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②] 대세가 된 친환경 의무이자 신성장 동력
[창간 21주년 특집②] 대세가 된 친환경 의무이자 신성장 동력
코로나‧바이든 당선 후 탄소중립 세계적 과제
양돈도 사회 일부…시대 화두인 친환경 주목을

양돈, 규제‧민원에 등 떠밀린 친환경으론 한계
퇴앱비 수요처 농경지 점차 감소…대안 절실
분뇨 자원화 외 환경적 가치 多, 적극 발굴을

채식이 지구 구한다? 대중교통 이용이 더 효과적
대체육 대응 ‘축산=온난화 주범’ 인식 개선 시급
가짜 고기가 대체할 수 없는 양돈 가치 알려야
  • by 임정은

기업에 ESG가 새로운 생존 전략이라면 그럼 한돈산업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돈업이 지금 ESG를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또 너무나 명확하다.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기도 하지만 ESG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시대적 화두인 때문이다. 한돈산업이 사회와 동떨어져 작동하고 발전하지 않는 한 ESG의 관점에서 한돈업의 현재를 점검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해보는 것은 한돈업에 있어서도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친환경,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국내 ESG 경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다. 그렇다고 ESG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낯선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ESG의 가장 첫 글자이자 ESG의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는 E(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넓게 확보된 분야이다. 특히 코로나 19에 대한 경험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 건강에 대한 중요성에 눈 뜨게 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은 세계를 탄소 중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묶었다.

파리기후협약은 세계 196개국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목표 아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키로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과 함께 파리협약 복귀를 선언하면서 탄소중립을 향한 범지구적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됐다. 최근 전 지구적 이상 기후와 자연 재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 세계적 코로나 19 팬데믹은 기후변화와 ESG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실현하고 있을까? 세계적으로 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는 MS(마이크로 소프트)와 아마존이 주로 거론된다. MS의 경우 10억 달러 규모로 ‘기후 혁신 펀드’를 조성해 탄소 제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탄소 중립’(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를 통해 탄소 배출량 이상 흡수량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년 기후협약에 서명한 아마존의 경우 파리 기후 협약에서 목표로 하는 2050년보다 10년 앞당긴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화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이를 위해 30년까지 총 10만대의 배송용 전기차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서도 최근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생산 및 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탄소 저감 계획은 이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 소비재 생산‧유통회사들은 친환경 포장과 전기차 배송, 리필 전용 매장이나 포장지 없는 매장 등을 도입 시행하는가 하면 최근 기업들은 앞 다퉈 친환경 기술‧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단순히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뿐만 아니라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 썩는 플라스틱, 친환경 자동차 및 부품, 재활용 기술 등을 개발,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은 시대적 가치가 된 친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분뇨 가치의 재발견=ESG가 아니더라도 이미 양돈업에도 환경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무엇보다 분뇨 때문이다. 돼지 사육두수와 함께 분뇨 발생 역시 빠르게 증가해왔다. 전체 가축분뇨 발생량은 08년 4천174만톤에서 19년 5천184만톤으로 24.2% 증가했는데 이 중 돼지 분뇨가 40%(2천72만톤)로 가장 많다. 분뇨 처리는 12년부터 해양배출이 전면 금지된 이후 정화방류와 자원화 위주로 처리돼 왔으며 현재 90% 이상 퇴액비화 해 농경지 등에 살포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늘어나는 냄새 민원과 퇴액비 살포를 통한 토양의 양분 과잉문제는 친환경 시대, 양돈업의 설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거기다 최근에는 농경지 감소(논밭 면적 2000년 188만9천ha→20년156만5천ha, 17%↓)로 퇴액비의 수요처가 줄면서 분뇨 처리의 새로운 대안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ESG 실천에 있어서 기업들의 친환경 행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착한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가치 실현을 통해 그것을 미래 먹거리로 발전시키거나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실천하려 한다는 점이다.

양돈에 있어서 친환경의 가치 역시 그렇다. 정부 규제와 주변 민원에 등 떠밀린 친환경으로는 멀리 가기 힘들다. 물론 경축순환 농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사회와의 공존공생을 위해 고품질의 퇴액비를 생산하고 냄새 저감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거기서 머물러서는 늘 친환경 이슈에 쫓기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이 중 농업 분야는 축산과 벼농사를 중심으로 저탄소 농업 실천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가축 분뇨 신재생 에너지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는데 올해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기존 6개에서 8개로 늘리기로 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기준 바이오 가스 플랜트가 1만1천여개소에 이르며 이를 통해 163개의 바이오 에너지 자립 마을이 운영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가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바이오 가스는 분뇨 등 유기물이 혐기성 소화를 거쳐 발생하는 가스로 메탄가스를 주성분으로 하며 발전이나 도시 가스로 활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 및 공공처리시설이 호기성 소화와 퇴액비화하는 과정에서 냄새 민원을 유발하고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데 비해 밀폐형 혐기성 소화를 통한 바이오 가스화는 냄새 발생을 줄이고 메탄가스를 포집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가축 분뇨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분뇨가 친환경 시대를 되레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체육 문제 팩트체크가 먼저다=최근 기업들의 ESG 경영 및 친환경 이슈와 관련해서 양돈업계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대체육이다. 공장식 축산을 통한 환경오염과 가축 전염병의 발생, 대규모 살처분과 열악한 사육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탄소 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 달성 측면에서도 육식이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1㎏의 동물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식물성 단백질의 6배 이상으로 육식이 온실 가스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한달에 두 차례 채식 급식을 제공키로 하는 등 학교에서도 채식 급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환경과 기후 위기에 맞서 육식을 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얼마나 보편성을 얻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특히 ESG가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식품 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대체육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농수산유통식품공사에 따르면 18년 기준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44억달러이며 23년까지 연평균 6.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 세계적 추세이며 특히 그동안 대체육 시장이 비교적 적었던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 양돈 등 축산업계도 대체육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체육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만큼 최근 육식에 대한 반감과 이를 놓치지 않는 대체육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돈 등 축산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로 잡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축산업이 곧 지구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18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7억2천760만톤으로 이 가운데 농업 분야가 2천120만톤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약 2.9%, 또 그 중에서 축산이 940만톤으로 단 1.3%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 영국 리즈대 연구팀은 개인이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 10가지를 추려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동차 이용하지 않기로 한 사람이 연간 2.04톤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채식도 그 방법 중 하나지만 그 양은 0.8톤으로 자동차 이용 안하기의 절반도 안 된다. 대중교통 이용하기(0.98톤)나 장거리 여행 안하기(1.98톤) 등에 비해서도 미미했으며 냉난방 줄이기(0.795톤) 정도의 효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육식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처럼 취급받는 것이 정당할까?

지구의 날이었던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축산업과 육류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이다’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가졌고 언론들은 이 문구 그대로를 제목으로 기사들을 쏟아냈다. 일방적인 주장과 구호 속에 양돈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는 더욱 굳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만큼이나 제대로 된 현실을 알리는 일은 더욱 시급한 일일 수밖에 없다.

또한 대체육은 그렇게 친환경적인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실제 대체육은 일종의 가공품으로 맛을 위해 수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건강에 과연 이로운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되레 축산업이 장기적으로 배양육에 비해 지구 온난화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 같은 사실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돼지고기, 한돈, 그리고 양돈업이 가진 가치에도 주목하도록 해야 한다. 대체육으로는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진짜 고기만의 경쟁력이 분명 있다. 거기다 농촌경제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나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뇨지만 동시에 자연순환 농업의 핵심이며 나아가 탄소 중립에 기여할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오히려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주요 자원이라는 점 역시 우리가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각시켜야 할 사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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