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ASF와 솥뚜껑 가려내는 감별진단
[양돈현장] ASF와 솥뚜껑 가려내는 감별진단
  • by 신현덕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우리 국민 방역의식이 중국과는 달라 ASF(아프리카돈열)를 막아낼 줄 알았다. 21세기 초정보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신고나 허가도 없이 돼지를 키우고, 잔반을 먹이고, 방역 개념없이 활개를 치고 다닐 어리석은 국민은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멧돼지를 잡아먹었는지 벗긴 가죽을 자랑하듯 걸어 놓은 장면은 추격을 받기에 충분했다.

신문, 텔레비전,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온갖 매체와 수단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홍보를 하였지만 귀를 막고 눈을 닫은 자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지역에서 ASF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도 알고, 멧돼지가 남쪽으로 침투할 것을 누구나 염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몇 가구 되지 않을 동네의 통반장, 이장도 ASF 상황의 긴박함, 확장성과 중대성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우리 동네에 위험천만한 가구가 있다는 신고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그런 잠재적 폭탄을 발견도, 사전 제거도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돈육 소비 감소로 돈육 가격은 생산비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체급식에서 한돈을 빼라는 전화를 한다는 학부모가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ASF가 발생한 이래 100년 가까이 되었지만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사례도 없다. 이 병에 걸리지도 않은 농장의 돼지마저도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만의 하나 병에 걸린 돼지가 도축장에 출하되었다면 그 공장의 돈육은 전체 폐기시키는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전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 너무 과하다고 할 정도로 관리하고 있지만 돈육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까지는 해소가 되지 않는 것이 한 사람의 돈육 애호가이자 돼지수의사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양돈농가는 지금 너무 혹독한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목숨줄이던 돼지를 전두수 매몰하고 재입식 기회를 기대해야 하는 발생지역 농가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 타격과 심리적 불안장애는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비주저온(非洲猪瘟), 일본에서도 아프리카돈콜레라라고 표기한다. 과거에 우리도 돼지콜레라(Hog Cholera)를 돈열(Classical Swine Fever, CSF)로, 돼지단독을 돈단독(Swine Erysipelas, SE)으로 바꿔 불렀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돈열’로 바꿨으면 좋겠다. 단순한 용어로도 돈육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ASF 의심신고는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돈 한 두 마리가 식욕이 없고, 유산을 한 경우에도 여러 건 의심신고를 하였다. 어떤 지자체에서는 신속한 진단을 위하여 수의과학검역본부가 있는 경북 김천까지 헬기를 동원하여 가검물을 송부하기도 하면서 신속한 진단을 위한 노력을 했다. 의심신고 후 진단결과가 나오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조기신고는 아주 바람직하고 가장 권고되는 사항이지만 유사한 증상만 보이면 의심신고를 하는 바람에 여러 지역, 여러 농장, 여러 지자체 관계자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전국시군에는 양돈 전문수의사가 개업을 하고 있고 한국양돈수의사회에서 워크샵, 세미나, 학회 등을 통하여 ASF를 비롯한 돼지전염병에 대한 학습과 경험이 있는 상태이지만 정작 발생 상황이 되면 농장방문이 제한되는 것이 안타깝다.

의심사례가 있을 때 훈련된 양돈전문수의사의 활용과 역량발휘가 이루어진다면 신속한 진단과 불필요한 비용절감에 기여할 수 있고, 의심신고와 관련한 많은 사람의 가슴을 태우지 않게 할 수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랜다’는 속담이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ASF와 유사한 증상이 나오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공포는 설명하기 어렵다.

ASF와 감별이 필요한 몇 가지 전염병을 알고 있으면 감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SF의 주 증상은 ①41도 고열 ②식욕부진 ③침울, 뭉침 ④피부 적색~자색반점 ⑤호흡장애 ⑥구토 ⑦설사, 혈변 ⑧높은 폐사율 ⑨급사 ⑩유산 등이 있다. 주요 부검소견으로는 ⓐ비장종대(암적색~흑색, 잘 부서짐) ⓑ신장 점상출혈(칠면조알) ⓒ림프절 출혈(특히 위간장림프절) ⓓ점막부위 출혈 ⓔ흉강/복강/심낭에 누런 액체 증가 ⓕ폐렴(폐수종) 등이 있다.

주요 증상과 해부소견을 종합적으로 참고하면 다른 전염병이나 질환과 감별 진단하는데 1차적인 도움이 된다. 역학조사 내용을 참고로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방역당국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로 한다.

감별진단을 할 질병에는 돈열, 고병원성 PRRS, PDNS(돼지 피부염-신증 증후군), 오제스키병, 돈단독, 살모넬라 패혈증, 흉막폐렴, 파스튜렐라감염증, 액티노바실러스감염증, 글래서병 같은 전염병이 있고, 와파린중독, 중금속 중독 등도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지역 내 경험이 풍부한 양돈전문수의사와 사진, 동영상을 통한 의사소통과 잠정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ASF는 차단방역을 철저히 하면 능히 막을 수 있는 전염병이다. 감염된 멧돼지, 오염된 돈육제품, 오염된 잔반, 오염지역 출입차량과 사람, 감염 멧돼지에 접촉한 날짐승과 해충이 차단방역 핵심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면 막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