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년특집②] 저성장 고금리 시대, 소비는 '산 넘어 산'
[2024년 신년특집②] 저성장 고금리 시대, 소비는 '산 넘어 산'
가계 부채가 소비 최대 악재
이자 과다 지출 가구 비중 급증
소비자 절반 “씀씀이 줄일 것”
美 금리 내려도 韓 고금리 계속
저렴한 수입산이 소비 대체 우려
홍보 강화로 시장 활력 유지해야
저돈가 대비 농가 보호책 강구도
  • by 임정은

한돈 소비 시장은 당장 올해 전망도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CCIS)는 지난해 8월 이후 11월(97.2)까지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소비 부진이 지속될 우려를 높였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국내경기는 하반기 이후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민간소비의 회복모멘텀은 당초 예상보다 약한 모습이라며 민간소비는 고금리·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다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한돈 소비는 지난 한해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저조한 소비와 수입육의 공세 속에 힘든 한해를 보내야 했다. 그런데 올해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부진한 민간 소비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한돈 소비 침체의 부담은 누적되고 한돈 가격의 하방 압력은 가중될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가계부채, 소비 최대 적=한국은행은 24년 물가 전망과 관련,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요측 압력이 둔화된다는 점을 하나의 근거로 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달 7일 발표한 ‘12월 경제동향’에서 소비에 있어서 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감소 내지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것도 내수 부진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내년도 민간 소비를 비롯해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그 중에서도 최근 LG 경영연구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1.8%로 제시하며 민간소비(1.5%)의 경우 지난해(1.8%)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전망보다 더 비관적으로 예측한 것인데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며 특히 높은 물가와 금리로 가계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점쳤다. 미국이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지만 연구원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는 내년 중반에야 시작되고 그 폭도 1% 포인트보다 작을 것이라며 한국의 정책금리 인하는 이보다 더 늦고 폭도 미국보다 작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국내 가계 부채는 민간 소비를 제약하는 주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가계부채 현황 및 위험요인’이란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되는 경우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07년 이후 주요국과 가계부채 변동폭을 비교해본 결과 중국, 태국에 이어 세번째로 상승폭이 컸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가계 부채는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며 다른 쪽으로 나가는 소비를 줄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 이자지출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 비중이 19.6%에 달했다. 1년 전 11.6%서 크게 오른 수치다. 연구원은 이처럼 이자를 과다 지출하는 가구가 많이 늘어나면서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씀씀이 더 줄이는 소비자=소비자 조사에서도 이 같은 가계 소비의 위축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4 국민소비 지출 계획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1천명 가운데 52.3%가 소비 지출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고물가 지속(43.5%), 실직 우려 증가 또는 소득 감소 예상(13.1%)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협회는 이와 관련, 과도한 부채 부담과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소비 기반이 취약한 상황으로 24년에도 소비 지출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고금리 시대 더 취약한 한돈=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한돈 소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개최한 농식품 소비행태 변화 학술 토론회에서 김민경 건국대 교수는 금리가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 판매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고금리 1(17년 1월~19년 6월), 저금리(19년 7월~21년 7월), 고금리2(21년 8월~22년 12월) 시기의 축산물 구매 시 고려 사항을 비교한 결과 고금리 시기 가격을 중시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저금리-28.89%, 고금리 1-31.16%, 고금리 2-35.95%)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비자 패널 2천403명의 돈육 구매 행태를 조사한 결과 한돈 삼겹 구매 비중은 21년 44.38%서 22년 37.58%로 낮아진 반면 국산 전지는 31%서 33.23%로, 수입 삼겹은 7.28%서 12.35%로 증가했다. 금리가 인상된 21년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앞다리살과 수입 삼겹살로 소비가 옮겨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지난해 한돈 삼겹살 재고는 증가한 반면 수입 삼겹살과 한돈 전지의 재고는 급감하며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김 교수는 금리 인상 등 경제상황 변화로 가구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할 때는 할인행사 등을 통해 국내산 축산물 소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동시에 소비자들이 축산물 구입 시 품질을 첫 번째로 고려하는 만큼 품질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국산 축산물의 입지가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동안 누적된 한돈 소비 침체의 여파로 한돈 시장의 부진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농가 보호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돼짓값은 5천원도 넘기지 못했다. 연말 특수는커녕 가을 불황기 수준의 저조한 시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한돈 소비 침체 장기화로 가격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때문에 올해 한돈 시세가 생산비 이하를 지속할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농가의 경영 안정성을 위한 대비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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