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송년특집③] 2021년 농장을 괴롭혔던 전염병 되돌아보기
[2021 송년특집③] 2021년 농장을 괴롭혔던 전염병 되돌아보기
고병원성 PRRS 피해 커…돌파감염도
음성 후보돈 도입 등 차단방역 강화를
인플루엔자 피해 크지만 관심‧대책은 소홀
고열‧기침‧호흡곤란‧유산 시 의심해 봐야
신생자돈에 클로스트리듐 장염 발생 늘어
항생제로 수직감염 막고 돈체 세척도 도움
  • by 신현덕
신현덕 원장
신베트 동물병원

돼지는 ASF 남하, 가금류는 조류독감, 사람에게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고생스러웠고 또 공포에 떤 한 해였다. 셋 다 바이러스성 악성전염병이다. 아주 효능이 좋은 백신을 만들기 어려워서 조기에 근절시키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상기후, 지구 온도 상승, 무분별한 개발과 도시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바이러스의 폭주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식품 및 사료용 작물 생육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고 코로나 판데믹은 물류대란을 초래하면서 사료가격 뿐만 아니라 돈사 시설용 기자재 가격의 폭등을 유발했고 외국인 노동자의 수급까지도 어렵게 만들었다. 그나마 예상 외로 시장 돈육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경영상 압박을 덜 받았다는 면은 다행한 일이라 여겨진다.

2021년 농장 생산성은 한 마디로 전년 대비 정체 내지는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 모돈 갱신율 하락, 사료 가격 상승, 현장 노동력 부족, 혹서기 피해 증가, 전염병 발생 피해 증가와 시설 투자와 환경개선 부족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대면교육이 제한을 받는 상황이어서 양돈 생산 관련 교육, 세미나, 농장방문 컨설팅 기회가 대폭 감소한 것도 이유가 된다. 사료 품질저하를 의심하는 사례도 늘었다. ASF 확산에 대비한 방역 활동과 시설 보완에 시간을 빼앗겼다는 핑계도 있었다.

돼지 생산현장을 돌아보는 임상 수의사로서 2021년 농장을 괴롭혔던 몇 가지 전염병과 문제점들을 정리해본다. 2022년 새해까지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 번식돈에 특히 병원성 높았던 PRRS 발병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모돈에 연간 3~5회 PRRS 생독백신을 접종했지만 임신말기 식불, 유사산과 조산을 특징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PRRS 발생사례가 대형농장을 위주로 나타났다. 동일한 바이러스 타입인데도 돌파감염 피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6~7년 주기로 나타난다는 고병원성 PRRS에 대해 농장들의 차단방역 강화가 요구된다. 지정된 종돈장에서 PRRS 음성 후보돈만 도입하는 것이 차단방역의 기본이다. 그 이외에는 어떤 돼지도 외부도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차단방역상 한계가 있는 농장은 전문수의사가 권장하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대형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둘째, 인플루엔자(SIV-A)로 인한 피해를 보고서도 진단을 못한 농장이 많았다.

인플루엔자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상재화 경향을 보이는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특징적인 증상이 PRRS에 묻히고 병성감정에 대한 의뢰와 항원검사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아직 대부분 농장에서 인플루엔자 예방 및 치료 대책이 소홀한 면이 많다. 수태율 감소, 산자수 저하, 번식돈 식불 사례 증가, 유산 발생, 임신말기 모돈 폐사가 대표적인 번식장애 증상이고 비육돈에서는 개가 짖는 듯한 소리와 유사한 기침과 호흡곤란, 식불과 복합호흡기증후군(PRDC)으로 인한 사고율 증가를 쉽게 볼 수 있다. 돼지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이 있지만 접종률이 낮아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조기진단이 되지 않으면 그만큼 대책이 늦어지므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열, 수태율 저하, 유산, 기침, 호흡곤란이 있다면 인플루엔자를 의심해봐야 한다.

셋째, 인공수정 후 질루증후군(VDS) 폭증으로 인한 수태율 저하 사례가 많았다.

정상적인 수유와 이유 과정을 거쳐 발정이 온 모돈에 인공수정을 시켰는데 빠르면 두 세 시간 늦으면 하루 이틀 지나서 분홍색깔의 혈액성 질 삼출물이 외음부와 돈방 바닥에 다량 발견된 사례이다. 분만과정에서 난산 시 비위생적 입수처치에 따른 자궁염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상관도가 낮았다. 많은 관계자들이 정액희석제에 사용된 BSA(Bovine Serum Albumin) 성분을 알레르기 유발 원인 물질로 지적하고 있다. BSA는 정액품질 보존기간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원료이다. 이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정액제품을 사용하면 인공 수정 후 VDS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정확한 사실과 원인조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넷째, 신생자돈에게서 클로스트리듐성 장염 피해가 많았다.

빠르면 3일령부터 황백색 설사가 보이고 급작스럽게 위축이 되는 질병이다. 자돈 설사 치료에 주로 사용하는 엔로플록사신, 겐타미이신, 아미카신, 네오마이신 등의 항생제 치료반응이 거의 없다는 불만이다. 병성감정을 해보면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A(CpA)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D) 균에 의한 감염증이다.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C(CpC)나 클로스트리듐 노비균 항원이 들어있는 백신접종으로는 교차면역이 없으므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분만 모돈의 분변과 일부 피부에 원인균이 오염되어 있을 때 신생자돈에게 전파되므로 임신말기와 분만전후 모돈 사료에 코팅유기산제와 바시트라신제, 아목사실린제 같은 항생제를 첨가하여 수직감염을 차단해야한다. 분만사 입실 모돈의 돈체 세척은 도움이 된다. 설사증상이 발생하면 아목사실린제를 1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산성 모돈 사육상 관리 포인트를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종돈장에서 도입한 후보돈은 이젠 대부분 다산성 모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산성 모돈은 수유기간 동안 최소 8kg가 넘는 포유돈 사료를 섭취해야 새끼를 키워낼 수 있고 자신의 몸매도 유지할 수 있다. 임신기에는 뱃속에 15두 이상의 새끼를 배고 있으므로 모돈 심장과 폐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돈사온도가 항시 적정 범위 내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어느 구간에서도 전염병에 노출되면 상대적으로 크게 피해를 입는다. 사료위생 관리가 잘못되면 쉽게 식중독에 걸리고 한 두끼라도 굶으면 회복 불능상태에 빠진다. 종전 모돈에 비해 스트레스 저항성은 엄청 취약하다. 따라서 다산성모돈 도입하고 번식성적이 후퇴하는 농장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이나 돼지나 주변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2022년 범을 맞이할 때다. ASF와 코로나19를 비롯한 모든 악귀를 물리칠 범이 내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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