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④] 허가는 어렵고 취소는 쉽게
[창간 22주년 특집 ④] 허가는 어렵고 취소는 쉽게
허가제 후 축산법 개정 통해 규제 강화
신규 허가는 어렵고, 취소 규정은 쉬워

방역 위반 시 축산 허가제 취소도 가능
현장 점검단 운영으로 사육 의욕 위축

농장 허가 취소, 행정편의주의적 정책
1회 사육 제한에도 사육 시스템 무너져
  • by 김현구

2010년 이후 구제역 파동을 계기로 ‘안티 축산’이 대두되면서 냄새 문제, 질병 문제, 분뇨 환경 문제에 정부가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개정을 통해 가축 분뇨 관리를 강화하고, 2013년에는 축산업 허가제 시행 및 허가 기준 등을 담은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2013년 축산업 허가제가 본격 실시된 이후 양돈업 신규 진입은 제한되고 기존 농가들에게 각종 규제를 실시, 농가들을 허가제란 울타리에 가둬 놓고 정책을 준수하지 않을 시 퇴출까지 명령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정부가 ‘허가제’와 ‘허가 취소’를 양손에 쥐고, 양돈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허가는 어렵고, 취소는 쉽게=올해부터 양돈 등 축산업 신규 진출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1월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을 개정해 공포한 것. 이번 ‘축산법’ 개정은 구제역‧AI 등 가축전염병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환경과 조화된 축산을 위해 축산환경 개선계획 수립 등 축산환경에 대한 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개정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신규 축산업 허가 및 가축 사육업 등록 요건이 강화된다. 가축분뇨법에 따라 배출시설 허가·신고 및 처리시설 설치 및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에 필요한 매몰지를 확보해야하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또한 농장동물 복지 개선을 위해 임신돈을 사육하는 돼지 사육업의 경우 군사 공간을 확보토록 하는 등 돼지 사육시설 기준이 강화된다. 기존 돼지 사육업 허가 농장에 대해서는 10년간 유예 기간이 부여된다.

아울러 소독 시설 설치 및 소독 실시 규정 위반으로 가축전염병 발생 시 축산업 허가취소 처분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 시행령 개정 시 영업정지·허가취소(예, 3진 아웃) 기준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 밖에 축산업 허가·등록자에 대한 정기점검 및 보수교육 주기가 단축되며, 축산법 위반 과태료 부과 상한액도 상향(5백만원→1천만원)된다.

이에 한돈업계는 양돈장 신규 허가는 어렵고 허가 취소 근거는 많아질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돈육이 최대 40만톤 들어온 반면 한돈 생산 기반은 갈수록 위축돼 향후 자급률 저하가 우려된다”며 “기존 농가에 징벌적 법안 보다는 계도성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속을 위한 상시 점검 강화=정부는 지난해부터 ‘축산 관련 기관 합동 현장점검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점검단은 ‘환경 친화적 축산업의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축산업 허가, 축사 환경, 방역 등 축산분야 전문성을 갖춰 환경 친화적 축산업 기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축산부에 따르면 현장 점검단은 적정 사육 마릿수 준수 등 축산업 허가사항, 분뇨처리 등 축산환경 관리, 방역시설 구비 등 축산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는 시설·장비 구비와 준수사항의 이행 여부를 합동 점검하고 기술 지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 농가들은 정부의 ‘합동 점검반’이 사육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간섭하고, 감시하며 규제 강화 거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축산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등에서 규정하는 시설·장비 구비, 농가 준수사항, 분뇨 및 악취관리 등 이행 여부를 위반할 경우 현장 지도와 함께 관련 법령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농가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것. 이에 현장 점검반이 축산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업무가 주(主)가 아닌 농가 ‘단속’ 업무가 주(主)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농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농장 환경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점검을 통한 단속 업무보다는 환경 컨설팅 등 현장 지원 업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역 위반시 사육제한·폐쇄?=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방역 규정을 위반한 농가에 대해 사육제한·폐쇄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이동제한 등 방역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1회 적발되면 사육 제한 3개월 처분, 다시 적발되면 제한 기간 연장(6개월), 3회 적발 시 농장을 폐쇄하도록 했다. 또 전국 한돈농가에 8대 방역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은 특히 축산업 허가제의 폐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법률 사무소 한 변호사는 “식당이나 공장이 관련법을 위반할 시 영업정지 및 폐쇄를 실시해도 향후 법적 제재가 끝나면 다시 영업 재개가 가능하지만 양돈업의 경우 연속성이 강한 업종으로 한번이라도 사육제한되면 다시 운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이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방역 정책으로 특히 허가제를 취소할 수 있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축산업 허가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