) 이동필(박근혜) 이개호(문재인).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임명된 초대 농축산업 관련 장관이다. 모두 국회나 학계, 연구계, 현장 등 외부에서 영입됐다.

아마도 그동안 바깥에서 본 농정의 시각을 정부로 들어와서 잘된 정책은 계승 발전시키고, 문제점이 있는 정책은 개선해가면서 농정을 펼치라는 통치권자의 철학으로 임명되지 않았나 판단된다. 그런데도 그 시기가 세계화 개방화 물결로 가득 차서 그런지 농축산업의 시련만 가중됐을 뿐, 나아졌다는 강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이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초대 농축산부 장관에 정황근 전 농촌진흥청장을 임명했다. 정 장관은 농축산부 정통 농업 관료다. 윤 대통령이 평생 검찰에서 근무한데다 출마 기간이 짧아 농축산업계 인사와 교류할 시간이 없어 외부에서의 인재 영입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전직 차관급 중심으로 구성된 지지세력에서 장관을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첫인사다. 정권이 교체됐다면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그것도 역동적으로 과감하게 새롭게 희망차게 말이다. 농축산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정 장관에 이어 차관(김인중 차관보 승진), 청와대 농해수 비서관(김정희 기획조정실장)까지 정통 관료가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의 농축산업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아닌 ‘늘공(늘 공무원)’으로 출범했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기존 정책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정책이 집행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축산업 정책 ‘전문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대 또한 없지 않다. 오랫동안 조직구성원과의 호흡을 맞추면서 정책을 입안, 추진했음으로 충실하고 무난하게 정책을 해낼 수도 있다.

반면 기존 정책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정책이 집행됨으로써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 요구해왔던 각종 현안이 묻힐 염려가 있다. 정권 초기 '지지고 볶을' 것은 그렇게 해야 하는데 너무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다. 축산의 경우 군납 수입 축산물 납품 중단, 8대 방역 시설 의무화 완화, 배양육 등 대체식품 육성 지원 중단, CPTPP 가입 중단(정 장관도 찬성) 등이 원점으로 돌아갈 우려가 없지 않다. ‘늘공’ 특성상 외압이나 외풍에 약한 것도 호재는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30년 넘게 새 정부의 첫 농축산부 장관은 외부에서 영입됐다. 정 장관은 내부 출신에서 첫 장관으로 영전된 사례다. 농축산업에 대해 ‘확실히’ 아는 만큼 달라졌으면 한다. 첫 단추가 중요해서다. 거창한 농업 백년대계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 그리고 농축산인이 요구한 소소한 정책을 귀담았으면 한다. 그런 정책들이 하나둘 모여 농업의 백년대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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