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년특집⑤] 늙어가는 한국, 한돈 소비까지 저무나
[2024년 신년특집⑤] 늙어가는 한국, 한돈 소비까지 저무나
인구 구조 변화로 소비 저변 위축
고령화 세계 1위, 2050년 40% 넘어
노인층 돈육 소비 평균 1/3 수준 불과
고령화로 쌀소비 19% 줄 때 돈육 36% ↓
1인 가구 비중 최대 ‘싱글 노믹스’ 대세
1인 가구 육류 지출 최저…간편식 선호
한돈 소비, 다인 가족 중심서 개인화로
생산서 유통까지 다양성‧편의성 강화해야
고령친화식품‧간편식 통해 시장 유지를
  • by 임정은

한돈산업이 지속해야 할 미래 한국의 모습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너무도 명확한 흐름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저출산 고령화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세계 어느나라보다 심각하다는 저출산 문제가 우리 경제의 저성장을 불러올 것이란 경고가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 사회는 점점 더 늙어갈 전망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72년 47.7%까지 치솟아 역시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72년 고령자 비중이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벌써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2년 1인 가구수는 750만2천가구로 역대 최대치며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5%로 가장 많았다. 05년만해도 1인 가구 비중은 20% 선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1인 가구수는 972만가구로 통계청보다 훨씬 더 많다.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는 더 증가할 것이며 그래서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가장 주된 가구 형태일 것이란 점이다. 낮은 혼인율과 1인 가구의 증가, 저출산, 그리고 고령화까지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인구 구조의 변화 양상이 미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인구 구조가 중요한 것은 이에 따라 의식주와 관련된 소비 시장도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싱글 노믹스’가 대세가 된 지금, 먹거리도 예외는 아니다.

■1인 가구와 한돈 소비=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분류했더니 29세 이하(19.2%), 70대 이상(18.6%)의 비중이 가장 컸다. 그런데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를 분석해보면 1인 가구는 육류에 지출하는 금액이 다른 형태의 가구보다 현저히 적다. 지난 3분기 기준 1인 가구의 한달 평균 육류 지출액은 2만9천원이었다. 이에 비해 2인 가구는 7만8천원, 3인 가구는 9만5천원으로 1인당으로 계산해보면 2~3인 가구의 경우 가구원 1명당 육류 지출액이 각각 3만9천원, 3만2천원 수준이다. 1인 가구는 2~3인 가구에 비해 육류 지출이 10~26% 가량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구주 연령대별로 가구의 육류 소비 지출액을 분석해봤더니 50대, 40대 그리고 30대 순이었으며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20대와 60대 이상에서 가장 적었다. 1인 가구의 경우 젊은 층과 고령층 모두 다른 형태의 가구보다 육류에 대한 지출이 적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1인 가구의 소비 행태가 모두 같다고 말 할 수는 없다. 1인 가구가 젊은 세대와 고령층이 주를 이루는 만큼 소비 패턴도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한돈의 소비가 주로 가정에서 집밥을 주로 해먹는 3인 이상 가구에서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지금의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는 그 자체로 한돈 소비에는 결코 긍정적 변화가 아니다. 그런데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것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와 한돈 소비=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현재 18% 수준이지만 향후 빠르게 늘어 25년에는 20%를 넘어서고 35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령화는 1인 가구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봐야한다.

육류는 다른 식품에 비해 연령에 따른 소비량의 차이가 큰 품목 중 하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1년 기준 국민 전체 하루 평균 돼지고기 소비량은 46.38g인데 19~29세(67.54g)가 가장 많고 △12~18세(66.54g) △30~49세(56.46g) △6~11세(49.36g) △50~64세(38.6g) △3~5세(27.68g) △65세 이상(18.11g) 순으로 고령층은 전 세대 중 1~2세를 제외하고 돈육 소비가 가장 적은 연령대다. 전반적인 음식 섭취도 감소하지만 특히 고기는 고령층에서는 섭취가 쉽지 않아 더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령층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한다면 한돈 소비도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1년 발표한 우리 국민의 식품·영양 섭취 트렌드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품 섭취량은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2067년까지 17년 대비 20~40% 줄고 이 중에서도 돼지고기는 36.2%, 쇠고기는 45.4% 각각 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다른 품목(쌀 19.3%↓, 배추 17.2%↓)과 비교할 때도 월등히 높은 감소폭이다. 인구 감소는 다른 품목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한다는 것은 고령화를 특징으로 하는 향후 인구 구조를 반영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돈의 과제=이 같은 변화들을 다른 차원에서 정리해보면 한돈 소비가 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인 가구가 주요 가족 형태가 되고 1인 가구 내에서도 연령대에 따른 뚜렷한 소비 패턴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향후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한돈의 과제가 보다 명확해진다. 수입육 등 경쟁육류 대비 한돈의 차별화와 같은 기본적인 과제 외에 앞으로 다양성과 편의성의 가치는 더 중요해지게 되는 것이다.

농경연은 지난 2020년 육류 소비 행태 변화와 대응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응한 과제로 육류 생산의 다양성과 소포장의 신선 포장육 육류 공급체계 구축을 통해 국내산 육류의 유통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제안한바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도 있다. 바로 간편식 시장이다. ‘싱글 노믹스’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품목이 밀키트 등 간편식이기도 한다. 고령자는 더욱 간편식을 필요로 한다. 고령자의 경우 직접 조리도 쉽지 않을뿐더러 식욕도 부진하고 저작능력이 약해 영양 상태가 불균형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도 고령자들의 적절한 영양 섭취를 위해 고령친화식품산업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간편식 시장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문제는 간편식에 사용되는 돼지고기의 원산지다. 신선육에 비해 가공품은 수입 원료육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고 수입육이 유리한 측면도 있어서다.

지난 2021년 농경연이 국내 가정간편식 산업의 국내산 원료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돼지고기의 경우 국내산 사용 비중이 85.5%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조사 시점 2020년 기준으로는 그랬다. 그런데 업체를 상대로 설문을 해본 결과 한돈은 ‘필요한 물량을 적시에 대량으로 납품받을 수 없다’는 점과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불만이 가장 컸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는 것은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간편식 시장을 한돈 소비의 확대로 연결시키기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한돈의 장점인 신선한 고품질의 이미지를 살린 차별화된 한돈 육가공품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 육류수출협회는 지난해 한국에 출시한 미국산 돼지고기 간편식의 매출 증가 성과를 내세우며 향후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한국의 1인 가구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신선육에 비해 간편식은 수입육의 저렴한 가격이 더 막강한 경쟁력일 수밖에 없다. 원료육 시장에서 한돈의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품업계와의 공조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인구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한돈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를 필요로 하는 쉽지 않은 숙제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그냥 눈 감고 모른척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장 주된 변화중 하나라는 사실 또한 명확하다. 결국 한돈 소비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일이며 이는 곧 한돈 미래 존립 기반을 더 크고 단단히 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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