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Ⅱ특집⑥] 품질 제고 첫 걸음은 '정부 의지'
[창간 21주년Ⅱ특집⑥] 품질 제고 첫 걸음은 '정부 의지'
등급 판정, 농가-유통-소비자 괴리
한돈 수출 중단 후 품질 정책 無
정책, 품질→생산성→방역으로 이동

삼겹 1등급을 1+등급보다 더 선호
다산성 모돈 맞게 등급 기준 변경을
다양한 인센티브로 품질 제고 유도
  • by 김현구

한돈 품질이 가장 좋았던 호시절은 대일 수출이 활발했던 지난 2000년대 초였다. 한돈업계는 대일 수출 활성화를 위해 농가‧유통업계는 한돈 고품질 생산 및 유통에 힘쓰고, 정부에서도 품질 제고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한돈 품질 제고를 독려했다. 그러나 2000년 3월 구제역 발생 이후 대일 수출중단과 반복 속에 한돈 품질 제고 노력은 동력을 잃으면서 지금까지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대일 수출이 활발했던 당시 정부와 업계, 생산자 모두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한돈 품질 제고에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부는 다양한 품질 장려 정책 보조를 통해 한돈 수출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수출이 중단되고 이후 시간이 지나며 한돈 관련 정책이 ‘품질’에서 ‘생산성’ 위주에서 다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한돈 품질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낮아졌다.

또한 한돈 품질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돈 품질에 대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최근 돼지 도체 판정 등급제 개정 여론이 비등해 지고 있다. 농가-소비자간 추구하는 돼지 품질 기준이 다르기 때문으로 정부가 돼지 품질 표준화에 대한 교통정리 역할을 업계는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고품질 돈육 생산을 냉도체 판정 확대 등 실질적인 한돈 품질 제고에 대한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품질’에서 ‘방역’의 시대로=11년 전인 2010년 돼지고기 육질 등급 1+에 한해 두당 1만원씩 지급되던 ‘품질 고급화 장려금’이 폐지됐다. 이는 품질 장려금 지급이 단순 보상 보조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를 폐지하고 대신 질병근절 사업 등 생산성 제고 사업으로 전환키로 한 이유에서다. 사업 금액은 40억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농가들이 고품질 생산 의욕을 북돋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업이었다.

이 같이 2000년대 초 대일 수출을 바탕으로 한돈의 경쟁력이 높아지자 ‘품질’ 제고를 중심으로 정책이 시행됐으나, 대일 수출이 중단되고 각국 FTA 체결에 따른 양돈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성’ 제고 정책이 시행됐다. 돈사시설현대화 사업 추진이 가장 큰 사례다. 이후 2010년 돼지 330만두를 묻은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양돈 정책이 다시 ‘생산성’에서 ‘방역’으로 전환됐다. 이 같이 정부 정책이 ‘품질→생산성→방역’ 위주로 전환되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품질 제고 정책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졌다.

■돼지 등급 개선이 필요한 이유=돼지 도체 등급 판정제도는 한돈 생산의 기준이다. 2013년 돼지 판정 등급제가 개선되면서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당시 7개였던 돼지 등급을 4단계로 간소화하고, 소비자 중심의 등급 판정으로 개선됐다. 이에 농가들도 돼지 도체 등급 판정에 맞춰 육량 및 등지방두께를 기준으로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변해가는 상황에서 도체 등급 판정이 현재 소비자 기호와 괴리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농가-유통업계-소비자 모두 돼지 도체 등급 판정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철 육류유통수출협회장은 최근 토론회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흑돼지의 경우 2등급 가격이 일반 돼지 1+등급보다 높은 가격 역전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현행 등급 기준이 변별력이 되고 있지 못하다”며 “또한 등급에 따른 소비자의 삼겹살 육질테스트 결과에서도 등급과 소비자의 선호도는 다르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겹 육질(맛)에 대한 평가에서도 1등급이 43.5%로 선호가 가장 높았고, 1+등급(36.9%)와 2등급(16.9%)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단체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돼지등급제가 등급판정의 목적인 소비자의 구매기준 제시와 돼지의 품질향상, 가축개량에 미치는 기여도와 성과가 극히 미흡한 만큼 소비자들이 충분한 유통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등급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최근 다산성 모돈 도입으로 변화하는 생산 현장 상황에 맞춘 등급 기준 변경이 요구된다. 현행 등급 판정 기준에서 도체중 구간대를 넓혀서 농가 출하를 용이하게 하고, 등지방 두께를 차별화 할 수 있다면 최근 소비자 선호가 높은 흑돼지 등의 장점도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이 현행 돼지 등급 판정제도가 농가-유통업계-소비자와 모두 괴리되면서 소비자 중심의 돼지 등급 제도로의 개선을 요구하며, 농가도 현재 변화된 다산 종돈 맞춤형의 판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품질 고취 정책 시행을=서두에 밝혔듯이 한돈 품질의 르네상스 시절은 대일 수출이 활발했던 지난 2000년대 초였다. 결국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됐으며, 여전히 수출길을 ‘구제역’이 발목 잡고 있다. 하지만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 회복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수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 요건은 △지난 2년간 구제역 비발생 △정기적 백신 접종 △구제역 백신 적합성 △지난 1년간 바이러스 부재 증명 △정기적‧신속한 질병 보고 체계 △조기 검출, 예방, 통제 규제 이행 △과학적인 구제역 예찰 실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올 1월까지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정국 지위 획득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이 충족되었다. 매년 5월 개최되는 OIE 총회에서 청정국 지위 획득을 위한 심사를 받게 되며, 결의안이 채택되면 청정국 지위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국 지위 획득 시기는 올 5월보다 서류 보완 및 완숙 기간을 거쳐 내년에 신청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이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이 되면, 다시 수출 확대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검역 체결에서 구제역 청정국은 협정에서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확대 여부에 따라 향후 한돈 품질 제고도 기대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수출 확대를 사전에 대비, 품질 장려 정책 시행을 통해 한돈 품질 제고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한돈 품질 제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 친환경 인증 농장과 같은 한돈 품질 농장 인증 시행도 품질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매년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축산물 등급 판정 우수 농가’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지만 더욱 많은 농장이 참여하고,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종합하면 한돈 품질 제고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정책의 방향이다. 정부의 한돈 품질에 대한 관심이 곧 한돈 품질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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