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CPTPP 농축산업 총체적 위기 불러온다
[심층분석] CPTPP 농축산업 총체적 위기 불러온다
정부 가입 강행 의지 재확인, 농가 반발
구획화로 ASF 발생 獨 삼겹 수입 가능
육류 원산지 인정 범위 FTA보다 확대
출생‧사육 아닌 가공한 국가産 될 수도
“국민 건강까지 위협…가입 철회해야”
  • by 임정은
사진 : 한돈협회 제공
사진 : 한돈협회 제공

ASF 발생국 독일산 삼겹살이 수입되고 일본산 소가 국내산 쇠고기로 판매된다? 최근 정부가 농축산업계의 반대에도 강행 의지를 밝힌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시 불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한돈협회 등 25개 단체로 이뤄진 한국농축산연합회, 전국어민회총연맹 등 농어민 단체들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전국농어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모인 농어민들은 "최근 사룟값, 유류대 등 생산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CPTPP에 가입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날서게 비판했다. 특히 CPTPP 가입 시 100% 수준의 농축수산품목 관세철폐와 각종 지원제도 철폐로 우리 농축수산업이 존폐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CPTPP에 대해 지난 8일 현 정부 내 가입 신청, 다음 정부 가입 협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일본,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이 18년 12월 출범시킨 자유무역협정이다.

문제는 CPTPP 가입으로 농축산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CPTPP 가입으로 농업분야에서 15년간 연평균 853억~4천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한바 있다. CPTPP의 높은 시장 개방 수준 때문인데 11개 회원국들의 평균 관세 철폐율은 96.3%로 우리나라가 기체결한 FTA(73.1%)보다 시장 개방 수준이 월등히 높다.

돼지고기의 경우 이미 미국, EU 등 주요 수출국과 FTA가 체결돼 무관세로 수입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추가 개방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당장 CPTPP 회원국인 멕시코산 돼지고기와 쇠고기에 대해서도 관세 철폐 요구가 나오는 등 국내 돼지고기 및 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13일 손세희 한돈협회장을 비롯한 전국에서 모인 한돈농가들은 "CPTPP 가입으로 시장이 더욱 개방되면 수입육에 의해 농축수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CPTPP 가입 반대의 목소리를 힘껏 높였다.
지난 13일 손세희 한돈협회장을 비롯한 전국에서 모인 한돈농가들은 "CPTPP 가입으로 시장이 더욱 개방되면 수입육에 의해 농축수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CPTPP 가입 반대의 목소리를 힘껏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관세 이외 수입 장벽 역시 허물 수 있다. CPTPP는 동식물검역(SPS)에 있어서 지역화를 넘어 구획화 개념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FTA가 기존 WTO SPS 협정 의무를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면 CPTPP는 새로운 의무를 대폭 추가하고 수입국에 이행 의무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주요 축산물과 과일 등에 대한 수입 허용을 지역(구획)별로 세분화해 요청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축 질병이 발생한 나라 전체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거나 혹은 지역화를 통해 일부 지역으로 한정해 수입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구획화는 농장 단위까지 범위를 좁혀 질병 발생 여부를 따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도 ASF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독일산 삼겹살도 얼마든지 다시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 양돈산업이 ASF 이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규모화 현대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돼지고기 수출 시장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은 CPTPP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이런 이유들로 CPTPP 가입 이전에 강화된 SPS 규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 검역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구획화 개념을 추가한 ‘지정 검역물의 수입에 관한 수입위험분석요령’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CPTPP 가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을 받은바 있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 중 하나가 원산지 규정이다. 기존 FTA는 대부분 ‘역내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물’ ‘역내에서 태어나고 온전히 역내에서만 자란 동물’을 완전생산(완전히 한 국가 내에서 모든 생산과정이 이뤄진 물품에 대해 원산지를 인정하는 원산지 결정기준) 제품으로 인정하지만 CPTPP는 ‘역내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물’ 뿐만 아니라 ‘역내 동물에서 얻은 물품’ 역시 포함시키고 있다. 농경연은 CPTPP 협정상 육류(HS 코드 02)의 원산지 기준이 모든 육류에 대해 도축을 통한 원산지 변경을 허용하고 있어 기 체결 FTA 및 한미 FTA와 비교할 때 원산지 인정 범위가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산 소라도 한국에서 가공하면 국내산 소고기로 판매될 수 있다는 축산업계의 주장이 나오는 근거다. CPTPP가 농축산 시장 개방을 통해 농축산업의 위기를 불러올 뿐 만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농축산업계 주장 역시 과장이 아닌 것이다.

비대위는 축소된 동식물검역기준 및 방사능 오염 농축수산물 수입 우려로 국민 건강까지 위협받는다고 지적하며 가입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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