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직자 '연' 없는 양돈, 더 발전할 수 있나
[칼럼] 공직자 '연' 없는 양돈, 더 발전할 수 있나
축산 이해도 높아 경쟁력 기대
농업직에서 조기 분리, 시행을
  • by 김오환 발행인

작년에 지인 아들 결혼식에 갔다. 혼주의 사회적 역할로 봐서 하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생각보다 많았다. 혼주가 퇴직했음에도 하객들로 대성황을 이뤘다. 옆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고향 인근 사람까지 다 온 것 같다고.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 지역 사람들은 끈끈하고 유대가 강해요. 조정(朝廷)서 박해받은 사람들이 내려와 집성촌을 이룬 지역이라 예부터 서로 도와주고 밀어주고 챙겨주고 대단하지요.”

그렇다. 죽은 목숨도 살릴 수 있는 게 연(緣)이고, 함께 죽음을 불사하지 않은 것도 연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그만 연(緣)이라도 소중하게 여긴다. 살갑고 따뜻하게 대한다. 사실 사돈 팔촌이라는 연이라도 있어야 만나서 이야기하고 부탁할 수 있지, 그러하지 않으면 막막하고 갑갑한 세상이다. 오죽했으면 혈연 학연 지연이 없으면 끽연(喫煙)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연이 없으면, 아마도 만사(萬事) 팍팍하고 딱딱하고 힘들 것이다. 되는 것도 어렵게 될 수 있고, 안 되는 것은 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특히 사업과 관련해 관(官)을 상대할 경우 연이 없으면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래도 연이 있으면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고, 안되는 것이 있으면 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아보고, 되는 것은 더 잘되게 할 수 있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양돈뿐만 아니라 축산 전체와 관련된 사안이다. 축산과 사료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하여 전체 매출액을 추산하면 70조원 안팎으로 보인다. 본 칼럼을 통해 수차 강조했지만 이를 담당하는 농축산부 공무원의 경우 축산을 전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비(非)축산 출신이 축산정책을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그러하지 않았다. DJ정부 들어서면서 축산직이 농업직으로 통폐합되면서 시작됐다. 이것이 20년 넘게 유지되면서 오늘날 축산 전공의 축산 공직자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물론 축산 전공 출신이 축산정책을 다룬다 해서 더 좋아진다는 결과물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전공 출신보다 축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축산을 공부한 만큼 전문가로서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화 국제화 시대 국내외 축산 인맥을 찾아 발 빠르게 정보를 입수,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 근무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단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비전공 출신보다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 A를 이야기하면 Z까지는 아니어도 S, T까지는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현장에서 일하기가 편할 수 있어서다. 말하자면 ‘말이 통한다.’ 그렇다고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는’ 음산하고 음습한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한국 축산업이 경쟁력을 더 갖추려면 축산을 전공한 공직자가 정책을 담당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한다. 축산인 모두는 필자와 같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농축산부 축산직 부활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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