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특집⑥-기후 위기 시대 한돈] 한돈 소비도 '좋은 소비'다
[2023년 신년특집⑥-기후 위기 시대 한돈] 한돈 소비도 '좋은 소비'다
지난해 한국 등 세계서 기상 이변 속출
기후 위기 고조될수록 축산업 반감 커져
대체육, 아직 진짜 고기 흉내 수준 그쳐
‘육식=나쁜 소비’ 몰아가 시장 공략 전략
축산업 환경 위해성, 오류거나 부풀려져
육류 소비 죄악시 시각 교정할 필요 있어
환경에 대한 책임도 바른 정보에 근거해야

탄소저감 관련 기술 개발 이제 막 걸음 떼
축산업, 친환경 거듭날 잠재력‧가능성 충분

단백질 덩어리 대체육으로는 대체 불가
간과된 식량‧영양 제공 측면 평가 받아야
일자리 창출 등 사회 경제적 가치 발굴을

축산업, 냄새‧탄소 저감 등 친환경 노력만큼
反축산 반박할 정보‧관련 연구‧홍보도 중요
친환경은 새 시대 핵심 가치, 우리가 주도해야
  • by 임정은

 

사진 :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사진 :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지난해 여름 유럽에서는 철로가 열기를 못 이기고 휘어질만큼 폭염이 맹위를 떨쳤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여름 유럽에서 최소 1만5천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는 집계 내역을 보고한 바 있다.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 여름 독일(4천500명), 스페인(4천명), 영국(3천200명) 등에서 특히 폭염 사망자가 많았다. 미국도 지난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역대급 폭염과 가뭄에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산불 피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동시에 동남부 지역은 폭우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또 파키스탄에서는 석달 연속 이어진 대홍수로 국토의 1/3이 잠기고 1천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7월 폭염에 시달리던 쓰촨과 간쑤에서 돌연 폭우가 쏟아지며 4만여명이 침수피해를 입는 등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기상 이변으로 피해가 막심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서울에 115년만의 폭우가 쏟아졌고 9월에는 태풍 힌남노가 덮쳐 귀한 생명들을 앗아갔다.

매년 피부로 느낄 정도로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는 곳곳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기후 재앙이라 칭할 만큼 기후 변화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인류가, 그리고 한국에도 직면한 실질적인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축산업의 위기도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축산업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육류 광고를 금지키로 한 네덜란드 하를럼시의회의 결정은 기후변화와 축산업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또 세계 최대 낙농 수출국인 뉴질랜드가 지난해 역시 세계 최초로 가축의 트림 등 농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세금을 부과키로 했다. 둘 다 논란은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주류가 돼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공감을 얻을수록 축산업과는 반대로 성장 동력을 축적하고 있는 산업이 바로 대체육이다. 국내서도 최근 대체육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체육은 필연적으로 기존 진짜 고기 시장을 빼앗아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맛이나 풍미 등에 있어서 진짜 고기 ‘흉내’에 머물고 있는 대체육은 제품 그 자체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보다 기존 축산업을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몰고 가면서 대체육을 환경을 위한 선택으로 포장하는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

■기후 위기 주범 근거는 정당한가?=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축산업을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몰고 있는 것일까? 대게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6억5천622만톤으로 이 가운데 에너지 분야가 86.8%로 가장 비중이 크고 농업 분야는 2천105만톤으로 3.2%를 차지한다. 농업 중에서도 가축분뇨처리(500만톤)와 장내발효(470만톤)가 차지하는 비중은 1.4%다. 이 같은 수치만으로도 사실 축산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은 억울하다. 물론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더 크다. 대체육 관련 기사들이 자주 인용하는 FA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71억톤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대체육을 옹호하는 주장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를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축산업 생산 방식으로 늘어나는 고기 수요를 충족하려면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 파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물론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에 축산업도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축산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은 실제 온실가스 배출 비중에 비해 너무 과도하다는 주장도 지금 이 시대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육류 소비를 나쁜 소비와 동일시하는 시각에는 교정이 필요하다. 우선 FAO가 제시하는 14.5%라는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도 축산업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부터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즉 흔히들 생각하는 가축 사육 과정의 온실가스도 물론 포함되지만 사료작물의 재배부터 사료 제조‧운송은 물론 분뇨 처리, 가축 수송, 도축, 보관, 축산물의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모두 포함시킨 수치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정도를 설명할 때 자주 비교되는 교통수단의 배출량은 주행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로만 국한되는 것을 감안하면 공정하지 않은 비교임에 분명하다.

