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모하고 무능하다
[칼럼] 무모하고 무능하다
돈육 할당관세 물가안정 未도움
내수기반 확충 및 활성화가 우선
  • by 김오환

무모(無謀)하고 무능(無能)하다. 이 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6일 제24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돼지고기 4만5천톤에 대해 할당관세, 즉 무관세를 결정하고 생각나는 단어였다. 무모는 계략이나 분별이 없다는 의미고, 무능은 재능이 없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공무원 시험 봐서 성적이 뛰어난 인재들이 가는 최고 부처다. 나라 살림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이 만만치 않고 자존심도 강하다. 기재부 국장이 웬만한 부처 장관은 만나주지 않을 만큼 자만심 또한 없지 않다. 특히 국가 예산을 다루고 있어 중앙 부처는 물론 지자체장까지 기재부에 잘 보여야 한다. 이를 보면 끗발이 얼마나 센지 가늠이 갈 것이다. 그런 기재부에 무모하고 무능하다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육을 할당관세해도 물가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만 혼란시킬 뿐이다. 1990년대는 할당관세 정책이 통했다. 그 당시에는 돈육 관세가 높아 무관세로 들어오면 국내 돼짓값을 안정 또는 하락시킬 여지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캐나다 등 몇 나라만 제외하고는 돼지고기가 무관세 또는 아주 낮은 관세로 수입되고 있어서 할당관세를 한다 해도 큰 효과 없다. 작년에 적용했던 할당관세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순증효과는 소고기 돼지고기의 경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올해 또 다시 돈육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니 무모하고 무능하다 했다.

앞서 말했듯이 기재부 관리들은 국내 최고의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 만큼 국가는 그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나라 살림을 운영하라는 사명(使命)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기재부는 미래의 돼지고기 수급 계획을 수립, 부족하거나 남아도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를 없애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양돈 현실을 보자. 돼지고기 자급률은 22년 기준 73.2%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자급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무모하고 무분별한 할당관세 정책은 자급률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 재정을 담당하고 미래를 기획하고 있는 기재부는 돼지고기 자급률 제고 방안을 찾는 게 할당관세보다 우선이다.

자급률 제고는 배합사료 등 양돈 관련 산업의 매출 증가와 인력 고용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가 내수기반 강화 및 활성화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축산허가제로 돼지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냄새 등 민원으로 두수가 수년간 정체되고 있다. 국민에게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을 제공하고 있는 양돈업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돈 현실에서 기재부가 취할 정책은 무엇인가? 돈육 할당관세로 자급률을 줄일 것인지, 아니면 양돈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을 수정해서 내수기반을 확장 및 활성화하는 게 우선인지. 삼척동자도 해답을 알기 때문에 무모하고 무능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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