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특집⑤-고물가‧저성장시대 한돈] 엎친 데 덮친 한돈소비, 트렌드를 앞서가라
[2023년 신년특집⑤-고물가‧저성장시대 한돈] 엎친 데 덮친 한돈소비, 트렌드를 앞서가라
소비자 물가 5% 상승…98년 이후 최대
근래 경험해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닥쳐
가계 실질 소득 ‘-’로…지갑 닫는 소비자
과거 물가 급등기 국내 돈육 소비 뒷걸음
정부 지원까지 업은 대체육 공세도 본격화
저렴한 수입육 유리…한돈 시장 잠식 걱정
알뜰‧가성비가 최대 미덕…생존법도 달라야
코로나로 움튼 가치 소비 강화‧지속 전망
  • by 임정은

코로나 19 직후 한돈산업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소비였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위축되고 대형마트 방문도 줄면서 기존 한돈이 기댔던 주요 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는 결과적으로 한돈 소비에 있어서는 호재가 됐다. 외식은 가정 내 식사로 대체됐고 마침 정부의 재난 지원금으로 가정 내 고기, 그 중에서도 한돈 소비가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9년 26.8㎏에서 20년 27.1㎏으로 21년 27.6㎏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시에 돼짓값은 ㎏당 3천779원서 4천185원으로, 또 지난해 4천722원으로 역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연평균 돼짓값은 5천원을 넘어섰다.

■경기 불황에 도전받는 소비=그런데 이 같은 상승세, 증가세 모두 도전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 주머니 사정이 달라졌다. 소득 대비 물가가 너무 오른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1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5.1% 올랐다. 금융 위기였던 08년(4.7%) 수준도 넘어섰으며 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초 지난해 물가 안정 목표 2%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즉 한국 사회는 근래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중이다. 더 중요한 것은 물가가 이처럼 급등하면서 실질 소득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득은 되레 2.8% 감소했다. 도시 근로자들은 4.7%나 줄었다.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공급망 불안과 세계적 이상 기후 등이 원인이 된 만큼 인플레션은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실질 임금이 전년 동기보다 0.9% 줄었다고 밝혔다. 실질 임금이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실질 소득, 실질 임금이 감소했다는 것은 소득이 물가 상승을 따라 잡지 못했다는 뜻이며 이는 곧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올해도 사정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2023년 경제 전망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52.7%가 현 경제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응답자의 78%는 24년 이후에나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한돈 소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물가 오름세는 당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로 7월(6.3%)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달 20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역시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되겠지만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둔화 폭을 제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 이 같은 경제 상황이 한돈 소비와도 직접적 연관이 있을까? 공교롭게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시기, 즉 지난 98년과 08년은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각각 15.3㎏에서 15.1㎏으로, 19.2㎏서 19.1㎏으로 뒷걸음질 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실제 높은 가격은 한돈 소비의 높은 장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전국 500가구를 대상으로 돼지고기 소비 행태 및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돈 구매를 줄였다는 응답자 중 77.2%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응답했으며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가계에 여유자금이 없어서 줄였다는 응답도 높았다. 또 지난해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식품소비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육류 구입 시 가격을 고려한다는 비중은 20년 10.6%, 21년 15.1%, 지난해 16.9%로 더 올랐다.

이렇다보니 이제 식품 트렌드도 빠르게 고물가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농소모(농촌경제연구원 식품 소비트렌드 모니터)가 선정한 첫 번째 식품 소비 트렌드로 ‘플렉스 대신 알뜰소비’가 꼽혔다. 지난해 대형마트들이 ‘반값 치킨‧탕수육’등 가성비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던 것도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돈 소비 감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값싼 수입육이 한돈 시장을 잠식할 여지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수입 돼지고기를 국내 물가 안정에 적극 활용하려는 듯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장키로 했으며 EU(유럽연합) 돼지고기에 대한 ASF 지역화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더구나 한돈은 수입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수입 쇠고기의 공세도 더 거세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당연히 한돈 소비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인플레이션 시대, 가성비가 최고의 가치인 시대에 맞는 한돈의 소비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치 소비는 계속된다=한돈 소비에 있어서 코로나 시대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국내 식물성 단백질 시장 규모를 보면 21년은 1천310만달러(165억원)로 전년 대비 43.5% 증가한데 이어 22년에는 이보다 28.3% 더 늘어난 1천690만달러(212억원)로 추정됐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코로나 전에는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가치소비 인식이 확산되면서 성장의 기회를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모니터 지속가능성 소비자 조사 결과,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국내 소비자 비중은 20~21년 18% 대에 머물던 것이 22년 28.6%로 급증했다. 영국(41.9%), 독일(40.8%) 등에 비해서는 낮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기후변화와 환경, 동물복지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채식과 대체육 소비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또 최근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과 육류 소비를 줄이는 소비자의 증가가 직접적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뉴스 검색 서비스 빅카인즈를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기후변화와 기후위기 관련 뉴스는 20년(각각 1만6천건, 5천건)과 비교할 때 21년(2만8천건, 1만3천건)과 22년(12월 20일 현재, 2만3천건, 1만4천건) 폭발적으로 늘었다.

코로나로 가치소비의 트렌드가 자리잡고 여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체육 시장에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체육의 공세는 이제부터라는 점이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 직접적인 위기로 다가올수록 기존 축산업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고 대체육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은 더 늘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한 대체육 업계는 더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의 위기가 당장 한돈이 당면할 수 있는 문제라면 기후변화와 대체육으로 인한 한돈 시장 위기는 더 긴 호흡으로 대응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동시에 더 미뤄둘 수 없는 실질적인 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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