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할당관세가 불러들인 냉장 수입 돈육, 한돈 직격
[심층분석] 할당관세가 불러들인 냉장 수입 돈육, 한돈 직격
수입 감소 속 냉장 20% 이상 급증
냉장 비중 8~9월 12%대로 치솟아
휴가철 지났어도 냉장 삼겹 쏟아져
수입육, 냉동 가공용→냉장 구이용으로
한돈 삼겹 재고 작년보다 40% 늘어
할당관세 돈육, 연말 시장까지 위협
  • by 임정은

할당관세가 물가가 아니라 한돈 시장만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돈 재고물량 적체 속에 할당관세를 등에 업은 냉장 돼지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한돈 시장을 직격하고 있다. 당장 추석을 앞두고 증량한 할당관세 물량이 가을 불황기를 더 두렵게 하고 있다.

■냉장 수입량‧비중 역대 최고=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9월말 누적 돼지고기 수입량은 31만2천톤으로 지난해 동기간(35만2천톤)에 비해 11.3%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냉장 돈육은 2만5천톤으로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천700톤보다 무려 27.6% 증가했다. 9월말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 실적(2만7천700톤)에 근접하면서 올해 냉장육 수입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입량 감소에도 이처럼 냉장육 수입이 급증하면서 자연히 냉장육 비중도 급등했다. 9월말 전체 수입량 가운데 냉장육 비중은 8%를 기록한 가운데 8월은 11.7%, 9월은 12.2%로 역대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부위별로 보면 냉장육은 삼겹살에 집중됐다. 9월말 냉장 삼겹살 수입량은 1만7천여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2% 증가했다. 보통 냉장육은 7~8월 여름 휴가철 반짝 급증세를 보이다 9월은 급감하는게 보통의 흐름이다. 그런데 올해는 8월은 물론 9월에도 냉장육, 그 중에서도 냉장 삼겹이 줄지 않고 쏟아져 들어온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냉장육에 집중된 할당관세=이 같은 이례적인 냉장 돈육의 홍수는 무엇보다 정부의 할당관세가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할당관세를 추진하면서 돼지고기의 경우 직접적으로 한돈 가격을 억누를 수 있는 냉장육에 할당관세를 더 많이 배정했다. 당초 9월말까지 적용키로 했던 할당관세 1만5천톤 가운데 냉장이 9천톤이었으며 최근 추석을 앞두고 증량한 1만5천톤 역시 냉장(8천톤)에 더 많이 배정됐다.

국가별 수입량을 보면 할당관세의 흔적은 더 뚜렷해진다. 9월말 기준 캐나다산 수입량은 3만9천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다. 9월말 이미 작년 한해 수입량(3만6천톤)을 넘어섰다. 멕시코(4천100→7천톤, 70%↑), 브라질(4천300→7천100톤, 66%↑)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 칠레 등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는 국가들과 달리 이들 국가 모두 관세가 적용되던 국가들로 할당관세가 주로 이들 국가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한돈 적체 심각=문제는 냉동육, 가공용 위주로 수입되던 돼지고기가 냉장육 구이용 부위 비중이 늘면서 돼지고기 수입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수입육은 한돈시장에 더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한돈 재고물량은 4만3천톤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47% 증가했다. 삼겹살 물량도 작년보다 40% 가량 늘었는데 더 주목되는 것은 반대로 수입 삼겹살 재고물량은 작년보다 20% 가량 감소했다는 점이다.

22년 기준 식육포장처리업체가 판매한 부분육을 한돈 한 마리로 환산하면 56만4천548원으로 이 중 삼겹살이 40%(21만원) 가량을 차지한다. 때문에 삼겹 적체는 전체 한돈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수입 냉장육, 그 중에서도 냉장 삼겹의 증가는 한돈 시장 전체를 발목 잡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점은 추석을 앞두고 증량한 할당관세 물량은 적용기간이 연말까지로 10월 가을 불황기는 물론 연말 시장까지 계속 한돈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한돈 소비 여건도 악화된 상황이라 걱정은 더 커진다. 한우 고기는 물론 수입 쇠고기도 물량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그렇잖아도 육류 시장 전체에 공급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또 당초 기대와 달리 경기 침체의 신호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소비도 낙관하기 힘든 상태다. 그런데 여기에다 할당관세로 수입 돈육까지 가세해 한돈을 궁지로 몰고 있는 형국인셈이다. 이에 양돈농가 등 업계는 물가 안정 효과도 없는 할당관세 조치는 당장 철회하고 수입육이 아닌 한돈 소비를 장려, 촉진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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