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 공동체는 건강한가?
[칼럼] 양돈 공동체는 건강한가?
외부 세력 위협에 대한 자세로 평가
저돈가, ASF에 잘하고 있는지 반문을
  • by 김오환

인류가 수많은 난관에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꼽으라면 인간의 이기심(지혜, 지식, 경쟁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이 1~2위를 다투지 않을까 한다. 그 다음으로 인간이라는 공동체(共同體) 안에서 협동하고 단결한 것도 난관을 극복하는 요인이 아니었나 판단된다.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능력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별의별 사람이 있다. 하지만 같은 직업이라는 공동체 내에서는 능력은 달라도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라 유대감이나 친밀감이 커지고 서로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직업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외부의 위협에 공동으로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대응, 공동체의 구성원과 공동체의 이익 보호에 해(害)가 되지 않도록 앞장서고 있다. 따라서 공동체의 건강성은 외부의 위협이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우리는 양돈이라는 공동체에 있다. 양돈에 대해 부당하고 불합리한 정책이 시행되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집단으로 모여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양돈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돼짓값이 하락했을 때는 전국 각지에서 한돈 소비 홍보를 전개, 돼짓값 안정에 매진하고 있다. 구제역 ASF 등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각자 농장 소독을 강화하면서 질병 확산을 막고 있다. 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공동체 정신으로 양돈은 계승, 발전해왔다. 비록 지금은 수출은 안 되지만 한때는 연간 10만톤의 돈육을 수출하는 나라였다. 한국 양돈이 ‘선도국’은 아니지만 생산성이나 기술, 시설, 인력 관점에서 보면 ‘선진국’ 수준이다. 한국 양돈업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에 진출, 성공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돈육 자급률이 50% 이하인 반면 한국이 70%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선진국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양돈 2세들이 1세들의 뒤를 이으려는 진정성과 진지함 역시 선진국 양상이다.

그런 가운데 한편으로는 공동체 정신이 우려되고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하겠지’하는 안일함과 구성원끼리 조율이 잘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보여서다. 우선 돼짓값이 3개월이나 생산비 이하를 유지했는데도 ‘나서는’ 단체가 눈에 띄지 않고, ASF가 올들어 6번째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데도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공동체 정신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나 하나쯤이야’다. ‘나 하나’가 아니다. ‘나 하나’ 하나하나가 공동체다. 내가 잘해야 공동체가 산다. 소비도 그렇고 ASF 방역도 그렇다. 앞서 말했듯이 공동체의 건강은 외부 위협이 왔을 때의 대처 능력이다. 지금 양돈의 외부 위협은 소비와 ASF다. 대응 잘하고 있는지 농가와 업계가 자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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