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때문에 너무 힘들다”…농가 극단 선택
“민원 때문에 너무 힘들다”…농가 극단 선택
전남 보성 농가 민원 관련 유서 남겨
깨끗한 축산 지정 받는 등 환경에 각별
수개월간 민원에다 행정 규제 ‘이중고’
유가족 “반복된 민원에 심적 부담감 높아”
한돈협, 무분별 악성 민원 방지 마련키로
  • by 김현구
이미지 : 한돈협회 제공
이미지 : 한돈협회 제공

전남 보성에서 악성 민원에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한 양돈농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한돈업계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악성 민원, 그리고 지역 사회 냄새 해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돈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전남 보성에서 한 한돈농가가 수개월에 걸친 악의적인 환경 민원과 이에 따른 지속적인 행정규제로 심한 고통과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민원 때문에 너무 힘들다. 가족들한테 미안하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농가는 지난 99년부터 보성군 소재에서 농장을 운영, 한돈협회 지부장을 10여년간 역임하는 등 지역 한돈업계 리더로 활동했다. 또한 매년 지역 사회에 기부 활동을 통해 나눔도 실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주변 이웃과 함께하는 양돈을 위해 농장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곳곳에 조경수와 꽃들을 심고 농장 주변에는 편백나무를 심어 냄새 저감 노력을 지속하는 등 지역 내 농가들과 깨끗한 농장 만들기 캠페인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했다. 이에 일환으로 지난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하는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에다 전라남도에서 지정하는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악성 민원에 산산히 물거품이 됐다. 지난 6월부터 보성군 관계자는 냄새 관련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다면서 7월 이후 농장을 5차례 방문하는 등 농장을 검열, 농가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군 관계자가 찾아와 농장 입구에서 관능법으로 살펴본 결과 냄새가 별로 나지 않은 것으로 조치하면서 돌아갔으나 1주일 후 또 다시 방문해 농장 내부를 촬영하고, 농장 뒤편을 지적한 이후 어느날 일방적으로 전화를 통해 사육두수를 줄이라고 지시했다”며 “이로 인해 고인이 민원으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한돈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비극적인 선택으로 생을 달리한 한돈농가에 깊은 슬픔과 애도의 뜻을 밝히고 이러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악성 민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규제로 인한 유사한 민원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 조성을 통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명서 전문]

한돈산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소중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산업입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냄새민원과 행정규제로 인해 축산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수 십년을 이 땅의 축산업을 지키며, 대한한돈협회 지부장을 10여년간 역임한 헌신적인 한돈농가가 수개월간 이어진 악성민원과 이로 인해 매일 계속되는 무리한 단속과 행정규제를 견디지 못하고 생을 저버리는 상황에 전국 한돈농가들은 깊은 슬픔과 충격, 그리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악성민원에 휘둘리는 지나친 행정규제가 축산업의 기반을 황폐화시키고 있습니다. 죄없는 농민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되거나 방치되어선 안됩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그들의 노력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다시 한번 안타깝게 생을 달리하신 농민 동지께 깊은 슬픔과 애도의 뜻을 전하며, 이러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2023. 07.28

사단법인 대한한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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