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⑤] 사회적 책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야
[창간 21주년 특집⑤] 사회적 책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야
인구 절벽‧수입육 증가…소비 여건 변화
생산하면 소비되던 시대 지나가는 중
환경오염‧전염병 발생, 양돈 미운털 박혀

소비자 생산 단계까지 관심, 근본 변화 요구
환경‧윤리적 책임 이행에 부정 평가 높아
농가는 긍정 자평…소비자와 인식차 커
  • by 임정은

한돈산업에 있어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구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돈산업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양적 성장 중심의 발전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자각과 함께 사회적인 인식도 달라진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돈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소비자들의 시선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식생활에서 중요한 단백질을 생산 공급하는 양돈업의 고유 역할은 인정하지만 분뇨에 의한 환경오염과 냄새 유발, 대규모 가축 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 등에 대해 비판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 양돈업에 대해 사회와 소비자가 최종 소비 단계(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생산 단계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의 기로에선 양돈업=양돈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변화는 산업‧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양돈 시장의 측면에서는 양돈뿐만 아니라 농축산물 시장 전반에 시장 개방의 상수가 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전 사회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가 지금까지처럼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돈업 역시 지금까지의 빠른 소비량 증가세에 기반한 규모화보다는 지금의 소비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한돈의 비중을 늘려갈까에 초점을 둬야 하는 때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고령화는 농촌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양돈을 포함한 농업 농촌의 고령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65세 이상) 비율은 16.5%인데 농촌은 절반 가량(19년 기준 46.6%)이 노인인구다. 고령화 이슈는 소비 시장뿐만 아니라 농업 농촌의 젊은 인력 부족 심화를 전망케 한다. 인력 문제는 생산방식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구조적 변화 못지않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의하고 그 이행 실태를 점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축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시대별로 달랐다. 해방 이후부터 6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늘어나는 육류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확대가 주요 관심사였다. 이에 이 시기에 가축의 개량과 증식을 뒷받침하기 위한 축산법(63년)을 비롯해 ‘가축전염병예방’(61) △축산물가공처리법(62년) △사료관리법(63년) △초지법(1969년) 등 다수의 법령이 제정돼 축산업 진흥을 뒷받침했다.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육류 수요도 빠르게 증가했고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졌는데 70년대 들어서는 석유파동 등으로 축산물 가격 급등락이 발생하며 수급 조절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78년 축산물의 수급조절, 가축개량사업, 사료 원료 안정적 공급 등의 기능을 수행할 축산진흥회가 설립됐다. 그러다 80년대 들어서는 경제 성장과 축산물 수요 증가에 맞춰 축산농가의 전업화‧규모화 현상이 가속화가 시작됐다. 특히 수요 증가와 함께 시장 개방 압력으로 수입 자유화 폭이 확대되는 등 축산물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여건이 변화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수급 불균형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 축산 관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90년대 들어서는 시장 완전 개방에 대비한 축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동시에 90년대 제정된 법률들(△오수분뇨 및 축산 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91년) △동물 보호법(91년) △축산물 가공처리법(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97년)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가축 분뇨에 따른 오염 등 양돈 등 축산업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됐다.

2000년 이후는 분뇨에 의한 냄새와 환경 오염 문제가 더욱 부각, 친환경 축산에 대한 요구가 한층 강화되면서 △악취방지법(04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06년) 등이 제정됐다. 또 가축분뇨 선진화 대책(12년),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 종합대책(14년), 무허가 축사 대책(13년),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 추진대책(16년) 등 2010년 이후로는 축산 관련 정책들이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함께 2000년 이후 구제역, AI 등 악성 가축 전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축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혼란을 야기하고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면서 가축 방역도 환경만큼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13년 축산업 허가제를 비롯해 가축거래 상인 등록제, 차량등록제(12년) 등의 도입과 함께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세부방안(11년) △AI 구제역 재발방지 종합대책(13년)‧방역 개선대책(17년) △구제역 방역대책 개선방안(15년) 등 각종 제도와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가축 방역, 친환경 축산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더욱 강화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양돈업=이 같은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양돈업은 어떤 모습일까? 농경연이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축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속성에 대한 중요도와 만족도 평가 결과를 보면 중요도와 만족도 모두 높은 항목은 △신선하고 품질좋은 단백질 공급 △농가소득 증가 및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 △식품산업 성장 및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 등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축분뇨에 의한 악취와 환경오염 문제 해결 △축산물 안전성 확보 △가축전염병 근절 △축산업 종사자의 준법의식 △공장식 축산 등 열악한 사육환경 및 동물복지 문제 해결 △화학비료 대체를 위한 유기질비료 공급 확대 등 주로 친환경의 관점에서 평가되는 항목들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높은 중요도를 부여하는데 비해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곧 양돈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뿐만 아니라 향후 양돈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소비자 조사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소비자들은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도에 대해 경제적 책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정적(부정/긍정 응답 비중 △시민적 책임=26.7%, 20.5% △경제적 책임=21.3%, 26.5% △생태 환경적 책임=47.8%, 16.9% △윤리적 책임=43.3% 16.5%)인데 비해 생산자는 잘 이행한다는 응답 비중이 50~70%로 소비자와 큰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차이는 생산자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지금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으며 동시에 양돈 등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노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양돈업에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이 같은 부정적 시각도 해소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보다 전 사회적 시선으로 양돈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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