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②] 양돈 성장과 발전의 ‘사다리’ 실종
[창간 22주년 특집 ②] 양돈 성장과 발전의 ‘사다리’ 실종
허가제 시행 후 한돈 생산 13% 증가
돈육 수입 55% 급증, 자급률 10%P↓
FTA, CPTPP로 돈육 자급률 하락 우려
14년 이후 돼짓값 안정엔 어느정도 기여

농가, 법적 제약으로 규모 투자 못 해
생산성서 돈가 위주 사육 전환은 문제
중소 양돈장 경쟁력 저하로 미래 위기
신규 유입 및 농가 투자 위해 보완 시급
  • by 김현구

2013년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됐다. 허가제는 기존 등록제를 강화한 제도로 사육 시설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양돈장의 경우 허가 기준은 사육시설 50㎡ 초과 시 허가제 대상이 되며, 차단 방역 및 소독, 분뇨, 폐사축 처리 등의 시설을 갖추고 필수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일회성 허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 점검을 통해 일정 기간 후 갱신해야 하며, 허가 기준 위반시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허가제 10년간 까다로운 기준으로 신규 농가 진출은 제한되면서 한돈 사육두수는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농가 수는 매년 줄면서 한돈 생산량은 정체된 반면, 관세 인하 영향으로 돈육 수입량은 매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양돈업 성장과 발전의 사다리는 실종, 국내 양돈업 기반이 위기를 겪고 있다.

 

■등록제서 허가제 시대로=축산업 허가제의 전신(前身)은 축산업 등록제다. 등록제는 1983년도 돼지 사육두수 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농가 경영이 불안하고 소득이 격감하게 됨에 따라 양돈농가의 보호 육성, 돼지가격 안정 및 수급 조절과 사육 동향에 대한 정확한 관측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84년 축산법을 개정, 양돈‧양계 농가를 대상으로 사육규모에 따라 등록제가 도입됐다. 이후 1997년 7월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에 따라 수급 조절을 위한 등록제는 그 유용성이 낮아지면서 1999년 1월 이 제도가 폐지됐다.

그러다 얼마가지 않아 축산업 등록제가 부활됐다. 이는 2000년도 돼지 구제역 발생에 따른 방역 강화 차원에서 농가들의 사양 방역 등 관리를 우선하고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부터 2011년 구제역 사태 이후 축산업 등록제서 더 강화된 축산업 허가제 도입이 추진된다. 11년 3월 정부는 ‘가축 질병 방역 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 축산업 허가제를 통해 선진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축산업 허가제 도입과 관련, 일부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오히려 축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즉 축산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을 확보하고 축산 경영과 방역 등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하도록 돕는 제도라는 것.

이 같이 축산업 등록제는 태초에는 돼지고기 수급 조절을 위해 탄생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방역 강화를 목적으로 축산업 등록제가 다시 도입되고, 이후 국가가 직접 허가에 관여 하는 축산업 허가제가 도입됨에 따라 허가제는 대표적인 양돈업 규제로 자리 잡고 있다.

■돼짓값 안정 속 자급률 위기=2013년 축산업 허가제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한돈가격은 비교적 안정됐다. 그러나 자급률 추이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2013년 이후 돼지고기 자급률은 최대 80.9%서 최저 70.6%로 10%P떨어졌다. 특히 한돈 사육두수의 경우 2013년 허가제 시행 후 991만마리서 2021년 1천121만두로 13.1%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수입 돈육 물량은 2013년 18만5천두서 2018년 46만3천두로 최대 250%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다. FTA로 인한 관세 제로, 또한 CPTPP 등 추가 시장 개방의 확대는 자급률을 더욱 떨어 뜨릴 수 있다. 특히 축산업 허가제로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하고, 기존 농가들도 지속적인 규제에 사육 의향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축산업 허가제는 돼짓값 안정에는 일부 기여했다는 평가 속 향후 자급률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규제로 거론되면서 축산업 허가제 보완을 통해 한돈산업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허가제, 경쟁력 제고에 저해=지난 11년 축산업 허가제를 두고 전문가들은 축산업에 허가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즉 가축을 기르는 축산업이 일반적으로 규제해야 할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허가받은 사람에게만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하기도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축산업 허가제를 통해 신규 진입을 불허한다면, 기존 농가들에 대한 권리 강화와 함께 안정된 돈가를 바탕으로 수익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 등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결과적으론 양돈업 허가제는 양돈 신규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지면서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경쟁자는 줄어 농장 스스로 생산성을 높인다면 경쟁력이 높은 업으로 변화됐다. 이는 외부인이 양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화된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돈사 신축 시 무조건 밀폐형 시스템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 이에 전문가에 따르면 앞으로 밀폐형 돈사를 신축하려면 평당 평균 400만원 이상이 소요, 사육두수 200두 기준으로 평균 4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웬만한 개인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부담되는 금액으로 기존 농장 개보수 외 신축은 언감생심이 돼버렸다.

때문에 양돈업 성장과 발전의 사다리도 실종되고 있다.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업 이하 농가는 규모를 늘리고 싶어도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설 투자도 쉽지 않아, 양돈업 생산성은 MSY 평균 18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 농가들의 생산성 편차는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생산성 상‧하위 MSY 편차는 10두 이상 차이나고 있기 때문. 이는 생산성이 낮은 농가들 대부분은 돈가에 의존하는 사육 환경으로 생산성 제고를 위한 시설 투자 등은 각종 법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이에 양돈업 투자는 허가제 이후 어렵게 되고, 농장 이전도 쉽지 않아 중소농가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양돈업 허가제 개선 방향은=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임기 중에 첫째 정책 방향은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푼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한돈산업도 10년간의 규제의 고리가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10년 만에 양돈업 허가제도 개선을 할 수 있는 호기가 찾아온 것이다. 축산업 시설이나 기술 지원을 전제로 사업 참여 자체를 제한 할 수 있도록 축산업 허가제를 개선토록 하는 것이다. 이에 지난 1999년 신고제로 왜 바뀌었지에 주목해야 한다. UR(우루과이라운드)이 출범한 90년대 중반부터 축산물 수입이 증가하기 시작,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훨씬 심화됐다. 이에 등록제는 수급 조절을 위한 등록제의 효용이 다해 규제 개혁 차원에서 폐지된 것이다.

그렇다면 10년간 축산업 허가제는 어떠한가? 지난 10년간 농가 방역 의식이 제고됐으며, 환경 친화적인 사육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 사업참여 자체를 제한 할 수 있는 허가제보다 기존의 축산업 등록제도를 보완해 필요한 요건을 추가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시설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돈업 허가제를 불러왔던 구제역 등 질병 발생 문제 역시, 2011년 구제역 파동 이전과 비교해 농가들의 방역의식은 크게 제고 된 점을 감안, 질병 원인을 농가의 소홀했던 사양 관리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검역당국의 철저한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정확한 질병 발생 원인 규명을 통한 방역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양돈업 허가제가 10년간 신규 진입 제한으로 양돈농가들의 수익 제고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나, 생산 기반은 축소된 점과 특히 양돈산업 경쟁력 저하를 불러온 점을 감안하면 양돈업 허가제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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