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ASF 발생해도 돈육 수입 못 막는다
[심층분석] ASF 발생해도 돈육 수입 못 막는다
EU산 지역화 적용…獨, 폴 등 수입 허용
CPTPP 추진 등 검역 장벽 무력화 지속
EU, ASF 확산 위험 고조 속 한시름 놔
유럽 주요 시장 중 韓만 지역화 인정
중‧일에 한국 본보기로 압박할 여지도
  • by 임정은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이 재개된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ASF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가 유럽산 돼지고기에 지역화를 적용, 비 발생 지역에서 생산한 돼지고기는 수입이 가능해진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검역 장벽은 더 낮아지게 됐고 동시에 EU 양돈산업의 입장에서는 안정적 수출을 보장받게 됐다.

■비관세 장벽 무력화=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지정검역물의 수입금지 지역’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를 통해 ASF 비발생 지역에서 검역 관리 조건 하에 수출이 가능한 EU 수출국을 수입허용지역으로 포함시켰다. 이는 EU에 대해 지역화를 적용,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ASF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비발생 조건을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로 따져 수입 허용 여부를 결정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ASF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됐던 독일이나 폴란드산 돼지고기도 비 발생지역에서 생산된 경우 수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독일, 폴란드 외에 이번 개정으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도 한국 수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히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이 재개되는 것 이상의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들과는 FTA가 체결돼 사실상 관세 장벽은 무의미해진 가운데 그나마 남아있는 검역 장벽마저 더 낮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지역화에 구획화 개념까지 인정하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추진 중이다. 비관세 장벽의 무력화 시도가 EU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웃음 짓는 EU 양돈업=올 상반기 기준 EU의 돼지고기가 수출된 나라 가운데 한국은 중국, 일본, 필리핀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었다. 그런데 아마도 한국은 앞으로 더 의미있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독일과 폴란드에서는 12일 기준, 1천198건, 1천448건의 야생 멧돼지 ASF가 발생했으며 양돈장에서도 각각 3건, 14건의 ASF가 보고됐다. 두 나라 모두 ASF 발생 추이를 볼 때 단기간 내 ASF 청정화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는 곧 돼지고기 수출 경기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독일과 폴란드는 EU 내에서도 돼지 사육두수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진 나라들이다. 사료 등 생산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뿐만 아니라 두 나라 모두 ASF로 제3국으로의 수출이 중단된 상태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이번 한국의 지역화 인정은 한국 수출 재개라는 성과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시장에도 지역화를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되고 있다. 실제 독일 양돈협회는 한국의 지역화 인정 소식을 전하면서 시장 구제에 대한 희망이라고 지적하며 EU와 독일의 다른 중요한 돼지고기 수출국에도 한국의 모범을 따르고 수입 금지 해제를 촉구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지역화 인정은 EU 전체로 봤을 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EU에서는 독일을 거쳐 프랑스, 네덜란드 등 ASF 확산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만일의 사태, 즉 다른 주요 수출국에도 ASF가 유입되더라도 한국 수출은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SF 확산에 따른 수출 중단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EU 전체 양돈업에도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이에 EU는 한국 이외에 다른 국가들에도 지역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프랑스와 지역화 인정을 합의한바 있으나 한국처럼 EU 국가 전체에 대해 지역화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지난 7월 EU와 중국의 고위급 경제회담에서도 EU는 지역화 인정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여전히 독일 등 ASF 발생국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도 한국은 EU의 협상력을 높여줄 좋은 본보기가 될 소지가 높아졌다. 이와 관련, 한 시장 전문가는 지역화 원칙은 EU의 교리(독트린)이나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지적하며 한국과 지역화 원칙에 합의한 것은 EU 외교의 큰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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