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특집②-생산] 高생산비 불가피…‘정밀양돈’ 시대 가속
[2023년 신년특집②-생산] 高생산비 불가피…‘정밀양돈’ 시대 가속
고생산비에 한돈 사육두수 감소
사룟값 2020년 이전 회귀 어려워
규모화가고 ‘정밀 양돈’ 시대 도래
유럽 MSY 30두, 정밀 양돈이 비결
데이터 중심의 세밀한 시스템 구축
정밀 양돈 변화, 농가 의지가 중요
데이터가 새로운 양돈 질서 모멘텀
  • by 김현구

새해 양돈 현장에서 ‘새로운 질서’를 불러오게 될 가장 큰 요인은 ‘고생산비’ 고착화다. 최근 국제곡물가격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안정세가 지속됐던 2020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든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각국의 식량안보가 강화된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옥수수 대두박 등 식량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후 조건 역시 이상 기후가 세계 곡물 지역에서 속출하면서 당분간 배합사룟값은 2020년 이전 대비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이 ‘고생산비’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양돈장 경영도 크게 압박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돈산업은 돈가만 놓고 본다면 로마의 황금 시대를 일컬었던 ‘팍스로마나’ 였다. 특히 작년 한돈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5천원대를 형성하면서 고돈가 기조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돈 가격 상승에도 농가들의 수익이 신통찮았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생산비도 덩달아 상승, 일부 생산성이 낮은 농가의 경우 생산비가 kg당 5천500원 이상대를 기록하면서 이들 농가를 중심으로 사육 감축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모돈 두수 역시 지난해 3월 이후 감소하면서, 내년부터 사육두수 및 도축두수도 감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를 볼 때, 양돈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요인은 악성 질병도 돈가도 아닌 ‘고생산비’ 였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렇다면 ‘고생산비’ 시대가 불러올 양돈 현장에서의 새로운 질서는 무엇일까? 어떻게 국내 양돈은 변화해야 할 것인가?

■규모화 주춤, 정밀 시대 도래=2011년 구제역 발생 이후 한돈 사육 두수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6월 사육두수가 정점을 찍고 내림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무엇보다 고생산비 영향으로 농가 사육 의지가 하락한 영향이다.

이에 작년부터 이어진 고생산비 시대는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농장을 위기로 만들고 있다. 생산비가 높아진다는 것은 수익이 준다는 뜻이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5년전 세계 양돈의 정밀 시대를 전망했던 미국의 데니스 디피에트레 양돈 경제학 박사의 ‘정밀함이 양돈산업의 유일한 미래다’라는 주장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2020년 이후 그의 전망대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서 양돈 규모가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현대적인 돈육 생산의 첫 혁명은 1980년대말과 1990년대의 10년 동안 1998년까지 일어났다. 투입 자본당 생산량을 급격히 증가시키기 위한 규모적인면에 초점을 두어 시행되었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훨씬 낮아졌다. 다음에 올 혁명은 정밀함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데니스 박사는 향후 양돈산업의 규모의 시대가 지나면 질병 예방 관리 및 돼지 개체별 증체 편차 등 정밀한 사양 관리를 요하는 정밀함의 시대로 접어들겠지만, 이 정밀한 혁명은 농가의 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즉 양돈장의 규모화 시대가 주춤하고 정밀함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양돈의 새로운 질서와 맞물린다. 최근 국내 양돈 사양 기술도 스마트, 정밀화되고 있으며, 각종 AI 기반의 기자재 등도 선봬면서 양돈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즉 한돈산업도 이미 정밀한 사육 시스템으로 전환 과정이 시작됐으며, 고생산비를 계기로 현장의 정밀 사육 시스템 보급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밀 양돈이 필요한 이유=최근 영국농업원예개발위원회(AHDB)는 EU 회원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주요 돼지고기 생산 및 수출국들의 지난해 평균 양돈 생산성을 발표했다. EU 전체 평균으로는 MSY가 27.9두를 기록한 가운데 이들 중에서도 덴마크는 MSY 31.5두로 EU 내에서도 가장 높았다. 또 네덜란드는 전년도 29.4두서 지난해 30.6두로 1두 이상 증가하면서 처음 30두대에 진입했다. 벨기에(29.8두), 프랑스(28.2두), 독일(28.6두) 등도 30두를 넘보는 높은 성적을 거뒀다. EU 이외 다른 수출국들도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적을 거뒀다. 이 같이 유럽의 생산성은 국내 양돈장 생산성(MSY 평균 18.3두, 한돈팜스)과 비교하면 20~30년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이 유럽의 생산성이 높은 이유는 바로 정밀 양돈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생산성은 높으나 돈가가 한국보다 크게 낮은 환경에서 MSY를 크게 높여야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즉 평균 MSY 30두 이하의 농장들은 수익 악화로 경쟁력을 상실해 살아남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유럽은 높은 생산성을 위해 정밀 양돈을 도입, 특히 전문화된 농장 경영과 시스템, 사육 환경 등이 조화를 이룬 덕택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성을 높여 생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20~30년 앞서간 유럽 양돈을 볼 때, 한국도 고생산비 환경에서 정밀 양돈이 필수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정밀 시대’ 농가들이 할 일은?=5년전 한국과 네덜란드 양돈 교류 세미나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이날 네덜란드 농가들의 높은 생산성 제고의 비결은 ‘기록’과 ‘토론’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오랫동안 주위 농가들과 각 농장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 생산 성적을 제고하고 있다는 것. 토론 단계는 ‘각 농가 데이터 분석→정보 생성→정보 공유→개선점 도출’ 형식으로 토론이 진행되며, 특히 데이터 기반을 토대로 농장의 미비점을 개선하는 것이 성적 향상에 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즉 정밀 양돈이 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의 양돈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농장 문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네덜란드 농가들은 한국의 생산성적 제고 방안에 대해 “네덜란드의 경우 돈가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도 매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그동안 사료 효율과 모돈 비생산일수 감소를 위한 사양 기술에 매진하고 있어 한국도 경영의 안정화 및 생산 성적 제고를 위해서는 사료 효율 및 모돈 비생산일수 감소를 위한 시설 투자 및 사양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네덜란드 높은 생산성 비결은 국내 많은 양돈장에서도 이미 실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생산성 좋은 농가들을 취재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네덜란드처럼 정밀 양돈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농장들을 경험했다. 일례로 작년 경북의 한 양돈농가를 방문했을 때, 철저한 기록과 방역은 메뉴얼대로 정확하게 실천하며, 사육하고 있었다. 전북의 한 양돈농가 역시 생산성 비결은 “교과서적인 양돈”이라며, 100% 실천하니 선진국 수준의 MSY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

이를 봤을 때, 국내 양돈농가들이 유럽에 비해 생산성이 뒤쳐져 있지만 결코 넘어서지 못하는 장벽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즉 생산성은 농가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사양 환경이 어렵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교과서적인 양돈 구현 등 정밀한 양돈까지 추구한다면 농가들의 새로운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이에 결론은 양돈 현장의 새로운 질서는 곧 경쟁력이 강한 농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농장의 의지이자 노력이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점이다. 규모의 논리에서 탈피해 정밀‧세밀화를 추구한다면 새로운 양돈 혁명에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농가들이 할 일은 기록을 통한 농장 데이터 관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즉 농가들의 경험을 데이터로 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데이터 관리가 정밀 양돈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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