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2대 스텔스 전염병이 양돈장을 공격하고 있다
[양돈현장] 2대 스텔스 전염병이 양돈장을 공격하고 있다
“돼지 인플루엔자와 만성 회장염은 대표적인 스텔스 전염병에 해당된다. 앞서 말한 전형적, 특이적 증상은 발견하기 어렵고 다른 증상에 가려져 진단과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울 때 무시된다는 것이다.”
  • by 양돈타임스
신현덕 원장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
신베트동물병원

스텔스기술(stealth technology)은 적의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고 생존력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생물학에서도 숙주의 방어 기능을 교묘히 피하면서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언급할 때 스텔스 기능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근래 농장들은 사료가격 폭등 시기를 겪으면서 사료효율의 중요성을 새삼 재조명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정작 사료효율 악화의 주범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과 회장염의 발생과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어 그 피해를 키우고 있다.

흔히 돼지 인플루엔자를 고열, 식불과 개 짖는 듯한 기침(barking cough), 높은 전파속도를 특징으로만 알고 있다. 회장염은 출혈성 설사, 빈혈, 급성 폐사 등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섣부른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돼지 인플루엔자와 만성 회장염은 대표적인 스텔스 전염병에 해당된다. 앞서 말한 전형적, 특이적 증상은 발견하기 어렵고 다른 증상에 가려져 진단과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울 때 무시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 전문 수의사의 부검이 없는 경우, 병성감정 전문기관의 진단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 실험실 진단을 위해 가검물을 보내긴 했으나 추적진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부적절한 가검물이 보내진 경우 따위에는 올바른 진단이 되지 않는 사례가 너무나 많았다는 것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PRRS, 써코바이러스를 진단하기 위해 혈청이나 폐조직 가검물을 보내왔고 별다른 문제없이 결과를 받았던 터라 그런 가검물만 보내면 다 되는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전문 수의사가 농장 상황 조사를 실시하고, 임상증상을 관찰하고, 진단에 적절한 대상돈을 부검하고 타겟 질병의 병원체를 추적 진단할 수 있는 병원체가 숨어있는 가검물을 채취하고 냉장이나 냉동 등 최적 송부 방법을 택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병성감정 의뢰서에는 농장 상세 정보와 희망 진단항목을 표기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모든 것들이 스텔스 전염병의 상재를 방치하게 되고 농장의 경제적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먼저 회장염에 대해 알아보자. 회장염은 로소니아 인트라셀룰라리스라고 하는 세균 감염에 의해 주로 회장부위에 감염을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병원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점막세포 내에 기생하는 특이한 균의 감염에 의해 일어나므로 근본적으로 항생제만으로 박멸이 불가능한 악성 전염병이다. 혈액성 설사변과 빈혈로 인한 폐사를 보이는 급성형만을 회장염으로 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사실은 급성형 회장염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연변, 소화흡수 불량으로 인한 증체 불량, 출하일령 지연, 도체등급 불량 등 일련의 악영향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사료효율(FCR) 악화의 주범이 되는 전염병인 것이다. 충남 부여의 B농장은 자돈 30일령과 육성돈 90일령경에 2회 회장염 백신을 접종하면서 비육돈 육성율과 사료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실증자료를 증거로 보여주고 있다. 회장염백신 부표상으로는 이유자돈과 후보돈을 대상으로 각 1회 접종만을 권장하고 있다.

이 농장의 이유 후 출하 시까지 육성률은 97% 이상, 농장 총 사료효율은 2.7 미만이다. 일견 회장염 백신의 접종비용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가성비는 탁월하다는 판단이다.

다음은 올해 들어서 더욱 극성을 부리는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해 알아보자. 조류독감(H5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걸린 닭이나 오리들 가금류는 살처분을 하기 때문에 무서운 줄 알지만 돼지 인플루엔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돼지 인플루엔자는 H1N1, H1N2, H3N2형 감염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대학교 조호성 교수팀의 발표자료도 있었고 충남 동물시험소에서 조사한 관내 감염 상황 보고에도 아주 높은 비율로 감염이 되고 있다는 것인데 정작 농장에서는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돼지 인플루엔자 병성감정 의뢰건수가 PRRS를 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국내 상황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스텔스 전염병이라는 대표적 증거가 되는 것이다. 전국의 대다수 농장은 PRRS 양성 돈군이며 자돈~비육돈 불안정 활성상태이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도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열, 식불, 기침, 복식호흡 등 증상이 PRRS 증상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검사를 의뢰해보면 PRRS 항원 양성만으로 나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적절한 가검물을 보내서 추적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돈에 PRRS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이유후 사고율이 8%가 넘는다면 인플루엔자 감염상황에 대한 병성감정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돼지 ASF, PED, 구제역과 코로나-19 상황이 돼지 수의사들의 농장방문 기회를 줄이면서 한돈산업 발전을 위한 그들의 역할이 제한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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