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⑤] 미래 양돈, '끓는 물에 담겨진 개구리' 운명
[창간 22주년 특집 ⑤] 미래 양돈, '끓는 물에 담겨진 개구리' 운명
등록‧허가제 시행 후 고령화 가속
신규 농가 제한 및 후계 인력 감소
양돈 2세들도 지속 가능 불안 호소

증축하려해도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지자체 거리제한조례 이유로 불허도
양돈 소득세, 지자체 세수 보탬돼야
인력 유치 위해 다양한 유인책 필요
  • by 김현구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1800년대 프랑스의 여러 생리학자는 '끓는 물에 대한 개구리 반응'을 실험했다. ​실험 결과 온전한 개구리를 물에 담아 아주 천천히 데우면 끓는 물에서 뛰쳐나오지 않고 죽게 된다. 즉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듣거나 보았어도 현재의 물 온도가 견딜만하다는 안일한 이유로 눈 감고 귀 닫아버리면, 결국 삶아진 개구리가 된다는 교훈적 의미로 이말이 사용된다.

2013년 축산업 허가제 시행 이후, 환경부와 지자체는 주민의 환경권과 거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령에 근거한 가축사육거리 제한이라는 새로운 입지 기준을 설정하여 신규 농장의 설립과 이전 등을 제한했다. 이에 양돈업은 신규 진입이 제한되고 기존 농가들의 증축은 사육 규제들로 양돈업은 ‘삶아진 개구리’처럼 되고 있다. 즉 정부의 규제가 끓는 물이 돼 농가들은 규제 속 뛰쳐 나오지 못하면서 양돈업은 자급률 하락 등 산업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

 

■등록제 시행 이후 고령화=2003년 등록제 시행 이전 2001년도 양돈협회와 농림부가 500마리 이상 돼지를 사육하는 5천164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양돈업에 종사하는 연령층은 △20~40대=64.1% △50~60대 이상=35.9%로 매우 많은 젊은 경영인이 양돈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쟁력 있는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의 교육 정도는 △고졸 46.4% △중졸22.3% △4년제 대졸 13.3% △전문대졸 9.2% △초등졸 8.1% △무학 0.7%로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이 68.9%를 차지해 비교적 학력 수준이 높아 전문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후계자가 있냐는 질문에 △없다 59.6% △있다 40.4%로 나타나 10명 중 4명은 후계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양돈업이 희망적이며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등록제 시행 10년 후 양돈업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고령화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2012년도 양돈농가 경영실태조사다. 조사에 따르면 양돈업 종사자 △20~40대=30.2% △50~60대=69.8%로 10년 전 대비 젊은 층이 확연하게 줄었다. 이후 2013년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신규 농가 진입 제한으로 농가의 고령화는 더욱 진척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후계 양돈인들 미래 불안 호소=지난 2013년 2월 양돈 등 축산업에 허가제가 도입되면서 10년간 한돈 생산 기반 위축이 현실화됐다. 또한 가축분뇨법 개정에 따른 미허가 축사 폐쇄, 가축사육 거리제한, 구제역 발생 농가 책임 강화 정책 시행 등 규제 강화로 젊은 인력의 양돈 진출이 사실상 막혔다. 그러다 2015년 이후 돼짓값 안정을 바탕으로 후계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한돈 농가 감소세는 멈췄지만 후계자가 없는 소규모 농가들의 폐업은 지속됐다.

현재 양돈업으로의 신규 종사자 유입은 기존 농가 2세 외 더 이상 농가 수 증가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양돈인력 유출, 후세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현재 젊은 양돈인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세대교체의 판이 마련됐을 때 젊은 양돈인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업계 및 정부가 각종 정책 추진이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양돈 2세 및 후계 양돈인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정부의 각종 악취 방지법, 가축사육거리제한, 분뇨 처리 강화와 아울러 2029년 동물복지 돈사 전환, 2025년 악취방지시책에 따른 무창 돈사 적용 등 향후 5년 내 대대적인 사육 시설 수술을 정부가 예고하고 있기 때문. 특히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한 농가 희생 강요, 야생 멧돼지 ASF 발생에 따른 농가 책임 강화 등 젊은 양돈인들은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양돈업 생산 기반은 유지될 수 있을까? 신규 양돈업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앞으로 나가는 농가는 많고 들어오는 농가는 매우 적을 것이 자명하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양돈업이 3D(Dirty, Difficult, Dangerous‧더럽고, 어렵고, 위험하고)업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유입된 2세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면 양돈업은 또 다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고령 산업으로 후퇴가 우려된다.

■지자체에 축산 소득 이전을=건축물을 새로 신축하거나 기존 건축물을 바탕으로 증축할 경우 모두 법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 증축을 원하는 첫 번째 과정은 해당 지자체에 건축허가‧신청 절차다. 그러나 첫 번째 절차부터 해당 지자체의 가축사육거리제한 조례 등으로 인해 신청이 불가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즉 대부분의 농장이 증축할 경우 사실상 조례에 막혀 첫 삽도 못 뜬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축산업 소득세를 국세서 지방세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축산 소득세를 통해 지자체는 더욱 많은 세수를 확보하게 돼 환경 관련 예산 적극 편성으로 지역 내 환경 문제 개선 및 지원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 아울러 지자체 재정 부담 완화 및 안정적인 재원 창출로 지역 내 경제활동 활성화 제고에 따라 농촌지역 경제의 큰 기둥을 담당하는 축산농가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거리 제한 조례 완화 등 양돈 증축 허가 등도 숨통이 틔일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와 같이 지자체 세수 확보를 위해 축산 소득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통해, 양돈업이 농촌 지역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신규 인력 유입 방향에 고민을=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축산농가 중 50대 미만 농장주 비율은 11%, 50대 25.6%, 60대 41.4%, 70대 21.6% 등으로 조사됐다. 농업 중 축산은 젊은 경영주가 상대적으로 많음에도 여전히 60대 이상이 전체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등 고령화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 농가 중 60대 이상 양돈장의 경우 후계자가 없는 농가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들 농가들은 노후화된 돈사를 유지한 채 환경관리도 어려워 주위 민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같이 노후화된 돈사와 고령화 가속은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축산업 허가제 등으로 양돈 진입 장벽이 높아 새로운 청년층이 도전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이에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교육·연수 프로그램과 함께 신규 진입의 장벽을 낮춰주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양돈은 부지, 시설 등 초기투입 자본이 신규 진입을 막는 주요 요소다. 이에 직접 경영이 어렵거나 폐업 농가의 축사를 위탁받아 신규 창업농가 등에 적은 비용으로 임대해주는 축사은행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임대 전 시설 개선 등이 필요한 경우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축사은행제도를 통한 신규 창업의 경우 이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축산 창업농’ 사업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후계자가 없는 농장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청년들에 대한 인건비를 정부에서 일부 지불해주고, 향후 유휴 농장 매입을 위한 자금도 장기 저리로 지원해 줄 수 있다면 축산에 새로운 인재 유입이 가능해져 축산업에도 젊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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