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코로나 시대, 한돈 소비 기회와 위기
[심층분석] 코로나 시대, 한돈 소비 기회와 위기
소비 늘었지만 삼겹 편중 과제 해소 시급
온라인‧간편식‧배달 등 뜨는 시장 잡아야
안정적인 공급 내세운 대체고기도 주시를
  • by 임정은

코로나 19는 올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식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돼지고기 소비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코로나 이후 먹거리 소비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중간점검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변화, 그리고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외식 지고 집밥 뜨다=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외식 소비는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타격이 컸다. 농촌진흥청이 소비자 패널 1천여명을 대상으로 2월과 4월에 각각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 이후 외식을 줄였다는 응답이 74~82%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외식을 자제했다. 돼지고기 외식 수요도 위축됐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음식점의 돼지고기 구매량은 전년 대비 1분기 17.8%, 2분기 22%, 3분기 21.3% 각각 줄었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는 가정 내 돼지고기 소비 증가로 이어지며 한돈에는 호재가 됐다. 특히 한돈 소비를 더 불붙게 한 것은 재난 지원금이었다.

농촌진흥청이 소비자 패널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농식품 소비 동향을 조사한 결과 재난지원금 사용액 중 59.5%는 농식품 구입이나 외식‧배달음식 등 먹거리에 사용했으며 특히 품목별로는 돼지고기 구입이 늘었다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가정 내 한돈 소비가 증가하면서 삼겹살 등 구이용 부위로만 소비가 몰렸다. 그 결과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급등했고 9월말 현재 삼겹 재고는 일년전보다 38% 감소했다. 그런데 반대로 급식‧외식 등 가정 소비 외 돈육 소비가 부진하다보니 저지방 부위 특히 뒷다리 재고(9월 4만2천톤, 전년 동월비 156%↑)는 급증해 한돈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사태는 국내 돼지고기 부위별 소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는 한돈 시장의 안정을 위해 중요한 것은 부위별 고른 소비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리고 이는 곧 코로나 시대는 수출 시장 개척, 저지방 가공육 제품의 개발과 소비 촉진 등 부위별 고른 소비가 한돈에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온라인시장의 압축 성장=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마트 대신 동네 슈퍼마켓이나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 등으로 구입 장소를 변경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했다. 농경연의 소비자 조사 결과 코로나 이후 응답자의 56.6%가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구입 횟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실제 통계청 온라인 쇼핑 거래액 통계에 따르면 17년 2조4천억원 규모이던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구매액은 19년 3조5천억원으로 2년 사이 46% 가량 증가했다. 그런데 올해 1‧2‧3분기에는 각각 1조4천억원, 1조3천억원, 1조7천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 한해 구매액을 넘어섰다. 특히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1~2분기는 각각 63%%씩 증가한데 이어 3분기에는 무려 87%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온라인 농축산물 시장은 약 3년치 성장을 올 한해 동안 몰아서 하게 되는 셈이다.

■코로나 시대 한돈의 과제=이처럼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고 집밥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먹거리 시장 변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이는 향후 한돈이 적응하고 소비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새로운 소비 환경이기도 하다.

외식 시장의 침체와 함께 소비가 증가한 것은 집밥 뿐만이 아니다. 바로 배달음식이다. 최근 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외식업계 매출에서 배달음식 비중은 지난해 7.5%에서 올해 12.7%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배달음식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로 올해 그 비중이 24%까지 늘 것이란 전망이다.

집밥의 증가는 간편식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농수산유통공사가 코로나 19 전후 식품 소비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간편식 구매를 늘렸다는 소비자 비율이 64.7%로 주요 14개 품목 중 가장 두드러졌으며 늘린 이유로 집밥 섭취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특히 코로나 초기에는 즉석밥, 만두, 기타 냉동식품 등 간단하게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품목들이 인기를 끌었고 장기화 이후에는 밀키트 인기가 급등하고 도시락, 즉석국‧탕 등 제대로 된 한끼를 위한 제품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2021년 식품외식산업 주요 전망’에 따르면 식품 기업 관리자급 10인 대상 설문 결과 내년 성장업종으로 간편식, 기능성 식품, 밀키트 등이 선정됐다.

동시에 코로나는 또 다른 경쟁상대의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바로 대체육 얘기다. 최근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육가공장이 코로나로 일시 폐쇄된 직후 대체 육류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224% 급증했다. 환경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 올해 코로나 사태가 더해지면서 대체육이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체육 시장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코로나 이후 대체육 제품들이 시장 확장을 적극 꾀하고 있어 대체육과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고민도 코로나가 남긴 숙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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