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Ⅱ②] 농업 생산 1등 걸맞는 양돈 정책 나와야
[창간 23주년 특집Ⅱ②] 농업 생산 1등 걸맞는 양돈 정책 나와야
구제역 이전 양돈 진흥 정책이 主
FMD 이후 ‘규제’ 중심으로 전환
규제 속출, 지속 한돈 성장 걸림돌
신규 농가 줄고, 폐업 많아 ‘불균형’
양돈, 농촌 경제 선도 산업으로 분석
인-허가 등 각종 규제 완화 바람직
국민‧농가‧정부 윈-윈 정책 제정도
  • by 김현구

한국 양돈업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만큼, 안팎으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2004년 칠레 FTA를 시작으로 자유 무역 협정이 잇따라 체결, 수입육 증가에 따른 피해 품목으로 거론되면서 정부는 축산업 시설 현대화 등 ‘진흥’ 정책을 추진했지만 2011년 구제역 발생에 따라 질병 방역 강화의 일환으로 ‘규제’ 정책 중심으로 돌아섰다.

정부는 한국 양돈업 견제를 위해 의무화(義務化)를 통해 각종 규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규제 속 지난해 8대 방역 시설 의무화에다 올해 6월부터 ‘악취저감시설’ 설치와 ‘슬러리 피트 청소’가 의무화된다. 하물며 축산농가 개인 차량도 등록 의무를 지게 했다. 또 2만규 이상의 농장은 ‘바이오가스시설’을 의무 설치토록 했다. 이에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향후 한돈농가는 지속 줄면서, 한돈 사육두수 기반도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업 리더로 성장한 한돈은 되레 규제에 갇힌 형국이다. 농업 리더로서의 역할을 위해 한돈업의 잇점을 지속 발굴하고, 홍보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규제에 갇힌 한돈업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정부의 反축산 기조=최근 정부가 내놓는 주요 정책은 △가축분뇨법 및 악취방지법 개정 추진 △비료 생산 등록 업체 규제 △축산관련법령 위반자 과태료 및 정책 제외 등 규제로 점철돼 있다. 이에 대해 축산단체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 등 내 놓는 정책마다 反축산, 고장 난 농정 시계라고 꼬집고 있다. 이에 정부 정책이 농가 기반 확대 등 축산 진흥을 위한 정책은 후순위로 밀리고 축산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등이 선순위가 되고 있다.

규제 중심의 농정은 농림축산식품부 내 농민과 함께 가겠다는 농정 철학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정책국이 설립되고, 농축산부 내 수의 관련 직원 증가로 진흥보다는 방역 정책이 주(主)가 되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의 직렬에는 축산직이 없다. 과거 축산직을 농업직과 합하면서 사라진 것이다. 이에 축산 전공과 무관한 출신자들이 축산 정책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현실과 괴리된 동떨어진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정부처가 중심을 잡고 축산업 기반 유지와 규제가 조화되는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규제 중심 속에서도 진흥을 위한 정책 병행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정부 정책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염려되고 있다.

■농가 “정부 규제 너무 많다”=한돈협회는 최근 한돈앱을 통해 지난 1년간 한돈협회 활동사항에 대한 만족도 및 개선사항, 향후 추진해야 할 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한돈농가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농가들은 향후 한돈산업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대응해야 할 사항에 대한 질문에 △분뇨처리 및 환경규제 (27%) △사료값 등 생산비 상승 (22%) △양돈장 인력문제 (13%)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13%) △가축질병 및 방역문제 (12%) △대체식품 (7%) △동물복지 (5%) 순으로 대응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돈산업과 관련해 정부에 가장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 △분뇨처리 문제 해소(24%) △환경관련 규제완화(24%) △방역관련 규제완화(14%) △시설(개보수)자금 지원(13%) △경영자금 지원(13%) △안정적 인력확보(11%) 등으로 조사됐다. 즉 농가들은 환경 규제를 한돈업 지속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농가들은 점점 위축되고 움츠러들며 미래를 걱정하면서 업(業)을 이어 나아가고 있다.

