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특집①-프롤로그] 한돈이 새 시대 새 질서 주도해야
[2023년 신년특집①-프롤로그] 한돈이 새 시대 새 질서 주도해야
코로나‧러-우크라 전쟁, 세계 경제‧사회 재편
고물가‧저성장 시대로…소비 혹한기 우려
기상 이변 속출에 소비자 환경 문제 각성
대체육-진짜 고기, 생존 경쟁 이미 시작
양돈업 양적 성장, 세계 곳곳서 한계 봉착
시장 개방 부른 세계화‧자유무역 저무는 중
돈육 자급 기반 사수로 식량안보 이끌어야
소극적 수동적 자세서 벗어나 변화 주체돼야
  • by 임정은

어느 시대건 변화의 물결이 멈춘 적은 없었지만 요 몇 년, 휘몰아치고 있는 변화의 흐름들은 변화 그 이상이다.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질서로 움직이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코로나 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변화의 결정적인 방향키가 됐다. 코로나 19로 휘청했던 세계 경제는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곡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 국제 공급망 마비, 그리고 투자 위축과 금융 불안 등으로 이어지며 세계 경제의 흐름을 재편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이상 기후는 세계인의 가치관과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한돈 시장 혹한기 돌입?=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새로운 질서가 돼 향후 한돈산업이 맞이할 외부 환경을 만들고 있다. 당장 소비 시장은 한돈산업이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실감할 영역이다. 고물가 저성장의 흐름이 그 중 하나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주요 전망 기관들이 발표하고 있는 올해 경제 전망에 따르면 한국경제 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은행은 1.7%를 점쳤다. 지난 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0.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그런데 동시에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은 소비를 더욱 제약하는 원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진단이다. 지난해 5%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데 이어 당분간 5%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21년까지 연간 물가 상승률은 0.4~2.5%를 기록했다. 5%대 상승률은 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적어도 최근 20년내 경험해보지 못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고물가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를 줄이는 것도 물론 한계가 있다. 이에 고물가로 한돈 소비가 극적으로 줄 가능성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먹거리 전반에 있어서 저렴한 가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쟁력이 될 소지는 충분하다.

■기후위기, 한돈 전방위 위협=그런데 소비 시장에서 더 오래 지속될 중요한 변화는 또 있다. 코로나 이후 소비 시장에 나타난 변화들 중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되고 강화될 것들이 분명 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밝힌 향후 주목해야 할 식품소비 트랜드는 간편 편리성 지향, 윤리적 가치소비 지향 등이 꼽혔다. 코로나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식품 소비 트랜드 중 코로나를 거치며 더 가속화되고 확실한 주류로 자리잡은 트랜드들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한돈소비에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윤리적 가치소비의 배경이기도 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이슈는 소비뿐만 아니라 한돈산업의 기반까지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이미 성큼 다가와 있는 또 다른 새로운 질서 중 하나로 주목해야 할 이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서 당장 시급히 대응해야 할 건 한돈을 포함한 진짜 고기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대체육과의 경쟁은 더 이상 막연한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바로 ‘기후변화’였다. 작년 인기 열풍이 불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기후변화에 밀렸다. 이는 환경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으며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가 더 이상 막연한 위험이 아닌 실질적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개인적 차원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이르게 됐으며 이를 놓칠리 없는 대체육 산업도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로 기존 축산업을 통해 생산된 진짜 고기 소비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대체육과 진짜 고기를 착한 소비와 나쁜 소비로 편 가르기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 같은 새로운 질서의 성격이 더 명확해진다. 즉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이슈에 있어서 다른 나라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양돈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진짜 고기와 대체육간 뚜렷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양돈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들로 산업을 위축시키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전 지구적 과제 속에 한돈산업이 맞게 될 변화와 도전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양돈 선진국들에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양적 성장의 한계와도 무관치 않다. 한국은 지난 21년 사상 최초로 양돈 생산액 8조 시대를 열었다. 출하두수는 21년, 22년 연이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아마도 22년 양돈 생산액 역시 지난해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양적 성장을 말해주는 이 모든 지표들은 지난해까지 역대 최고치를 찍고 이제 내림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생산 규모의 축소 혹은 위축의 흐름은 21~22년 가파르게 증가한 양돈 생산비 상승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그보다 탄소중립과 친환경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상,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을 계속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돈, 새 질서 이끄는 주체 돼야=양적 성장이 주춤해진 지금, 한돈산업은 그럼에도 성장을 멈출 수 없다. 특히 최근 탈 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의 부활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세계 경제의 재편 속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는 식량 안보차원에서도 그렇다. 더욱이 한돈자급률이 70%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국내 생산기반에 있어서는 농가에 대한 규제 강화로, 소비 시장에 있어서는 더 많은 돼지고기 수입을 꾀하며 식량안보의 가치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때문에 이제 다시 한돈 자급률을 얘기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라도 돼지고기 생산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한꺼번에 몰아치는 이 같은 새로운 질서들 속에 한돈산업은 주도적으로 이슈들을 끌고 갈 수 있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가치 소비의 바람, 탈세계화 속에서 단지 대체육의 공격을 방어하고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응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객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새로운 질서들이 가져올 미래의 시대적 가치들을 선점하고 제안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 때 한돈산업의 진짜 지속 가능한 길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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