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Ⅱ특집 ① 프롤로그] 한돈 품질이 소비보다 우선이다
[창간 21주년Ⅱ특집 ① 프롤로그] 한돈 품질이 소비보다 우선이다
아직도 눈으로 출하하는 농장 많아
10마리 중 3마리 이상이 '2등급' 받아
유통업계, 저품질에다 이상육에 불만

지육률 정산 벗어나는게 품질 첫걸음
종돈개량 산자수 중심서 육질도 고려를
소비자 선호 맞게 등급판정제도 개선을
  • by 김현구

최근 국내 육류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대형마트 및 온라인, 정육점을 중심으로 한우부터, 수입 쇠고기, 한돈, 수입 돈육, 닭고기 등 육류 시장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발생으로 국민들은 외부 활동 기피에 따라 가정 내 육류 소비를 늘리면서 현재 육류 시장은 고기 전쟁의 불이 붙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육류 중 단연 한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한돈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한돈 소비가 크게 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코로나 19 이후 육류 소비 변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 지원금 지급을 통해 가정 내 육류 소비를 늘렸다는 응답이 38%로 나타났으며, 이 중 한돈 51.3%, 한우 26.6%, 수입 쇠고기에 10%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한돈 소비의 불안한 요소는 감지되고 있다. 농가와 거래하고 있는 육가공업계는 물론, 최종 소비처인 소비자에서도 한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육가공업계의 경우 농가들의 출하 전 미절식, 구제역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육 발생, 떡지방 등 도축 이후 낮은 품질에 대한 불만이 높다. 또한 소비자들도 과지방 삼겹, 때론 과소 지방, 풍미가 낮고, 돼지 특유의 냄새 등을 제기하는 등 한돈 품질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특히 품질 저하 문제와 아울러 ‘농가-유통-소비자’ 각각 선호하는 한돈 품질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농가들은 성별 출하체중에 맞고 등지방두께가 적정한 돼지를 출하해야 현행 돼지 도체 등급 상위 1+등급과 1등급을 받게 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상위 등급 돼지가 가장 수익을 높여주는 돼지다. 그 비율이 국내 전체 출하 돼지의 66% 수준이다. 이 비율은 10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이런 돼지를 유통업계는 선호하며 그 중에서도 도축 이후 지육률이 높은 돼지, 구제역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육이 없는 돼지를 선호한다.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은 이를 돼지고기로 접하게 되는데 이들은 신선도, 맛, 풍미, 육즙 등 저마다 기호가 다르지만 냄새 없고, 특히 삼겹살의 경우 지방이 적절한 비율을 선호한다.

한돈 품질 기준이 저마다 다른 이유는 정부 정책, 종돈 육질 개량 미흡, 시대적 소비자 선호도 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설켜 있다.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육질 개량을 통한 종돈 보급, 단기적으로는 농가 1등급 이상의 규격돈 돼지 출하를 위한 농가의 노력이 요구된다. 유통업계도 안전하게 돼지를 도축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결론은 수입육 범람 속 한돈농가 및 업계가 반드시 가져야할 인식은 “소비자가 원하는 한돈 품질 제고 없이는 더 이상의 소비 증가는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수입육과 차별화된 한돈 품질이 앞으로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돈 품질의 현 주소=최근 5년간 돼지 등급 판정 결과, 1등급 이상 출현률은 △2016년=63.5% △2017년=63.8% △2018년=63.8% △2019년=64.5% △2020년=66.1%로 거북이걸음만큼 개선되고 있다. 즉 매년 출하 10마리 중 3마리 이상이 2등급 이하의 저품질 돼지가 출하되고 있는 것이다. 한돈 품질이 낮은 원인은 무엇보다 농가들의 출하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상위 등급을 위해 출하 시 체중(암퇘지 115~120kg, 거세 110~115kg)만 맞출 수 있다면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目)측에 의한 출하 및 밀사로 인해 출하시기를 놓치는 농가가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암수 분리 사육, 출하 전 절식 준수, 비육 후기 사료 급여가 필요하나 이를 준수하지 않는 농가들의 출하 품질은 여전히 낮아 한돈 품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다.

■농가 등급제 정산 유도 시급=한돈 품질이 정체된 또 다른 원인은 농가-육가공업계간 돼지 거래 방식에 있다. 등급제 정산이 아닌 지육률로 거래를 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2017년 12월 박피 도축이 중단됨에 따라 탕박 가격이 돼지 정산 거래에 기준 시세가 된 이후 양돈농가와 육가공업계는 한돈 품질 향상을 위해 탕박 등급제 정산 전면 확대를 추진했다. 탕박 등급제 정산은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는 높은 가격을 받는 정산 방법이기에 향후 한돈농가들이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만하다. 그러나 2021년 현재까지도 등급제 정산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농가와 육가공업계간 등급제 변경에 따른 수취 가격에 대한 인식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지급률제 정산 하에서는 한돈 ‘품질’보다는 ‘돈가’가 우선시 되는 속성 사양 관리로 한돈 품질 정체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농가-육가공업계간 등급제 정산 유도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한돈 등급판정, 소비자 선호와 괴리=최근 현행 돼지 도체 등급 판정 제도가 소비자가 원하는 한돈 품질과는 상이하다며, 소비자와 연계된 등급 판정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출하되는 돼지는 모두 1+, 1, 2등급, 등외로 분류된다. 그러나 1등급 이상의 돼지가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일까? 이에 소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높은 가격의 1+등급을 판정 받은 지육이 소비시장에서는 1+등급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다른 등급과 혼합 판매되고 있다”며 “등급 기준이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돼지는 소와 달리 6개월 단기 비육 사육 특성상 개체별 변별력이나 품질 차별성이 미미하여 등급 구분이 현실적으로 어려움 때문으로 정작 소비자들은 이 같은 등급제도에 대해 인식이 거의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현행 등급판정 제도는 소비 시장과의 연동이 미미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이 원하는 돼지가 1+등급 판정을 받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육과의 차별화, 결국 품질이 관건=한돈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돈 품질 정체 현상은 농가 출하돈 품질 관리가 가장 미흡한 원인이지만 한돈산업 전반적인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출하돈 품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각종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종돈 육질 개량이 급선무다. 국내 종돈의 경우 산자수 및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만 개량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지방 함량 등 육질 개량은 다소 등한시 돼 육질 개량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맛, 육색, 마블링 등 소비자에 맞춘 육질 개량이 시급하다.

농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규격돈 출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출하체중만 조절해도 80% 이상이 1등급이 가능한 만큼 1등급 이상 비율이 낮은 농가들은 자동출하 체중 선별기 등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사양관리 측면에서는 사육단계별 사료 급여다. 단계별 사료 급여를 통해 지방이 균일한 돼지 품질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출하 전 절식, 암수 분리 사육 등도 품질 향상에 필수적 조건이다. 이어 돼지 등급 판정 제도 개선 등 정부의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는 등급 판정 개정과 아울러 다산성 모돈 도입으로 변화하는 생산 현장에 맞춘 기준으로 변경돼야 농가와 소비자간 공통분모의 돼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농가들이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정부의 각종 지원이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