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다산성 모돈, 더위와 상극(相剋)이다!
[양돈현장] 다산성 모돈, 더위와 상극(相剋)이다!
  • by 신현덕
신현덕 원장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
신베트동물병원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의견이 자주 충돌할 때 상극(相剋)이라는 말을 쓴다. 속성이 서로 다른 물과 불, 물과 기름, 빛과 어둠, 음과 양도 상극에 해당이 된다.

음식끼리는 속성이 비슷하지만 먹으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그 말을 쓴다. 감과 도토리, 빵과 오렌지쥬스, 돼지고기와 도라지를 함께 먹으면 소화 흡수가 어려워지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다산성 모돈과 더위는 왜 상극이 되는 것일까? 돼지라는 동물은 땀구멍이 퇴화되었고 두꺼운 지방층으로 된 옷을 입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돼지가 숨을 쉬고(respiration), 입을 벌리고 헐떡거리는 것(panting)만이 체내에서 생성된 열을 몸 밖으로 빼내는 주된 방법인데 더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다른 동물에 비해 열교환 수단이 아주 취약하다는 것이다.

돼지를 현대적으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중구는 길어졌고 엉덩이 부위는 커진 반면에 심장과 폐가 들어있는 흉곽 부피는 좁아졌다. 돼지가 일어서있을 때나 걸을 때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어서 복강 안에 있는 여러 장기가 횡격막을 압박하게 되어 가슴은 더욱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산성 모돈이란 정의는 일반적으로 14두 이상의 새끼를 임신하고 분만할 수 있는 돼지를 말한다. 자기 젖꼭지 숫자보다 많은 새끼를 뱄을 때 쓸 수도 있다. 한돈 번식돈군의 80% 이상은 다산성 모돈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다산성 모돈이라고 불러왔다. 임신말기에 이른 다산성 모돈은 자궁 내 많은 새끼 두수로 인해 배가 많이 부르게 되며 가슴을 압박하는 강도는 점차 심해진다. 분만사로 이동할 때 걷기도 불편할 정도이니 숨쉬기가 고역스러워 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고온다습을 특징으로 한다. 양돈선진국에서 보여주는 기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들 나라의 여름은 온도가 올라가긴 해도 습도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모돈에게 25도 온도에서 습도가 60%를 넘기는 시점부터가 상극 상황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온도×습도=1,500’을 넘어갈 때부터 호흡수가 증가하고 체온도 따라 올라간다. 체내 생성된 열의 외부배출이 제한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열교환이 되지 않아 체온이 상승하면 본능적으로 사료섭취를 줄인다.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중요한 지표는 돼지 바이탈(vital) 가운데 하나인 호흡수를 제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최적 환경에서 모돈 호흡수는 1분당 20회 미만이다. 공기열량지수 1,500이 되면 호흡수는 50회를 넘어가기 시작한다. 모돈이 폐렴에라도 걸려 호흡기능이 저하된다면 그 보다 낮은 온습도 상황에서도 호흡수와 체온은 상승할 수 있다. 모돈 관리에서 호흡수 확인은 아주 결정적으로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것이다. 관심과 관찰력만으로도 쉽게 확인될 수 있다. 에어컨이 있고 없고, 휀 능력이 좋고 나쁘다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호흡수가 늘었다면 모돈들이 더위를 타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은 견딜만한 더위라고 관리자가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5월이든 10월이든 돼지가 헐떡거리고 숨을 몰아쉰다면 더위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호흡수가 분당 100회를 넘는다면 고체온증으로 인한 배아 착상 실패, 재발 증가, 불임 증가, 유산 발생 등 임신사고와 분만소요시간 지연, 난산, 무유증증후군, 모돈 폐사 등 각종 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돈육 가격 시세가 높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양돈인은 없다고 본다. 그 이유가 더위 대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렇지만 미리 대책을 세우는 농장들이 많지는 않다. 돈가가 비싼 시기에 팔 돼지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양돈인을 어리석다고 말해 줄 수밖에 없다.

돼지 호흡수는 바이탈의 문제이다. 죽느냐 사느냐가 달려있다는 말이다. 호흡수가 증가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에 사람에서는 과호흡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돼지에서 과호흡 원인은 더위 스트레스(HS, heat stress)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호흡장애, 구역질, 어지러움, 경련, 신경과민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고 죽을 수도 있다. 호흡성 알칼리증으로 인해 동맥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생명이 걸린 상황이므로 정상적인 신체장기 생리 기능, 내분비 기능, 면역 기능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더위가 지나가고 나서 매년 전염병에 잘 걸리는 농장은 더위 대책 여부와 유관하다고 할 수 있다.

돼지는 다 마찬가지지만 다산성 모돈은 특히나 더위에 민감하다, 더위와는 상극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돼지가 숨 쉬는 것을 관찰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편하게 숨을 쉬도록 해주면 더 높은 생산성과 수익으로 보상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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