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년특집①-프롤로그] 한돈 양적 성장 정점, 안정적 소비가 지속 담보
[2024년 신년특집①-프롤로그] 한돈 양적 성장 정점, 안정적 소비가 지속 담보
시대 변화 따라 소비 환경도 달라져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한돈도 위축

수입육, 맛‧가치 차별화로 한돈 넘봐
시장 개방 연차 쌓이며 전략 고도화

기후위기에 물 만난 대체육, 시장 위협
한돈, 출산율 최저-최고속 고령화 대비를
  • by 임정은

산업도 수명주기라는 게 있다. 사람의 일생처럼 산업도 태동(개발), 성장, 성숙, 그리고 쇠퇴까지 일정한 사이클을 갖는다는 이론이다. 국내 양돈산업은 60년대 말 태동기를 지나 그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수치로만 본다면 여전히 성장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 몇 년 우리 양돈산업은 깰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양적 성장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상 최고, 최대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양돈산업은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이 곧 한계를 맞을 미래를 감지하고 있다. 산업의 수명주기 상으로 본다면 성장 단계를 지나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겠지만 문제는 성숙의 단계가 그냥 오는 게 아니라는데 있다. 성숙의 단계가 아니라면 남은 미래는 쇠퇴뿐이다. 그래서 지금, 한돈산업은 다시 한돈의 소비를 주목해야 할 때다.

일반적으로 산업의 수명주기를 결정하는 것은 수요다. 한돈산업 역시 지금까지의 빠른 양적 성장 대신 안정적인 산업의 지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성숙의 단계로 넘어가는데 있어서 안정적 수요, 시장은 필수적이다. 한돈산업의 과거 빠른 성장기를 돌아봐도 수요가 한돈산업의 성장기를 이끌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증가한 돼지고기 소비량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한돈산업의 성장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미래도 마찬가지다. 시장과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한돈산업을 둘러싼 변화의 흐름들이 일제히 한돈 소비의 위기를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한돈산업이 지금 다시, 한돈 소비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비가 한돈산업을 살렸다=현재 한돈산업은 규모면에서 최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 있다. 성장의 속도도 빨랐다. 현재 돼지 사육규모는 1천100만두대로 지난 2000년(821만마리)과 비교할 때 40% 가까이 늘었고 당연히 돼지고기 생산량도 71만여톤에서 현재 100만톤을 훌쩍 넘어서는 빠른 성장속도를 보였다. 이 같은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지난해 처음 30kg을 넘어선 1인당 소비량은 2000년(16.5kg)만해도 현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시장이 있었기에 국내 양돈산업의 생산 규모는 3배(2000년 2조3천720억원→19년 6조3천924억원)규모로 컸다.

그리고 22년 양돈 생산액은 처음으로 9조원대에 진입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지난 21년 8조5천억원으로 처음 8조원대에 진입한 양돈 생산액은 일년만에 다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돼지 도축물량은 16년부터 매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돼짓값도 줄곧 호조를 보이며 물량과 가치 모두 사상 최고치였기 때문에 가능한 성장이었다. 코로나 19 기간 돼지고기 소비는 19년 26.8kg에서 20년 27.6㎏, 21년 27.6㎏, 그리고 22년 30.1㎏으로 연거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소비 시장의 확대는 양돈 생산규모가 급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도전받고 있는 한돈 소비=그런데 한돈 소비가 위태롭다. 저성장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올해 역시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그에 따른 소비 시장의 위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직전 코로나 19 시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소비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각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적 완화를 통해 돈을 풀었고 지원금도 뿌리면서 소비를 북돋았고 그 결과 가정 내 소비를 중심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긴축 기조와 함께 찾아온 경기 침체는 소비 시장을 가라 앉혔다. 여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면서 소비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변화도 있다. 지속적으로 돼지고기 소비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수입육이 그렇다. 코로나 시기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는 결국 수입육의 증가였다. 시장 개방 이후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수입육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잠식해 왔는데 코로나 시기 돼지고기 소비량 증가는 수입육의 시장 잠식을 더 가속화했다. 이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게 당장의 숙제다. 동시에 수입육의 시장 입지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수입육은 지금까지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면 이제 전방위에서 한돈과의 경쟁이 가능토록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로 가격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수입육의 한국 시장 공략은 더 수월해졌다. 그런데 가격 이외에 맛, 더 나아가 가치소비까지 수입육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경쟁 상대는 수입육뿐만 아니다. 대체육도 있다. 한돈소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위협이 될지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진짜 고기를 줄여야 한다는 연구나 주장들과 함께 대체육에 대한 회의론이나 친환경적 측면에 대한 반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대체육 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고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코로나 19 이후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계기로 대체육 산업은 공세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여전히 진짜 고기 대비 열세로 지목되는 맛과 가격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 축산업에 대한 반 환경, 기후변화 주도 산업의 이미지 덧씌우기는 이미 본격화됐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갈수록 약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축산업계에는 더 두려워해야 할 경쟁상대로 떠오를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다 한돈소비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처한 인구학적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출산율의 하락은 총 인구의 감소를 의미하는 동시에 고령 인구 비중이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국내 소비 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의식주 시장은 인구 구조와 밀접한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먹거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돼지고기도 인구학적 변화의 영향권이라 할 수 있다.

한돈 소비 시장은 한돈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다. 그렇기에 한돈 소비 제고는 더 이상 새로운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 한돈 소비를 둘러싼 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다시 한돈 소비 문제를 새롭게 인식, 한돈 시장의 현실을 점검하고 문제들을 파악, 미래를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들을 주목해야 하는지, 무엇이 한돈 소비의 위기들을 만드는 지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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