■신규 농가보다 폐업 더 늘어=한돈업의 대표적인 사육 규제인 축산업 허가제 도입 이후 신규 농가수가 급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년) 신규 돼지 사육업을 허가등록한 축산업자는 253호로 연간 평균 84호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돼지 사육 호수는 20년 3월 기준 6천192개소에서 22년 12월 기준 5천695호로 집계, 3년간 497개소가 줄었다. 즉 3년간 매년 평균 84농가가 신규 진입한데 비해 폐업한 농가는 평균 165호로 추산되면서 폐업 농가 수가 매년 신규 농가수보다 2배 많았다. 특히 정부는 최근 축산법 개정을 통해 신규 양돈장 진입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 같은 요인으로 양돈업은 농업의 제1의 품목으로 성장했음에도,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신규 진입은 험난하고, 기존 농가들은 노후화된 축사에다 노령화되면서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다.

■한돈업, 규제 뚫고 농촌 경제 선도=정부의 규제 정책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한돈업이 농촌 경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고 알려야 한다. 한돈산업은 농촌을 지탱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한돈업은 경종농업과는 달리 중간 투입재의 비율이 높은 2차 생산적 성격을 가진 산업이고, 도축과 가공 처리 등 다양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돼지사육과 관련한 전후방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 효과가 일반 경종 농산물에 비해 크다. 축산업에서 양돈 부문의 부가가치율은 48.4%로 가장 높고, 한돈산업의 관련 산업 영향력은 전체 산업 평균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돈산업의 국민경제적 기여도가 입증됐다. 이는 양돈장 경영을 위한 투자뿐만 아니라 양돈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당위성을 가진다는 근거가 된다.

지난 2020년 최승철 건국대학교 교수팀이 분석한 ‘한돈농가의 지역 경제 발전에 대한 효과’ 연구에 따르면 한돈업과 후방 산업 등 다른 산업 부문의 생산을 직간접적으로 유발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영향력 계수’는 1.12로 나타나 전산업 평균인 1.00보다 높았다. 양돈부문의 생산 증가가 전 산업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가 전 산업부문 평균보다 크다는 것. 아울러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정도를 보여주는 ‘지역별 영향력 계수’의 경우도 전 산업 평균보다 큰 것으로 집계됐다. 즉 양돈농가 및 산업이 갖는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돈업은 규제에 갇혀야 하는 산업이 아니다. 규제를 뚫고 나와야 농촌 경제를 보다 더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균형 있는 정책 펼쳐야=현재 한돈산업은 소비 증가를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을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때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마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 돼지고기와 각종 규제들, 고곡물가 등은 양돈 경영을 어렵게 해 많은 농가들을 폐업의 위기로 몰고 있다. 특히 다수의 중소규모 농가들이 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문제는 양돈 생산기반이 흔들리면 구제역 이후 떨어진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을 다시 회복시킬 수 없다는데 있다. 돼지고기 자급률은 한돈산업 만의 문제는 아니다. 돼지고기는 육류 중 가장 소비가 많은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다. 쌀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의 자급률도 식량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정책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규제 양산이 아닌 양돈 경영의 안정대책이다. 사료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올 1분기 돼짓값이 생산비 이하로 형성하면서 농가들은 도산 직전에 몰리고 있다. 이에 돼지 값 안정을 위해 제도화된 경영 안정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돼지 값과 함께 생산비에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생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비가 더욱 그렇다. 일본의 사례처럼 사료가격안정기금 조성 등 사료비 절감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의 각종 규제에 상응하는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규제일변도의 정책은 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규제의 취지를 살려 산업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면서도 동시에 산업을 보호하는 균형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래야 농가도 살고, 소비자도 살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선진 농정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농업 1위에 걸맞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농가와 업계, 정부는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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