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①] 양돈 허가제, 규제의 신호탄되다
[창간 22주년 특집 ①] 양돈 허가제, 규제의 신호탄되다
현재 양돈농가 규제 홍수 속 살아
2002년 구제역 재발이 규제 발단
03년 등록제 부활, 제한적 규제 시도

10~11년 구제역 때 돼지 330만마리
살처분이 ‘허가제’란 官 주도 양돈으로

허가제 이후 규제 ‘자연스럽게’ 도입돼
농축산부서 환경부 등 전부처가 관할

신규 인력 및 기술 유입 지지부진 초래
기존 농가에도 되레 족쇄로 규모 정체
허가제 10년, 장단점 냉정하게 분석 필요
  • by 김현구

2022년 5월 현재, 한돈농가들은 각종 사육 규제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규제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규제란 ‘공공목적의 달성을 위해 특정한 개인, 기업체, 조직에 제재나 통제 및 제한을 가하는 규율’을 말한다. 한돈농가에 국한하면 대부분의 환경오염, 그리고 구제역, ASF 등 질병 발생 확산 책임에 따른 각종 사육제한이 규제에 해당한다. 쉽게 말하면 한돈업에서 규제란? 정부가 국민과 소비자들을 위해 환경적, 방역적, 사육적으로 ‘공공적 이익’을 위해 양돈농가의 ‘사적’ 영위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규율이다.

그렇다면 한돈업에서 규제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양돈업 성장에 따른 문제점이 본격 대두되던 2000년대 이후를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후 2011년 구제역 사태를 거쳐 본격 규제 시대로 접어든다.

축산법은 1963년에 기존 가축보호법을 대체하여 제정됐다. 그러나 당시 현재와 같이 규모화된 사육이 이뤄지지 않고, 소규모 농가가 많아 ‘축산업’이라는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국가 차원의 규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축산업은 축산 관련 법령에서 그 영업(축산업) 자체를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국가가 축산영업에 개입하지 않아 축산 자체는 아무런 법적 규율이나 제한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 1980년대 양돈이 부업 개념에서 전업 개념으로 차차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돼지사육두수도 크게 증가, 돼지고기 수급 과잉에 따른 돼지 파동이 발생하면서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 이를 계기로 양돈농가의 보호 및 가축사육동향의 예측 필요성 등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국가가 돼지고기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1984년 축산법 개정을 통해 양돈, 양계를 대상으로 사육규모에 따른 등록제가 최초로 도입됐다.

1990년대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국민 식생활 개선에 따라 축산물의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시설 확장 없이 기존 사육시설에 사육두수만크게 늘리면서 열악한 사육환경에 따른 문제점이 대두됐다.

특히 정부의 본격적 규제 정책은 구제역 등 질병 발생이 영향을 미쳤다. 2000년 3월 구제역 최초 발생에다 2002년 구제역 재발로 정부는 축산법 개정을 통해 2003년 양돈 및 축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수단을 확보하고자 1999년에 폐지된 축산업 등록제를 다시 도입했다. 1999년 이전 축산업 등록제가 축산물 수급 및 사육두수 조절 목적이었다면 2003년의 등록제는 가축질병·안전성 강화, 환경친화적 축산업 육성을 골자로 더 강화된 규율이다. 이후 2010~11년 구제역 사태로 돼지 330만두를 묻은 이후 정부는 축산업에 대한 ‘가축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방안’을 목적으로 등록제보다 더욱 강화된 축산업 허가제를 2013년에 도입하게 된다.

정리하면 국민 경제 향상에 따라 축산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양돈이 부업에서 전업으로 전환되고, 이후 규모화되면서 ‘양돈업’으로 성장하면서 각종 행정 목적에 따른 축산 규제가 시작됐다. 특히 2013년 축산업 ‘허가제’ 도입은 축산업이 본격적으로 법 내에서 독립적인 영업이자 법제도로서 규율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러한 축산업 허가제는 2011년 논의를 거쳐 2013년부터 시행하면서 내년 10년을 맞게 됐다. 정부는 허가제 시행 이후 ‘축산법’ ‘가축분뇨법’을 잇달아 개정하며 규제 정책을 기존 법에 강화하기 시작했다.

