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④] 기업처럼 시대 맞는 생존 전략을
[창간 21주년 특집④] 기업처럼 시대 맞는 생존 전략을
ESG는 당위 이전의 기업 생존 위한 선택
ESG 실천해야 투자 받고 제품도 잘팔려
MZ세대, 착한 기업‧가치 소비 선호 뚜렷

양돈 FTA 거치며 생산성이 최고 가치
성적‧효율성 중심의 성장이 위기 불러
새로운 시대 가치 실현할 경쟁력 고민을
  • by 임정은

기업들이 앞 다퉈 ESG를 기업 경영에 도입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반성과 자각이 바탕이 됐다. 한돈산업 역시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 중심의 발전은 더 이상 한돈산업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싹트고 있다. 자본주의에 있어서 ESG는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목적을 버리는 듯 보이지만 그 자체로 자본주의가 지속할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는 통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돈산업에도 지속 가능의 길을 열어줄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 생존전략으로서 ESG=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합친 말로 06년 유엔(UN)이 제정한 책임투자원칙(PRI)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08년에 일어난 세계 금융 위기는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피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ESG 투자가 세계적인 공통의 가치관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ESG는 과거의 재무적 성과만 따지던 경영 방식을 벗어난다. 환경을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며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기업의 경영에서 최우선 가치였던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ESG는 환영받지 못하겠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그렇다고 기업이 이윤 추구라는 본연의 목표 자체를 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ESG가 기업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된 것일까?

ESG를 추구하는 것이 당위적 측면에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기업이 근시안적 관점에서 이윤만 쫓는 기업에 비해 환영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 나아가 ESG가 추구하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과 투명한 경영 전략은 그 자체로 그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직접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국내 기업들의 ESG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101개 기업이 응답한 가운데 31.7%의 기업은 ESG 경영의 구체적인 연간목표를 수립했고 39.6%는 수립 계획이 있다고 답해 70% 이상 기업들이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를 위해 ESG 위원회를 설치(45.5%)하거나 별도 ESG 전담 조직이 있거나(23.8%), 마련할 계획(29.7%)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기업들에게 ESG가 왜 필요한지를 질문한 결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43.2%로 가장 높았으나 이 외에 수익에 직결된다(20.8%), 규제 부담(18%), 투자자관리(15.3%)라고 답해 단순히 이미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에 ESG 도입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기업들이 앞다퉈 ESG를 경영에 끌어들이고 있는 직접적인 유인 중 하나는 ESG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2050 탄소 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로의 전환을 꾀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는 ESG가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된지 오래다. 전 세계 ESG투자규모는 지난해 40조5천억달러로 18년 30조6천800억 달러에서 불과 1년여만에 30% 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은 ESG를 의무 공시하게 됐다. 또 국민연금이 22년까지 전체 자산의 절반을 ESG 기업에 투자키로 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는 ESG가 곧 투자와 연계돼 경영 전략 상 외면할 수 없는 가치가 됐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골라 써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 편의점에서 라벨을 없앤 생수를 출시하자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하는 등 친환경은 직접적인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소비 계층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리고 ‘미닝아웃’의 등장은 가치 소비를 더욱 확산시키고 주요 트랜드로 확고히 자리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행위를 뜻하는 ‘미닝아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친환경 이슈와 주로 짝을 이뤄 새로운 소비자 운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미닝아웃’을 주도하는 2030, MZ세대들은 그들의 가치소비를 SNS를 통해 공유하는데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가치 소비는 지속적으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로 하여금 저탄소, 동물복지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포장을 최소화하는 환경 친화적 기업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퇴출될 수밖에 없는 기업 입장에서 ESG 경영은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생존 방식일 수밖에 없다.

■한돈업 경쟁력의 새로운 지평=지금까지 한돈산업의 발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느 나라보다 빠른 성장을 이룬 국내 양돈산업이지만 위기도 늘 따라다녔다. 무엇보다 시장개방이 최대 위협요인이었다.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97년) 이후 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한국 양돈산업은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시장 개방이 진행되면서 93년까지만 해도 100%에 달했던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은 04년 이후 다시 90%대로도 진입하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60~70% 대를 오가며 수입육에 이전보다 더 많은 시장을 내준 상태다. 수입육은 이제 우리 돼지고기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고정 지분을 가진 상수로 받아들여야 할 존재다.

가축 전염병 역시 양돈산업에 고비를 안겨줬다. 20000년 65년만에 재발한 구제역을 시작으로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2010~11년 330만마리가 살처분 된 최악의 구제역이 대표적이다. 양돈업에는 가축 전염병이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각종 규제 강화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었다.

이 같은 위기들을 겪으면서 양돈산업에는 자연스럽게 MSY로 대표되는 생산성이 경쟁력을 대표하는 가치가 됐다. 수입육과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가축 질병 역시 질병 없이 키워 한 마리라도 더 많이 출하해야 한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양돈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과제가 됐다.

그런데 양돈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생산성에만 멈춰 있어서도 안 되는 시대로 진입했다. 기업들이 재무적 성과로 평가받던 시대에서 ESG라는 비재무적 성과로 평가받는 시대로 진입한 것처럼 양돈업도 단순히 MSY 몇 두로 평가할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아니, 생산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이 되레 최근 양돈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만든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ESG를 통해 자본주의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양돈업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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