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특집⑥-소비자변화]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 싹 터
[2021 신년특집⑥-소비자변화]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 싹 터
소비자 식품 구매시 건강 최우선 고려
면역푸드 관심 급증‧국내산 선호도 증가
신종V 출현, 환경‧대체육 관심 높아져
  • by 임정은

코로나가 바꿔 놓은 것은 비단 먹거리와 그 시장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먹거리와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에 있을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종식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코로나는 여전히 그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돈소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현재 코로나 상황이 만든 한돈소비의 조건들이 계속될지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으로 한돈소비의 미래를 대비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속에 있을 수 있다.

■건강이 대세가 되다=코로나 이후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건강이다. ‘2020 식품산업 전망 대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뉴스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한 해 동안 식품 구매 요인과 관련한 언급량에서 19년까지는 품질이 가장 많았으나 20년에는 건강이 51.5% 급증해 품질에 비해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요구는 식품 선택 기준에서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식품 선택 기준에 있어서 ‘원산지(국산)’ ‘사회적 책임(공정 거래/동물복지)’ ‘식품안전(HACCP/ GAP)’에 대한 중요도가 꾸준히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를 코로나 시대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코로나확산 1차 위기를 맞았던 지난해 2~3월 면역력 관련 식품 검색량이 전 세계적으로 27% 증가했다. 아울러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식품에 대한 소비가 확산되고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이 생산 및 유통과정 확인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자국산 식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는 것 역시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펜데믹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공통된 변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즉 코로나 펜데믹이 만들어낸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세계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다는 바로 그런 점에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 대체육이 더욱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현상에 우 리 역시 주목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자주 언급되고 있는 ‘원헬스’는 인간, 동물, 자연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원헬스’가 주목되는 것은 ‘사스’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까지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들이 연이어 출현한데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과 동물복지, 더 나아가 기존 축산업을 통해 생산된 육류 대신 대체육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코로나가 키운 대체육=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도축· 가공 작업장 근로자 집단 감염으로 돼지고기 등 육류 공급난을 가져오면서 대체육이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환경 친화적인 동시에 팬데믹 상황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대체육의 가치를 더욱 높인 것이다. 여기다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대체육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미국에서는 대체육 생산업체인 비욘드미트의 지난해 1분기 순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무려 141% 증가했으며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대체육인 ‘옴니포크’의 판매가 급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CFRA는 18년 약 22조원 규모였던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30년 1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농수산식품 유통공사가 식육가공품 구입경험이 있는 500명을 대상으로 대체육에 대한 인지 및 취식 행태를 조사한 결과, 식육가공품 구입 경험자 중 대체육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56.2%로 절반 이상이 대체육에 대해 알고 있었다. 또 이들 중 실제로 직접 취식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절반 가량으로 식육 가공품을 구입해본 소비자 가운데 1/4 가량은 이미 대체육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체육이 낯선 단계는 넘어섰다는 얘기다. 아니 이미 대세로 굳어가는 흐름도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일반 소비자 2천명과 전문가 20명, 그리고 외식환경을 종합 분석해 외식산업의 트렌드를 전망한 결과를 보면 핵심 키워드로 2020년(그린 오션)에 이어 21년(진화하는 그린슈머) 에도 친환경·윤리적 소비에 대한 키워드가 선정됐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09년 50만명 수준이던 국내 채식인구는 지난해 150만~200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인식해 대체육 메뉴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가 아직 진짜 고기를 위협할 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는 분명 건강·환경·동물 복지·지속 가능성과 같은 가치들을 한발 짝 더 우리 사회로 끌어들였다. 코로나 이후 주목해야 할 진짜 변곡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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