축산업 허가제 도입 이후 한돈산업에서 대표적인 규제 정책은 바로 ‘축산법’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가축사육거리제한’ 권고안이다. 지난 2006년 정부는 가축분뇨를 적정하게 자원화하거나 처리해 축산업 발전 및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폐기물로 취급되던 가축분뇨가 자원 개념으로 바뀌게 됐다. 당시 농림부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연순환농업 활성화 대책’도 마련, 축산농가에서 배출한 가축분뇨를 품질 좋은 퇴·액비로 만들어 경종농가에 제공하는 등 분뇨를 자원으로써의 역할로 탈바꿈시켜 나가기로 했다.

그러다 이 좋은 취지에서 제정된 가축분뇨법이 규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경종농업은 지속 감소한 반면, 축산업 규모는 확대되면서 가축 분뇨 이용 촉진에 한계가 다다랐기 때문이다. 국내 경종농업은 여전히 화학비료 사용량이 많아 가축분뇨 퇴‧액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영향으로 갈 곳을 잃은 가축분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이에 환경부는 계속 규제만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가축 분뇨 이용보다는 규제, 단속, 사육 제한 중심으로 지속 법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축산업 허가제가 도입되자 사실상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농가들도 증개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 2015년 ‘가축사육 제한거리 재설정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가축사육제한거리 권고안 때문. 권고안에 따르면 연구 결과 돼지의 경우 가축사육 제한거리는 △1천마리 미만=400m △1천~3천마리=700m △3천마리 이상=1000m 등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일부 지자체들이 권고안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가축사육거리제한 정부 권고안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164개 지자체 중 92개(56%) 지자체에서 권고안보다 강화한 것으로 조사된 것.

이 같이 정부의 축산업 허가제를 기초로 지역 규제를 강화한 지자체의 경우 사실상 지역 면적의 거의 모든 지역을 가축사육제한 지역으로 묶어 양돈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가육사육제한지역은 법적으로 신설, 증설에 한정되어야 하나 일부 지자체의 경우 기준 시설 개축, 대수선, 오염 방지시설 설치 등도 제한하고 있어 재산권 침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 정책은 국내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불이 붙었다. 2019년 9월 양돈장에서 처음으로 ASF가 확진되고 확산되면서 정부는 SOP(긴급행동지침) 보다 과도한 지침을 적용, 반경 500m지역 살처분에서 30~50km 단위의 대규모 범위 지역 농가의 살처분을 전개, 결국 261농가가 희생했다. 이후 양돈장 ASF 발생은 잠잠해졌으나, 야생 멧돼지에서의 ASF가 전국 확산됨에 따라 정부가 또 다시 강력한 방역 규제를 시행했다. 권역화 단위 방역 추진에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통해 중점방역지구에 한정됐던 8대 방역 시설 전국 의무화, 방역 규정 미비시 축산업 허가제 취소 등 강수를 뒀다. 또한 방역 목적에서 법령 규정에도 없는 전국 모돈 전산 등록을 통한 ‘모돈 이력제’ 추진까지 현재 양돈장들은 각종 방역 규제로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이 축산업 허가제가 신호탄이 돼 10년 동안 각종 규제 정책이 제정되고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가들은 정부 정책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속도 조절 및 유연한 정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민 친화 축산업’ ‘친환경 축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농가의 규제와 아울러 인센티브 등 지원 정책도 균형 맞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원은 미미하다.

최근 코로나 발생을 계기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특히 국민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단백질, 돼지고기의 안정된 수급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과거 수급, 가격 중심서 규제 중심으로 변화되면서 향후 FTA에 따른 수입 관세 제로화에 따른 한돈 자급률 하락이 예상돼서다. 자급률 하락은 생산 기반 축소와 연결되며, 한 번 깨진 자급률은 쉽사리 돌아오지 못하고, 수입 돈육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아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정부 당국자들이 지난 10년간의 축산업 허가제를 필두로 한 ‘규제’ 강화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또한 농가들도 규제 완화 주장에 힘을 싫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사육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사육 환경 개선을 하려는 농가를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도움을 줘야 농가들의 경쟁력도, 국민들의 눈높이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언론을 통해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한돈업계도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규제의 시발점이 된 축산업 허가제 개선을 강력 요구한다면 그동안 악순환의 규제 고리가 풀어질 수 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축산업 허가제 평가 및 개선 대한 업계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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