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Ⅱ④] 한돈 고급화 소비자 요구이자 시대적 사명
[창간 23주년 특집Ⅱ④] 한돈 고급화 소비자 요구이자 시대적 사명
과지방 삼겹살로 이미지 실추
백신 접종 후 품질 불만 속축
돼지 등급제 10년째 ‘제자리 걸음’
소비자 돈육 구매 갈수록 까다로워
유통, 한돈 품질 차별화 더 주력
품종 다양화 및 숙성육 기술 확산도
국민 원하는 고급 한돈 조속 개발을
  • by 김현구

올해 삼겹살 데이가 20주년을 맞이했다. 겨우내 주춤했던 한돈 소비가 삼겹살데이로 살아나면서 농가 및 한돈업계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반 값 할인 등 삼겹살데이가 남긴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가공물량의 한계로 과지방 삼겹살 이슈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부위별 가공 과정에서 통상 과지방 부위는 제거되어야 하는데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공업체의 비숙련자 작업, 과다한 물량 처리 등으로 과지방 부위 제거가 미흡, 이에 판매업체가 대량의 물량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품질 검수(과지방 여부 등 확인)가 부실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농업 생산액 1위로 도약하고, 농업 리더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한돈업계는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司) 삼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한돈에 대한 충성심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소비자 선택 기준 까다로와져=최근 한돈미래연구소는 소비자들과 영양사를 대상으로 한돈 선호도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좋은 돼지고기의 1순위는 “질좋다” 2순위는“신선하다” 3순위는 “맛있다”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맛있는 돼지고기’의 1순위는 “맛있다” “부드럽다” “신선하다” “고소한 맛” 등의 긍정어가 높은 순위에 언급됐다. 특히 소비자 돼지고기 구입 선택 기준으로는 1순위가 잡냄새 유무, 2순위가 위생상태, 3순위는 유통기한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잡냄새 유무가 선택 기준 1순위로 분석돼,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보다 더 까다로워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돈 품질 불량률 줄여야=축산물품질평가원은 최근 돼지 결함 도체 품질 경제성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공시돈 중 전체 결함 발생율은 7.53%로 나타났다. 결함 항목별 발생율은 △호흡기불량(1.9%) △농양(1.62%), 골절(1.32%) 순으로 조사됐다. 이 중 구제역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농양은 목심과 뒷다리 부위에 여러 형태로 발생하면서 유의적인 도체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0년 이후 구제역 백신 정책 이후 해마다 농양(이상육) 발생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이번 실험 결과와 일치했으며, 농양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도체에 대한 상품적 가치를 크게 하락시켰다.

문제는 한돈 품질의 유통 과정이다. 육가공업체는 주로 돼지고기를 특정 부위가 아니라 두당 지육 단위로 매입하고 있다. 국내 소비 특성상 삼겹과 목살은 업체들의 주 수입원으로써 대부분 냉장 형태로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2015년 구제역 백신 접종 횟수 증가 이후부터 목심에 이상육 발생이 증가, 반품되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한돈 품질 불량은 생산 농가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인도 될 수 있으나, 정부 정책에서도 기인하기 때문에 한돈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특히 이상육 발생의 경우 무침 주사 활용을 통해 감소가 가능, 시급히 무침 주사 확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소비자 요구에 맞게, 정책도 변화돼야=2013년 돼지 등급 판정 개정 이후 10년, 한돈 고급화 및 소비자가 선호하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시대에 맞는 등급 판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돼지 도체 등급 판정 기준을 개정, 기존의 규격등급과 육질등급 등 7개 등급으로 표시했던 것을 1+, 1, 2, 등외 4개 등급으로 단순화 했다. 이에 농가들은 1+등급을 받기 위해 출하 생체중 107kg~121kg, 등지방두께 17mm~24mm를 맞춰서 출하해야 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돼지 생산자‧유통업계‧소비자 모두 현 돼지 등급 판정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는 현행 등급 판정 제도의 기준은 도체중 및 등지방두께만으로 진행되고 있어 돈육의 품질 차이를 설명할 수 없으며, 돈육 품질의 고급화와는 무관하다는 것. 이에 따라 한돈 품질 고급화를 위해서는 품질 평가가 가능한 마블링, 보수력, pH 등 추가적인 형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현 획일적 등급 체계는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품종 및 브랜드 등급 기준이 없어 차별화‧고급화된 제품 생산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현 등급 기준을 의무 적용에서 시장 자율화, 육량 위주(도체중‧등지방두께)의 규격돈‧비규격돈으로 등급 기준 단순화 등 등급 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에 요구에 맞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소비자 및 관련 업계 안팎에서 주장하고 있다.

■농업 1위, 품질도 1등해야=최근 유통업계는 한돈 차별화에 분주하다. 출하물량의 95%가 넘는 YLD(삼원교잡종)을 넘어 버크셔, 흑돈, 두록 등 새롭게 교배를 통해 조성된 계통에서 차별화된 돼지고기가 소비자들에게 선봬고 있다. 일례로 도드람양돈농협은 작년 YBD(요크셔, 버크셔, 두록)를 활용한 프리미엄 돼지고기 브랜드 ‘THE짙은’을 론칭했다. YBD품종은 산자수가 많고 번식능력, 포육능력이 우수한 랜드레이스 대신 육질이 좋은 버크셔를 교잡해 생산성보다 맛에 초점을 둔 품종이다. 도드람에 따르면 출시 6개월 만에 소비자 호평이 이어지면서 구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품종 차별화에 이어 기존 LYD 돼지고기도 숙성 등 각종 차별화를 통해 프리미엄급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한돈 차별화의 노력으로 한돈 맛은 수입 돈육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유명 셰프 ‘강레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세계 각국의 삼겹살을 구워서 시식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는 한돈과 캐나다산, 독일산, 스페인산, 미국산, 칠레산을 구워 품평했다. 그가 말하는 캐나다산의 맛은 괜찮으나 구울 때 누린내가 조금나며, 지방이 없어 퍽퍽하다고 말했다. 스페인산의 경우 수분이 별로 없으나 기름은 많아 고소한 맛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산은 옥수수를 많이 먹인 영향인지 마블링이 좋고 기름이 많아 고소하고 단 맛을 느꼈다. 독일산은 지방이 많고 지방이 많아 육즙이 많이 나온다는 착각을 받았다. 칠레산의 경우 국내와 가장 비슷한 품종 영향인지 육향도 좋고 맛도 좋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한돈의 경우 수입 돈육과 달리 구울 때 기름이 맑고 조직감, 풍미, 맛 등 모든 부분에서 차별화가 느껴진다고 답했다.

이 같이 수입 돈육의 맛은 한돈을 따라가지 못한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수입 돈육보다 빠른 냉장 유통이 가능, 신선함을 무기로 맛도 지속 차별화되고 있다. 이에 한돈 품질은 여느 나라에 못지 않게 높다. 이에 한돈 맛과 품질 1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더욱 프리미엄급으로 품질을 제고하면 한돈 소비는 불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돈 품질은 농업 생산액 1위를 지속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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