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코 축산식품연구소 양돈R&D팀
최근 다산성 모돈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복당 총산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낮은 이유 체중과 이유 후 성장 정체라는 과제도 커지고 있다. 이유 직후 며칠 동안 사료를 충분히 먹지 못해 체중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자돈, 이후 연변과 폐사 위험이 높아지는 사례는 현장에서 낯설지 않다. 한돈팜스 2026년 2분기 자료에 따르면 이유 후 육성률은 81.9%였다. 반대로 보면 이유 후 폐사율은 18.1%에 해당한다. 다만 이유 후 폐사는 질병, 환경, 위생, 사료·음수, 개체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모두를 이유 직후 사료 부적응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유 직후의 섭취 부진은 초기 성장 정체와 장 기능 저하를 촉발하는 중요한 관리 요인이다. 이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는 것이 '입질사료'다. 중요한 것은 입질사료를 급여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유 전에 자돈이 실제로 사료를 '먹어본 경험'을 ‘얼마나 쌓았느냐’이다. 이 경험이 이유 후 사료 적응과 체중 회복의 출발점을 만든다.
이유는 자돈에게 단순한 모돈과의 분리가 아니다. 사육 환경이 바뀌고, 함께 이유하는 돈군과 무리를 새롭게 이루며, 영양 공급원도 모유에서 고형사료로 전환되는 등, 여러 변화가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에 이유는 자돈이 겪는 가장 큰 전환 스트레스 중 하나다. 이 시기에는 췌장과 소장 점막의 여러 소화효소 활성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고 효소마다 반응과 회복 속도가 다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점은 소화 능력이 불안정한 때에 낯선 사료까지 처음 접하면 사료 섭취량이 급감하고 소화 장애와 이유 후 설사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완화하고자 현장에서 많이 접목하고 있는 것이 ‘대용유’와 ‘입질사료’이다. 현장에 방문해 보면 입질사료와 대용유를 종종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하지만, 역할과 사용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대용유는 모유 부족을 보완해 수분과 영양소를 공급하고 이유 체중의 향상에 초점이 있다. 입질사료도 영양소 공급과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자돈이 고형사료의 냄새·맛·질감과 먹는 행동을 이유 전에 익히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입질사료는 영양 보충과 이유 후 적응을 함께 돕는 사료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효과는 급여 기간과 사료 구성뿐 아니라 자돈이 실제로 얼마나 먹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핵심은 단순한 급여가 아닌, 실제로 '먹었다'는 경험이다=자돈은 입질사료를 먹으면서 사료의 냄새·맛·질감, 씹고 삼키는 행동, 고형사료의 영양소에 차츰 익숙해진다. 이 경험은 이유 후 새 사료와 급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Lee 등(2021)의 연구에서는 이유 전에 입질사료를 먹은 자돈이 이유 후 첫 24시간 동안 더 많은 사료를 섭취했다. Sulabo 등(2025)의 연구에서는 이유 후 3일 동안 체중이 감소한 자돈의 비율이 약 39% 개선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사료를 주었는가'보다 '자돈이 실제로 먹었는가'가 이유 직후 적응을 설명하는 더 중요한 기준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입질사료를 급여했다는 사실과 자돈이 실제로 그것을 먹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결국 관건은 급여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섭취하게 하는 것에 있는데, 이는 사료 형태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 Kong 등 (2026)의 연구에 따르면 가루 형태의 입질사료 보다 펠렛 형태로 급여하였을 때 이유 후 사료섭취량이 25.6% 더욱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하루 3회 이상 소량씩 자주 급여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분변·수분·이물질에 오염된 사료를 바로 제거해야 한다. 급이기 상태와 음수 접근성까지 함께 확인해야 '급여'가 '섭취'로 이어진다.
입질사료 섭취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소장의 적응과 관련이 있다. 자돈이 사료를 먹으면 장 안으로 들어온 영양소와 물리적 자극이 장 상피세포의 유지와 회복을 돕는다. 반대로 이유 직후 섭취량이 크게 줄면 소장 융모가 짧아지고 장벽과 소화·흡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사료 변화가 겹치면 소화되지 않은 영양소가 장내 삼투압을 높이고 미생물의 발효 기질로 이용돼 연변 위험이 커진다. 다만 이유 후 설사는 섭취량 감소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병원성 대장균 등 감염 요인, 급격한 환경·사료 변화, 위생, 온도, 음수, 합사 스트레스가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섭취량 관리는 장 기능을 지키는 핵심 수단이지만, 방역·위생·환경 관리와 병행해야 한다.
■이유 전후를 '하나의 급여 프로그램'으로=입질사료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이유 전과 후를 별개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이유 전에 고형사료를 경험하게 하고, 이유 직후에는 동일하거나 냄새·맛·원료 특성이 유사한 전환용 사료를 제공해 갑작스러운 변화를 줄이는 것이 좋은데, 이유 초기 자돈은 위산 분비와 위의 산성화 능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다. 때문에 단백질 소화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데, Lee 등(2021)의 시험에서는 입질사료 급여가 위 내 pH를 낮추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입질사료 급여를 통하여 소화기관의 고형사료 적응을 돕고, 영양소 소화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산성 모돈이 보편화되면서 한 배 새끼돼지 수가 늘고, 개체 간 체중 편차와 저체중 자돈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특히나 산자수가 늘어난 곳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저체중 자돈에서 발생되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겪고 있다. 이유체중이 낮고 소화기관 발달이 미숙한 자돈일수록 이유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버텨낼 여력이 적기 때문에, 체중이 가볍거나 활력이 떨어지는 자돈은 조금 더 이른 시점부터 신선한 입질사료에 자주 접근하도록 돕고, 실제 섭취 여부를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체중 자돈에게는 관리의 차이가 이유 후 육성률, 출하체중의 격차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입질사료뿐 아니라 보온, 음수, 건강 점검, 밀도와 급이 공간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입질사료의 핵심은 '급이기에 넣어 두었다'는 사실보다 '자돈이 얼마나 꾸준히 실제로 먹었는가'에 있다. 이유 전 고형사료를 먹어본 경험은 이유 후 새로운 환경과 사료에 적응하는 시간을 줄이고, 초기 섭취 부진과 체중 감소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선한 사료, 깨끗한 급이기와 음수, 적정 온도 및 위생·질병 관리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유 전 며칠간 쌓인 작은 '먹어본 경험'이 이유 후 자돈의 안정적인 출발을 만든다는 점을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