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③] 허가제 직접적 폐해는 ‘방역 규제’
[창간 22주년 특집 ③] 허가제 직접적 폐해는 ‘방역 규제’
‘구제역’ 등 질병 때마다 법령 규제 강화
축산 등록제→허가제→허가 취소 추진

방역정책국 설립 등 방역 조직만 비대
축산 진흥서 방역 중심 돼 ‘본말전도‘

현장 수의사도 방역 정책 불만 드러내
일률적 규제서 선택적 규제 전환 필요
  • by 김현구

양돈 규제 강화는 ‘사건 발생’에서 비롯됐다. 한돈업에서 대표적인 사건이란 구제역 및 ASF 등 ‘질병 발생’이다. 정부는 대규모 악성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기존의 정책을 강화한 후속 조치를 꺼내든다. 대표적으로 2002년 구제역이 재발되면서 정부는 ‘축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축산업 등록제’를 재도입했다. 2011년에도 구제역 파동으로 또 다시 ‘축산업 선진화’를 꺼내들며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했다. 이 같이 양돈업에서 질병 발생은 규제 강화의 원인이 됐으며, 국가 방역에서 농가 단위로 방역 책임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2019년 또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에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SOP(긴급행동지침) 보다 과도한 규정을 적용하면서까지 질병에 대응했다. 이어 후속 조치로 축산업 허가제 보다 강력한 ‘축산업 허가제’ 취소를 꺼내들었다. 방역 시설을 갖추지 않은 농장에게 ‘허가 취소’를 담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개정을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

이 같이 정부는 2000년대초부터 10년 단위로 구제역 및 ASF가 발생, 정부는 축산 선진화를 위한 목적으로 농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악성 질병 발생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사건이 발생할 적마다 농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축산 선진화를 위한 길이었는지는 이제부터 곱씹어봐야할 시점이다. 최근의 정부의 방역 규제는 과학적이지 못하고,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양돈업 기반만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축산 선진화를 가로막는 건 ‘규제’=지난 2011년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방역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고, 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선진 축산업, 친환경 축산업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10년간 정부는 축산업 허가제 도입 및 가축질병 방역을 위한 조직도 정비하고 각종 방역 산하 기관도 설립됐다. 우선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3개 분야를 농림축산검역본부로 통합하고, 전국 지자체 10개도 가축질병방역세터, 백신전문연구센터 설립, 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 구축했다. 특히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를 국(局)으로 확대, 2년 후 정규화했다. 이어 축산환경관리원,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 환경과 질병 예방을 위한 산하기관도 설립됐다.

이 같이 질병 방역 및 환경을 위한 농축산부 내 방역국 설치 및 산하기관 설립으로 방역 정책은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ASF 및 AI 등 질병 발생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되레 줄지 않고 커지고 있다. 특히 ASF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무분별한 살처분 정책으로 해당 농가들은 재산권 상실이라는 큰 피해를 입었다. 아울러 방역정책국을 중심으로 농가 책임 강화 및 과태료 등 농가 규제는 더욱 양산하고 있다.

이 같이 축산 선진화를 위해 정부 방역 조직은 외형적으로 비대해진 반면, 늘어난 조직 규모에 맞게 규제 정책은 강화되면서 농가들의 사육 의지는 점점 저하되면서 농가 수도 감소하고 있다.

■탁상 방역 정책에 현장은 의문=최근 흥미로운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수의직 위주로 구성된 정부 방역국 조직에서 수립된 국가 방역 정책에 현장 수의사들은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 임기제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대체복무 중이며 대한민국 시군구청, 동물위생시험소 및 보건환경연구원,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가축방역관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들의 농식품부 동물방역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방역’ 정책에 대해 △매우 긍정적=5명(1.1%) △조금 긍정적=48명(10.8%) △매우 부정적=213명(48.0%) △조금 부정적=135명(30.4%) 등으로 나타났다. 즉 긍정적 응답은 전체의 약 10% 정도에 불과했으며, 90%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현재 농축산부에 가축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명확한 컨트롤 타워가 없고 전담 인력의 전문성도 떨어지는 등의 문제로 가축전염병에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역정책국 설립을 주도한 대한수의사회마저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비판하고 나섰다. 수의사회는 정부의 방역 규제는 현재 방역 정책의 문제점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모든 책임을 축산농가나 수의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아울러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기 보다는 행정 편의에 따라 특정 시기를 지정하여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을 하는 등 보여주기식 정책에 과도한 인력‧비용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이 정부의 현실에 맞지 않는 ‘탁상 정책’에 현장 수의사들과 수의사단체들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정이라며 비판, 각종 방역 정책에 대해 농가 및 업계는 의문을 품고 있다.

■일률적 규제에서 선택적으로 완화를=정부는 ‘가축분뇨 처리 지원사업’ ‘축사시설현대화 사업’ ‘농가사료 직거래 활성화 지원 사업’에서 가축분뇨법 등 환경관련 법규 위반농가, 시군의 행정조치를 받은 농가에 대해 사업비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사항이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중앙 정부의 방침을 일선 지자체들이 농가의 압박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항체형성률 저하 농가, 정화처리 방류 위반 농가, 냄새 기준 미달 농가 등 다양한 규제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 받은 농가들이 각종 지자체 사업에서 제외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이 가축분뇨 무단투기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켜 벌금 처벌을 받은 경우 등 악의적인 몇 농가를 제외하면 결국 수많은 농가들은 규제 중 하나만 위반해도 관련 되지 않는 다른 정책 사업에서도 배제한다는 것은 농가들을 결국 퇴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농가 노력으로 지킬수 있는 규제와 없는 규제를 분리하여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농가만 해당 사업에서만 제외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선의의 농가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특히 지자체들이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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