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년특집⑥] 한돈을 더 한돈답게 할 때 승산 높아
[2024년 신년특집⑥] 한돈을 더 한돈답게 할 때 승산 높아
기후 위기, 대체육 성장에 ‘날개’
육류 시장 곧 대체육 차지 전망도
국내 기업들도 시장 공략 본격화

앞서간 미국‧유럽선 회의론‧잡음 커져
고물가 시대, 고가의 대체육 한계 확인
국내 소비자엔 낯설고 맛‧가격 불만도
환경 부담 줄일 축산업 잠재력 재평가
대체육 상품 가치, 맛보다 친환경 치중
승부는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으로 결정
한돈의 가치 차별화‧극대화로 승부 바람직
  • by 임정은

아직 피부로 느껴지는 위기는 아니지만 한돈소비에 있어 가장 재앙적인 미래는 대체육이 진짜 고기를 대체한 경우일 것이다. 그런 전망도 없지 않다.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2040년에는 전체 육류시장의 60% 이상을 대체육이 차지할 것이라는 시장 조사 기관의 전망은 이미 여러 차례 관련 기사들에서 언급된 바 있다.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대체육 산업의 태동과 성장의 주된 연료였다. 그런 만큼 최근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는 대체육 산업의 필연적인 성공을 예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 정말 대체육과 진짜 고기의 승부는 이미 결론이 난 것일까?

■국내외 대체식품 산업 현황=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2년 기준 국내 대체식품 업체는 239개로 이 중 생산업체가 178개사, 수입업체가 61개사이며 국내 유통되는 대체식품은 1천28개(국내 생산 796개, 수입 232개)다. 코로나 19는 국내서도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년 446톤이던 대체식품 수입량은 2020년 1천540톤으로, 21년에는 2천638톤으로 불과 2년 사이 6배 가까이 늘어 코로나 시기 늘어난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앞 다퉈 대체식품을 출시,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세계푸드는 돼지고기 대체품으로 ‘베러미트’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이 밖에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여러 식품 대기업들이 최근 신제품 출시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곧 이들 대기업들에게 있어 대체식품이 미래 유망산업이자 미래 먹거리라는 판단과 전망이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대체식품은 미래 성장 산업으로 인식돼 왔다. 세계 식물성 육류식품의 시장 규모는 22년 기준 79억 달러로 추정되며 23년 이후 연평균 14.7% 성장, 27년에는 14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체식품 전문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비욘드 미트는 09년 미국에서 식물성 대체식품 기업으로 설립됐으며 다른 대체식품 회사인 임파서블 푸드, 잇저스트 역시 대체식품 전문기업이다. 아울러 네슬레, 켈로그 등 글로벌 식품 기업들도 식물성 육류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체육의 경쟁력=대체식품에 대해 이전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7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7.4%가 ‘전혀 모른다’ 혹은 ‘잘 모르지만 들어본적 있다’고 답해 대체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비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대체식품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맛이나 식감, 그리고 비싼 가격대를 지목했다. 일반적으로 식품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맛이나 식감이 대체식품의 취약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보다 대체육 산업이 더 앞선 미국 등에서도 여전히 맛과 가격 그 두 가지 핵심 상품 가치에서 대체육은 쓴 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해 비욘드미트는 2분기 순수익이 전년 대비 30.5% 급감했다고 보고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시대, 비싼 가격은 대체육 경쟁력에는 치명적 약점이 됐던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빈약한 맛과 비싼 가격에도 지금까지 대체육 산업이 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데 진짜고기보다 우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체육이 고기 맛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첨가제를 필요로 하는 초가공식품의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의 식품마케팅연구소 조사 결과 2020년만해도 소비자의 50%가 대체육을 건강식품으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그 비율이 38%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배양육은 어떨까? 현재로서는 월등히 비싼 가격과 소 태아 혈청을 사용하는데서 오는 윤리적 문제,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점 등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데 환경과 식량 안보차원에서 보면 식물성 대체육보다 배양육이 축산업에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오는 2040년 대체육이 세계 육류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진짜 고기를 압도하며 동시에 2030년을 기점으로 배양육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바 있다.

현재 배양육의 상업적 판매를 승인한 나라는 싱가포르와 미국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합류할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식약처는 이미 세포‧미생물 배양 기술을 통해 개발한 배양육을 식품원료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달 국내 한 배양육 스타트업 기업은 독도새우 배양육에 대해 식약처에 상업화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성장통 혹은 실패의 전조=대체육 산업의 초기 성장통일까 아니면 결국 실패한 시도로 끝날 징조들일까? 대체육 산업이 커갈수록 회의와 현실적 한계, 반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대체육 산업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유럽 내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배양육 금지법이 지난해 11월 의회를 통과했다. 또 프랑스에서는 공화당이 배양육 상업화 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대체육 제품 라벨 표기 문제는 더 시끄럽다. 폴란드에서는 농업부가 지난달 식물성 육류 제품 라벨에 고기를 연상케 하는 단어를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으며 이미 프랑스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금지토록 했다. 미국에서는 대체식품에 모방이라는 단어를 표시토록 하는 리얼미트법이 지난해 발의됐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에서는 축산업의 입김이 작용한 잡음이라고 지적하지만 대체육이 가진 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객관적 연구 결과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대체육이 진짜 고기를 압도할지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대체육의 가치에 대한 의문과 회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축산업이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여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대체육의 태동과 성장, 그리고 미래 가능성 모두 기존 축산업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와 관련, FAO는 축산업의 온실가스 저감 로드맵을 발표했다. FAO는 세계적으로 향후 동물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전 세계 축산 시스템에서 온실 가스 배출을 시급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축산업에 있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가축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동물 건강 개선과 식품 손실 및 폐기물 감소 등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방점을 뒀다. 축산업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 것이다. 대체육 기술만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축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으며 관련 기술 개발 성과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결국 대체육과 진짜 고기의 최종 승부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좌우한다. 대체육은 아직 식품으로서 한돈과 경쟁할 수준에 오지 않았다. 대체육이 먹거리이면서 정작 맛보다는 환경에 대해서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대체육 업계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체육도 한돈도 소비자의 선택이 지속 가능성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한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보다 더 맛있는 한돈, 차별화된 한돈,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한돈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들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한돈을 더욱 한돈답게, 그 속에 대체육의 거센 공략을 이겨낼 근본적 해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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