■친환경 잠재력은 과소 평가=그런데 반대로 축산업이 가지는 환경에 대한 순기능 혹은 잠재력은 과소평가 돼 있다. 최근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전과정 측면에서 한우의 환경적‧산업적 특징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주요 연구 결과들을 보면 우분의 퇴비 활용에 따른 탄소 배출 저감 효과와 바이오 가스화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 등이 제시돼 있다. 또 한우를 비롯한 축산업이 경종 농업이나 식품산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을 사료로 활용함으로써 경종 농업과 식품산업에 수익성을 제공하고 폐기물을 처리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최근 축산업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축산업계 진영에서 객관적 연구 결과를 통해 반박하기 위한 이 같은 시도는 더 많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동안 한우, 한돈 등 축산업이 일방적으로 부정확하고 편파적인 연구 결과와 정보 등에 의해 매도된 측면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향후 축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산업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간과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과 연계해 2030년까지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축산환경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저탄소 사양관리, 가축분뇨 처리방식 개선, 축산 악취 개선, 축산환경개선 기반 구축 등을 추진키로 했다. 축산분야 온실가스 저감에 있어서 구체적 목표치와 실행 방안들이 이제 막 제시됐고 관련 기술 개발도 이제 걸음마 단계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메탄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축산분야 기술 개발의 성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해초를 이용해 메탄 배출을 줄이는 연구가 시행되고 국내서도 저메탄 사료 공급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도시가스의 86%는 메탄이다. 당연히 축산분야에서 발생하는 메탄도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독일 BMW는 19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농장과 협력해 소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서도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 등을 이용해 바이오 가스 등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들이 시도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축산업의 환경에 대한 영향과 감축 능력이 고정 불변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 더 개선될 일만 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현 시점에서 축산업에 대한 탄소배출 관련 연구 결과나 탄소 배출 저감 기술 수준에 근거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축 사육두수를, 또 육류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단호하게 부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해 OECD가 파리에서 ‘기후변화 완화에 대한 농식품 시스템의 기여 강화’를 주제로 ‘2022 글로벌 농업포럼’을 개최했다. 기후친화적인 축산업 확대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에서 FAO 측 연사는 축산업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직접 배출과 탄소 포집 측면에서 큰 감축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육종, 동물 건강, 사료 사용 효율, 초지 관리 등 메탄 감축 관행 개선을 통해 신속한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축산업이 가지는 식량‧영양 측면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압력으로 축산에 대한 국제적인 펀딩이 감소하는 중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축산업이 지금보다 환경 친화적 산업으로 나아갈 가능성과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축산업이 식량과 영양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도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한 역할과 가치가 있다면 더욱 그래야 마땅하다.

■사회 경제적 가치 인정받아야=OECD가 최근 발표한 ‘대체육의 기회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은 사료 생산, 가축 사육, 유통 및 판매 영역에서 전 세계 수억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대체육이 기존 축산업을 대체할 때 이 같은 사회 경제적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을까? 대체육 산업이 성장하면 기존 축산업의 위축으로 사라진 일자리 일부가 어느 정도 상쇄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대체육과 축산업은 고용 시장이 다르고 대체육에는 필요하지 않은 도축과 가공 등의 분야에서는 분명 일자리의 순감소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지난 21년 국내 양돈산업 생산액은 8조원을 넘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즐겨먹는 라면(봉지+용기, 2조5천억원)이나 소주(3조7천억원), 맥주(3조4천억원)와 같은 주류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양돈 등 축산업뿐만 아니라 후방산업까지 고려하면 국가 경제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3년 기준, 축산업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양돈이 0.785, 낙농 0.784, 한우 0.752 등으로 전 산업 평균(0.728)보다 높고 생산 유발 계수에 있어서도 양돈이 2.36 등으로 축산의 모든 축종이 전 산업 평균(1.96)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취업 유발계수는 축산업 생산액 10억원이 늘 때 23.5명으로 전 산업 가운데 농림수산품(36.8명) 다음으로 높다. 농업 농촌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양돈 등 축산업이 가지는 사회 경제적 기여도는 더욱 절대적이다. 축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환경에 대한 부담에만 치우쳐있는 지금, 이 같은 사실이 더 많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환경 관련 이슈 주도해야=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이 있다. 양돈 등 축산업이 고용을 포함해 사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관련 정보가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앞서 소개했던 ‘전과정 측면에서 한우의 환경적‧산업적 특징 연구’와 같이 국내 양돈 등 축산업의 가치를 객관적 연구와 비교 분석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시도가 그동안 부족했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대중들에게 보다 직접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축산업을 변호하고자 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미국 양돈협회는 주기적으로 미국 돼지고기 산업의 경제적 중요도를 밝히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양돈산업은 6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570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국 경제의 기둥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또 탄소발자국, 동물복지 등 환경 관련 이슈 등에 있어서도 자체적으로 조사 분석해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토지 사용을 75%, 물과 에너지는 각각 25%, 7% 감축했다는 게 미국 양돈업계의 주장이다.

캐나다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양돈장에서는 3만1천여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직간접적인 고용 창출까지 포함하면 10만3천여개이며 238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03년부터 돼지고기 가치사슬 원탁회의를 시작한 캐나다 양돈산업은 역시나 환경 관련 이슈에서 양돈산업의 환경 부하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시하고 탄소 배출 저감 목표 대비 이후 목표까지 제시하고 있다.

양돈 등 축산업의 가치와 환경에 대한 책임 어느 쪽도 아직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속에서 양돈 등 축산업도 탄소 배출 저감에 있어서 그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축산업에 대한 대체육의 공격과 위협 그로 인한 축산업의 위기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있다는 점에서 먼저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게 순서다. 현재 축산업에 대한 부정 평가와 대체육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언론 기사들의 출처는 대부분 대체육 업계인 경우가 많다.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치게 한 쪽으로 기운 측면이 분명 있다.

우리나라 식문화 속에 차지하는 돼지고기의 의미는 남다르다. 삼겹살은 공히 우리 국민들의 ‘소울 푸드’다.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돼지고기 소비량도 남다르다. 농촌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단백질 덩어리 대체육이 아무리 기술 발전으로 실제 고기에 가까워진다고 해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가치가 분명 있다. 우리가 먼저, 더 많이 그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정보를 생산해내는 것과 동시에 이를 통해 환경 관련 이슈에 끌려 다니고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공격당하는 대신 탄소 중립의 주체가 돼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탄소중립 시대 축산업이 해야 할 탄소 저감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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