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③] 어떤 기업보다 사회적 역할‧비중 커
[창간 21주년 특집③] 어떤 기업보다 사회적 역할‧비중 커
기업, 고용‧생산‧제품 통해 사회에 영향
소비자 착한 기업에 지갑 열어…평판 중요

‘생명’ 가치 존중차원 동물복지 더 분발해야
사회 공헌‧근로자 처우 개선 선택 아닌 필수

투명 경영, 신뢰 얻고 가치 높이는 첩경
농가 적자에도 '금겹살' 보도 반복 '답답'

소비자 신뢰…양돈 현실 제대로 알리기부터
양돈 경쟁력‧발전 방안 소비자로 중심 이동을
양돈 미래, 넓게 보고 멀리 봐야 보인다
  • by 임정은

기업들이 ESG의 길로 들어서는 배경에 투자자, 소비자가 중심에 있는 것처럼 양돈업 역시 전 국민적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양돈업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감시는 당연한 일이다. 또 각별한 우리 국민들의 돼지고기 사랑이 양돈업이 연간 7조원 규모의 농업 대표 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만큼 소비자와 사회적 요구에 맞는 새로운 경쟁력의 패러다임을 모색할 때다. ESG 가운데 S(사회), G(지배구조)는 바로 양돈업이 사회, 그리고 소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시각과 지향점을 가져야 할지를 보여준다.

■착한 기업이 곧 강한 기업=ESG 가운데 S(사회)란 기업이 얼마나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 공헌 활동을 포함해서 기업 내부적으로는 근로환경, 평등, 다양성 등이 존중되는지 외적으로는 소비자 보호, 인권, 동물보호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지 까지 평가의 대상이 된다.

최근 착한 가게에 많은 소비자들이 ‘돈쭐’을 내줬다는 기사들 속 사례를 떠올려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좋은 일을 하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며 기업의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착한 기업들에 요즘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사회 공헌은 다양한 형태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도 있다. 비정규직 직원 대신 전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시장성은 없지만 소수자를 위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거나 원료 조달이나 협력 업체와의 관계에서 동반 성장과 상생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등의 노력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 경우 기업의 본래 목적인 이익추구까지 저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에 눈감을 수 없는 것은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 그 이전에 그 제품이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됐는지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서다. 결국 그 기업의 평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하반기 내놓기로 한 K-ESG 지표의 초안 중 S에 해당하는 문항들은△사회책임 경영 정책 △임직원 다양성, 채용 △임직원 교육, 역량 개발 △사업장 안전관련 사항 △인권정책, 교육 △협력사 동반성장 관련 성과 △지역사회 사회공헌 참여 및 활동 △개인정보보호 현황 △사회 부문 법규 위반 등이다. 이를 보면 기업 경영에서 S(사회)의 존재 이유가 보다 명확해진다. 즉 기업이 단순히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주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통해, 생산 활동을 통해, 또 그 제품을 통해 사회에 크고 작은 역할과 영향력을 가진다.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기업도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ESG 중 나머지 G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 있어서 지배구조는 기업이라는 경제활동의 단위를 둘러싼 여러 이해 관계자들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정의된다. 또는 경영 자원의 조달과 운용 및 수익 분배 등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과 이에 대한 감시기능 등을 지배구조라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K-ESG 지표에서 G에 해당하는 항목들을 보면 △이사회 다양성, 활동 △주주권리, 배당 △소유구조 △윤리 경영 및 반부패 △감사기구 관련 △지배구조 법규 위반 등 주주 등 기업의 이해당사자와의 관계가 주된 평가 대상이다. 그런데 기업이 중시하고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 당사자는 주주에 국한되지 않고 직원이나 소비자, 혹은 협력업체까지를 포괄한다. 즉 주주 친화적이면서 종업원 복지에 투자하고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기업이 환영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사회 공헌, 인심 아닌 책임=그럼 양돈업은 어떨까? 앞서 지적했듯이 돼지고기는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먹거리 이자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 자원이다. 한해 양돈업의 생산액만 7조원에 달하며 양돈업 사육 고용 인력만 2만2천명에 달하는데 후방산업까지 고려하면 고용 창출과 생산 유발효과는 농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서의 위치도 무시할 수 없다. 개별 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양돈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기업에 있어서 최종 생산물인 제품 그 이전에 제품이 어떻게 생산됐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 것처럼 양돈에 있어서도 돼지고기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생산됐는지까지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환경과 생명, 건강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양돈업은 계속된 가축 전염병 이슈로 주목받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집약식 사육 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자라게 됐다. 특히 이 같은 사육 방식은 생명이라는 사회 보편적 가치에 비춰봤을 때 양돈업에는 무시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양돈업에 대한 비인도적 사육 방식이라는 낙인은 그 자체로 사회적으로 배척 대상이 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동물 복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현실적으로 동물복지 실천은 쉽지 않다. 동물복지 인증 실태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해 기준 동물복지 양돈장은 19개소로 15년 첫 인증 농장이 탄생한 이후 5년 동안의 실적 치곤 다소 초라하다. 전체 양돈장 중에서는 0.3%에 불과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동물 복지를 실천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높은 생산비에 판로 확보도 쉽지 않은 동물복지 양돈에 선뜻 참여하기란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가치 소비는 더욱 강화될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현실적 이유로 계속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양돈업의 사회 공헌도 더 적극 추진돼야 할 과제다.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은 단순한 기부 그 이상이며 기업의 수만큼이나 그 형태도 다양하다. 그 활동의 면면들을 보면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이며 이를 통해 기업도 지속 가능성을 얻는 길이기도 하다. 양돈업에 있어 사회 공헌은 좁게는 지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늘어나는 냄새 민원은 냄새 저감이라는 근본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한 해결 방안이지만 이와 함께 지역 사회와의 관계 맺기에서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돈업계의 사회 공헌 활동은 중요하다. 더 나아가 지속적인 한돈 나눔 행사나 양돈 업계 차원의 취약 계층 지원 활동 등은 양돈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양돈업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

