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규모는 작아도 경쟁력은 '선진국 수준'
[농장탐방] 규모는 작아도 경쟁력은 '선진국 수준'
생산비 kg당 3,300원 기록
150마리 모돈서 3천두 출하
육성률 95%, 160일령 출하

자돈사 수세 및 소독 철저
호흡기 질병 안정화 유지
이유 성적 따라 모돈 도태

‘피그-온’ 통해 현장서 입력
기록 관리 수월해 생산성 업
내실 더 강화, 최고 농장 ‘꿈’

전북 임실 청웅면 ‘21농장’
  • by 김현구
인터뷰 당시 폭설로 현장 취재를 함께하지 못한 기자에게 다음날 이명훈 대표는 양돈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이 대표는 '작지만 강한 농장'을 일구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인터뷰 당시 폭설로 현장 취재를 함께하지 못한 기자에게 다음날 이명훈 대표는 양돈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이 대표는 '작지만 강한 농장'을 일구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전북 임실에 작지만 강한 양돈농가가 있다는 소개를 받았다. 특히 현재 생산비 kg당 3천300원을 기록하면서 최근 돈가 폭락에도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솔깃한 제보에 17일 아침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그를 만나러 서울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눈발이 거세지더니 전북 전주 근방에 폭설이 내렸다. 큰 도로에는 제설이 한창이었지만 임실로 들어서자 지방 도로에는 눈이 쌓여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였다. 결국 농장까지는 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그와 통화하고 임실 읍내 한 까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까페에는 폭설이 내려 손님도 없고 고요했다. 도착해 10분 쯤 기다렸을까? 조용한 까페 문을 열고 한 젊은 청년이 밝게 웃으면서 들어섰다. 첫 눈에 오늘 만나기로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와 반갑게 첫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하고 본격적인 얘기를 나눴다.

그는 전북 임실에 모돈 150두 규모의 ‘21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훈’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가 20년 동안 운영한 양돈장에 2012년부터 참여, 올해 양돈경력 8년차라는 것. 경력을 보면 양돈 새내기에 불과했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말을 들을수록 양돈 새내기가 아닌 양돈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이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해 중소가축분야 돼지 분야를 전공했다한다. 졸업 후 24살 한창 나이에 바로 양돈장에 들어가 20대 전부를 양돈장에서 보냈다. 즉 그는 유년 시절부터 양돈장을 돕고, 대학 전공도 양돈 분야를 이수하면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준비된’ 양돈인이었던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와 같이 양돈장을 운영했지만, 아버지가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부터 외국인 직원 1명과 함께 양돈장을 운영하며 본격적인 양돈인으로 거듭났다.

기자는 ‘21농장’을 ‘강소농(작지만 강한 농장)’이라는 소개를 받고 왔기 때문에 양돈장 성적 및 사양 환경이 매우 궁금했다. 하필 오늘 내린 폭설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스마트폰으로도 양돈장 사진 및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전산프로그램 ‘피그 온’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성적 보고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보고서에는 농장의 현황 및 각종 데이터가 보기 좋게 입력돼 있었다. 상시모돈 150두에 작년 출하두수는 3천4두, 따라서 MSY는 20두로 추정됐다. 그리고 FCR(사료요구율)은 3.1, 육성률은 95%, 평균 출하일령은 160일 수준이었다. 보고서를 분석했을 때 이 농장은 사료요구율 및 육성률이 높고, 출하일령도 전국 평균 200일(한돈팜스 기준)보다 현저하게 낮아 생산비가 매우 낮은 농장이었다. 생산 단가를 분석했을 때 kg당 3천300원으로 추정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해 평균 돈가가 3천779원으로 6년 만에 3천원대로 하락했음에도 생산비가 낮아 수익을 본 것이다. 양돈 성적 및 생산비로는 전국 1%의 양돈장으로도 손색없었다.

성적 및 생산비 저감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는 “양돈장 운영을 하자마자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이 백신프로그램 조정 및 소독이었다. 특히 자돈사에 대한 수세와 소독을 철저히 했다”며 “이후 양돈장 내 흉막폐렴 등 호흡기 질병이 안정화되면서 육성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돈 도태 시기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후보돈 도입비 등 가축비는 생산비 중 사료비 다음으로 높은 부분을 차지, 모돈 도태 시기가 생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는 “고산차에도 이유두수가 높은 모돈의 경우 도태시기를 늦추고, 이유두수가 낮은 모돈은 저산차에도 도태시기를 앞당겨야한다”며 “우리 농장의 경우 16산차 모돈 경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는 양돈장 운영 철학을 ‘도태의 미학’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농장 내 모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이 대표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양돈 운영 초기부터 전산 기록 관리를 철저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의 프로그램은 입력하기도 어렵고, 입력 시기를 놓쳐 기록을 입력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 같이 전산 기록 관리를 철저히 했지만 불편함을 느껴 알아보던 중 모바일의 기동성을 바탕으로 모돈 기록을 현장에서 바로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출시됐다는 소문을 듣게됐다. 이에 사료를 거래하는 선진 지역부장에 문의, 프로그램을 접하고 사용 방법을 숙지한 후 농장에 적용했다한다. 이 프로그램은 바로 모바일 버전 ‘스마트 피그 온’이다.

그는 “기존에는 장부에 먼저 작성한 후 나중에 장부를 바탕으로 전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관리되어 왔으나 이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바로 입력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고 실시간으로 생산성적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효과적인 농장관리가 가능해 농장 상황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어 생산비 저감에 큰 효과를 얻고 있다”고 편리해했다. 기록 관리를 바탕으로 양돈장 운영은 더욱 효율적으로 변화됐고 근무시간도 하루 5~6시간으로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피그온 화면
스마트 피그온 화면

이렇듯 20대 양돈초보가 8년 후 양돈고수로 거듭나기까지의 비결은 다름 아닌 기본과 원칙을 지킨 사양관리, 그리고 기록 관리를 통한 문제점 개선 노력 등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봤을 때 굳이 특별한 비결을 꼽자면 인터뷰 내내 느껴진 젊은 양돈인의 양돈을 바라보는 바른 마음가짐이었다.

이 대표는 “8년간 양돈장에 있으면서 명함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바깥에 나갈 일이 별로 없을뿐더러 밖에 있는 것보다 쉬더라도 농장에서 쉬는 게 좋았다. 또한 모돈 150두 농장으로 크지 않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큰 욕심은 없다. 현재 가축사육제한거리 때문에라도 규모를 더 늘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규모보다는 내실 위주 경영을 통해 앞으로 계속 양돈장을 운영하고 싶다. 양돈장에서 은퇴할 수 있도록 농장의 내실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작지만 강한 농장이 많을수록 한돈산업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돈산업의 거대한 규모화 물결 속에서 내실을 강화하는 작은 농장들의 활약을 더욱 응원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또한 최근 가축사육 거리제한 때문에 실력 있는 젊은 양돈인들이 제도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때문에 고령화되고 있는 한돈산업에서 양돈 후계자 양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각종 규제 완화가 절실, 젊은 양돈인들이 마음껏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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