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년특집④] 한돈 '식도락 문화' 계승 발전해 경쟁력 높여야
[2024년 신년특집④] 한돈 '식도락 문화' 계승 발전해 경쟁력 높여야
돈육 소비량 30kg 시대 진입
한돈보다 수입육 소비 증가로
냉장 삼겹 수입 급증, 한돈 위협
고급‧차별‧다양화로 수입육 맞서
구이 중점 식도락 문화 확대 시급
친환경‧동물복지 등 가치 강조도
한돈 가격 급등은 소비자에 부담
품질 중점 고급화 패러다임 부각을
  • by 김현구

지난 03년 FTA 체결 이후 한국은 현재 세계 돼지고기의 각축장이 됐다. 전세계 6개 대륙 중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4개 대륙서 돼지고기가 수입되고 있는 것이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유럽(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핀란드), 북아메리카(미국, 캐나다, 멕시코), 남아메리카(브라질, 칠레), 오세아니아(호주) 등에서 연 40만톤 규모로 돈육 수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정부의 돈육 할당관세는 냉장 돼지고기 증가를 불러오면서 한돈의 큰 위협이 됐다.

한돈업계는 수입 돈육 홍수 속 고급화‧차별화‧다양화를 통해 맞서고 있다. 특히 한돈 ‘식도락’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여전히 우위에 있다. ‘식도락(食道樂)’이란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한돈의 경우 굽고, 볶고, 삶고 등등 다양한 요리법을 통해 문화로 계승 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식도락 문화’도 지난해 한돈 소비자 가격은 소비 저항선을 넘기면서 한돈 소비 정체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에 업계는 식도락 문화를 바탕으로 한돈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나, 높은 가격은 한돈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입 돈육의 거센 도전=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2년 주요 농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돼지고기 30.1㎏, 쇠고기 14.9㎏, 닭고기 14.8㎏으로 육류 합계 59.8㎏을 기록했다. 특히 돼지는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으며 전년도 27.6㎏ 대비 9.1%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한돈 소비량 증가세보다 수입 돈육 소비가 더 큰 폭으로 증가, 빛 좋은 개살구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냉장 수입 삼겹살이 한돈 시장을 연중 내내 위협했다. 냉장육 수입량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3만1천톤을 기록,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마트에서 수입 돈육 판촉 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냉장 삼겹살 인식을 크게 높였다. 특히 한돈 성수기에 할당관세 물량이 집중되면서 한돈 소비를 방해하는 등 수입 돈육의 거센 도전은 한돈 소비에 큰 경쟁자로 부상했다.

■한돈 고급화‧차별화‧다양화로 맞서=냉장 등 수입 돈육이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돼지고기 외식 현장에서는 고급화‧차별화‧다양화 노력이 분주하다. 한돈 차별화에 성공한 돼지고기 전문점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 연일 손님들이 꽉 들어차고 있다.

서초동의 한 돼지고기 전문점. 연말이라 그런지 예약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 같은 건물에 빈 점포가 수두룩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이 곳만 사람들로 붐빈다. 5시부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금새 북적북적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소리와 맛에 감탄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곳 돼지고기의 차별화 무기는 ‘숙성’. 14일간 숙성을 통해 돼지고기의 감칠맛을 높였다.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돼지고기를 구워주는 곳이다. 이에 이 돼지고기 전문점은 한돈 숙성을 무기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돼지고기 전문점은 외관부터 고급스럽다. 요즘 젊은 세대에 맞춰 주류도 소주가 아닌 와인도 판매하고 있다. 메뉴는 명품 오겹살부터 숙성 목살, 돈마호크, 덜미살(또들살), 안심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모듬도 판매한다. 이 곳의 차별화 포인트는 ‘고급화’다. 특히 구이용으로 안심도 판매하고 있다. 안심을 먹었을 때, 퍽퍽한 느낌이 아닌 부드러운 식감이 든다.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고급화를 무기로 다양한 메뉴, 그리고 맛의 차별화를 통해 이 곳 역시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최근 몇 년전부터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불판에 은박지를 쒸워 냉동 돼지고기를 굽는 가게가 많아졌다. 서초동 부근 이 곳 역시 오랜 냉동 돼지고기 판매점으로 인기 많은 곳으로, 유행까지 겹치면서 더 사람이 북적인다. 이 곳 냉동 돼지고기는 그냥 얼린 것이 아닌 급속 냉동이다. 즉 냉장을 급속 냉동해 얼렸기 때문에, 냉장 돼지고기와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이 곳의 차별화는 ‘냉동 돼지고기’를 통해 기성세대엔 추억을, 젊은세대엔 새로운 구이 문화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이 인기 많은 돼지고기 전문점들의 요인은 한돈 고급화‧차별화‧다양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공통점은 돼지고기의 맛과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돼지고기가 아닌 숙성, 냉장을 탈피한 ‘급속 냉동’, 그리고 삼겹‧목살에서 돈마호크, 안심 구이 등 메뉴 다양화 등을 통해 차별화하면서 한돈 소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같은 돼지고기라도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한돈 식도락’ 문화를 높이 사면서, 꾸준한 한돈 소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친환경‧동물복지, 또 다른 차별화 요소=앞서 봤듯이 돼지고기 전문점들은 한돈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돈 맛의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친환경과 동물복지 등이 또 다른 차별화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등 유통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걸맞게 돈육 ‘브랜드’보다 ‘동물복지‧친환경’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생산 현장에 친환경 도입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주최한 2023 축산유통대전에서 롯데마트 윤병수 상무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돈이 마트에서 높은 매출을 그동안 기록하였지만 점점 점유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며 “반면 수입육은 최근 10년간 점유율이 점차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내년부터 브랜드 축산물을 줄이고 동물복지, 무항생제, 친환경 축산물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의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볼 때,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친환경‧동물복지는 한돈과 수입육의 또 다른 차별화 요소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수입 돈육의 경우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는지 불명확하나 한돈은 이력제 및 친환경 인증 기준이 있어 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양돈장으로 확산되기에는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에 친환경 및 동물복지 선도적인 농가들의 지원 및 혜택을 통해 일반 농가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한돈 소비자가격 부담 ‘숙제’=소비자들은 한돈을 여전히 선호한다. 수입 돈육과 비교해 안전과 품질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소비자들은 현재 삼겹 소비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해 상반기 한돈 소비자 만족도 및 적정 가격 인식 수준에 대한 설문 결과 한돈 삼겹 소비자 가격 적정선은 100g당 2천500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올 4월 이후 삼겹 소비자 가격(축평원 기준, 100g당)은 2천500원 이상을 넘었다. 이에 소비자들도 한돈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축평원 조사에 따르면 한돈 가격 인식에 대해 67%가 비싸다고 응답, 적절하다는 의견은 31.8%에 불과했다. 이에 한돈 소비의 걸림돌은 즉 높은 가격이다. 특히 새해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값 싼 수입 돈육 소비가 상대적으로 한돈 소비를 더욱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돈업계는 최근 한돈 프리미엄화에 중점을 두면서 최대 생산성이 아닌 높은 가치의 삼겹살, 목살을 생산하고자 하는 고객 가치 생산성으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한돈 소비 창출을 위해서는 한돈 가격도 차별화, 특히 삼겹‧목살에는 고급화를 통해 수입 돈육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품격 소비의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해야 소비자들도 이에 맞게 호응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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