양돈의 사회적 책임은 양돈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안전한 작업환경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물론 높아진 노동 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처우는 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양돈 현장으로의 우수 인력 유입을 위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책임이자 과제다.

■소비자 신뢰가 곧 경쟁력=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투명경영이다. 기업운영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을 그대로 공개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 직원, 지역사회, 소비자 등 기업 활동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투명한 기업 활동은 그 자체로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도 뒷받침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패션기업 에버레인은 원재료나 운송비 등 세부 단가 즉 제품의 원가를 그대로 공개하는 것을 넘어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까지 제품 제작 전 과정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극단적 투명성을 내건 이 기업은 합리적 가격과 윤리적 공정이라는 평판을 얻었고 기업 가치는 급상승했다.

양돈업에 있어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생산 현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돈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 상당 부분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서 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양돈업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를 형성하는 통로는 언론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00년 1월부터 18년 10월까지 뉴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축산업 관련 키워드들을 살펴본 결과 연간 3천건 내외이던 관련 기사는 구제역이 있었던 11년 2만건까지 늘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당시 구제역을 시작으로 이후로도 언론의 관심은 주로 가축 질병, 분뇨, 폐수 등의 이슈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다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락과 같이 소비자들과 연관이 높은 이슈들도 주로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조명받기 일쑤였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돼지고기 가격은 언론에 더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됐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삼겹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한 때문이지만 얼마나 올랐는지 만 관심이 있는 언론들은 ‘금겹살’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돼지고기를 물가 상승의 주범인양 다뤘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이 오른 만큼 산지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삼겹살은 올랐지만 나머지 부위들은 소비가 안 돼 뒷다리 등 한돈 재고 적체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점 등은 외면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분뇨 무단 방류와 같은 극히 일부 양돈장의 불법적 행위가 국내 양돈장의 평균적 현실처럼 오인되고 공장식 축산 이라는 용어가 담고 있는 비인도적 측면이 양돈의 전부인양 비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부정적 기사들은 그대로 양돈과 축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양돈업에 있어서 기업의 투명경영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진 오해와 그릇된 정보를 바로 잡는 과정이며 이는 한돈뿐만 아니라 한돈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는 일이 될 것이다.

■소비자 친화 양돈으로=양돈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일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양돈산업이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소비자, 종업원 등 기업 활동에 연관된 모든 주체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돈산업에 있어서 양돈농가와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시 주요 이해 당사자이며 그 중에서도 소비자는 한돈의 지속 가능 기반이자 경쟁력의 핵심이다.

때문에 양돈산업이 소비자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냄새 없이 깨끗한 양돈장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안전한 한돈을 생산하는 노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도 모두 양돈산업이 소비자 친화적인 산업으로 거듭나는데 있어서 이제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그러나 그동안 양돈산업 발전 방안 논의과정에서 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못했던 게 사실이며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 품질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의 의견과 취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이지만 품질에 대한 논의 역시 생산자 입장에서 다뤄져 왔다. 지난 19년 농촌진흥청이 돼지고기 소비 트랜드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돼지고기 구입 시 품질 판단 기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주된 기준은 냉장 또는 냉동 여부(73.8%)와 원산지(65.4%)였으며 등급표시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비율은 52.4%로 브랜드(39.6%)와 함께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경험 상 등급이 곧 품질을 보증하거나 맛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인식이 낮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현재 등급제와 관련한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높은 등급을 받느냐이며 이는 농가의 수취 가격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등급제로의 개선은 한돈의 경쟁력을 높이는 또 다른 길이기도 하다.

ESG는 기업에게 이 사회와 세계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함으로써 기업 스스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윤 추구라는 단기적 목표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멀리 보고 넓게 보는 장기적 비전을 품을 수 있도록 해 주기에 가능하다. 양돈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양적성장에 치우쳐 보지 못했던, 미처 돌보지 못했던 소비자와 사회적 가치들을 외면해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더 넓게 더 멀리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 양돈업이 고민하는 지속 가능의 길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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