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폐업보상금~ ‘오비이락’?
[칼럼] 폐업보상금~ ‘오비이락’?
돈육 수입 급증…FTA 피해 인정
ASF 이후 폐업 발언 꺼림직 해
  • by 김오환

우리에게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익숙한 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다 다. 공교롭게도 어떤 일이 같은 때에 일어나 남의 의심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필자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무에 앉아 있는 까마귀가 그냥 날아갔는지, 아니면 누군가 돌을 던져 까마귀를 쫓아냈는지가 첫 번째 의문이다. 까마귀가 흉조라는 인식에서다. 두 번째는 나무에 달려있는 배의 상태다. 배가 건실한 밴지, 아니면 벌레가 갉아먹어 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운명의 밴지. 또한 까마귀를 쫓아내려고 던진 돌에 배가 맞아 떨어졌는지. 이런 가정에도 이 성어의 분명한 사실은 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땅에 떨어진 그 배가 흠이 없더라도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배는 먹지 못하고 버릴 것이다. 좀 과장되게 추론하면 까마귀는 힘깨나 쓰는 권력자고, 배는 힘없는 민초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비슷한 양상이 양돈과 관련된 정책으로 발표됐다. 최근 농축산부가 돼지고기를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 및 폐업지원금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필자가 기자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축산물, 특히 돼지고기가 이에 포함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데다, 직불금도 줘야하고 폐업비용도 줘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축산부가 돼지고기를 여기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로써 농축산부가 최종적으로 돼지고기를 선정하면 19년도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급할 경우 일반농가 3천5백만원, 법인 5천만원이 최대치다. 지난해 돈육 수입 증가로 양돈 손실을 조금이라도 보상해주니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문제는 폐업보상금이다. ASF 이후 경기강원북부 지역에 폐업보상금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이를 내놔서다. <http://www.pig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736 기사참조>

사실, 폐업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고 아픔이고 시련이다.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상황에서 고려하지, 지푸라기라도 잡을 힘이 있으면 막판까지 견딜 것이다. 아니면 권리금이라도 받고 타인에게 넘길 것이다.

그런 폐업을 돼지 값만 받고 (정부에)넘기는 농가는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분뇨 사료 방역 등 농장 시설 및 장비 값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또 폐업보상금으로 빚도 청산하지 못한 농가도 없지 않을 것인데 폐업을 신청한다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 

물론 방역이나 냄새 등 환경에 미흡하고 생산성이 낮은 농장의 폐업은 권할 만하다. 또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농축산부의 ‘양돈업 FTA의 피해 인정’으로 폐업보상금을 주겠다는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처럼 묘한 기분이다. 정부에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양돈산업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측면이 어마어마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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