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경쟁력 비결요? 교과서적인 양돈이에요"
[농장탐방] "경쟁력 비결요? 교과서적인 양돈이에요"
19년 생산비 3,200원 달성 ‘화제’
2년 후, 실질 생산비는 더 낮춰
작년 MSY 24두, FCR 2.7 기록
출하‧육성률에 초점, 밀사 최대 방지
모돈 갱신율 높여 산자수‧포유능력↑
高생산성低생산비 사육 시스템 구축
“생산비 급등 위기 경쟁력으로 극복”

전북 임실 ‘이일농장’
  • by 김현구
▲전북 임실 '이일농장'의 이명훈(왼쪽), 이창훈(오른쪽) 형제는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농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북 임실 '이일농장'의 이명훈(왼쪽), 이창훈(오른쪽) 형제는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농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년 만에 전북 임실에 있는 ‘이일농장’을 다시 찾았다. 이 농장은 기자가 지난 2019년 한돈 평균 가격(3천779원) 급락 속 그해 두당 평균 생산비가 kg당 3천200원을 실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농장의 근황이 궁금했다. 기자 또래의 10년차 초보 돼지농사꾼이 최근의 고생산비 위기를 어떻게 잘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랜 만에 반갑게 연락을 하고, 농장이 있는 전북 임실군 청웅면에서 그를 만났다. 농장에 도착해 연락하자 잠시 후 이명훈(34세) 이일농장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MZ세대 답게 개성있는 모자를 눌러 쓰고, 돈사에서 일을 하다가 나온 모습이 양돈을 즐기는 천상 양돈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젊은 한 친구를 기자에 소개했다. 이 대표는 그를 친동생이라고 소개했다. 동생 이창훈 실장은 형과 같이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합류한 지 이제 1년이 됐다한다.

2년 전 그는 양돈 현장의 가장 큰 문제로 외국인 노동자 인력 수급이 앞으로 양돈장 운영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걱정했었다. 양돈장 현실상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농장 경험이 풍부하고 농장에서 오래 지낸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 농장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 이에 이 대표는 “친동생도 양돈 계열화업체에서 양돈을 배우고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동생에게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형제가 함께 같을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매우 든든하다”고 화색했다.

반가운 인사를 마치고 이 대표와 동생과 본격적으로 현재의 고곡물가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2년 전 양돈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kg당 생산비 3천200원은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사료비가 계속 오르면서 생산비도 비례적으로 늘게 됐다. 지난해 kg당 생산비는 산출하지 못했지만, 생산성이 2년 전보다 올라 실질 생산비는 더욱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눈에 보이는 명목 생산비는 사료가격 인상에 따라 상승했지만, 생산성적 향상에 따른 실질 생산비는 2년 전보다 줄었다는 것. 이에 이 농장의 생산 성적이 너무 궁금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선진 사료 전산프로그램 ‘피그 온’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지난해 성적 보고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보고서에는 농장의 현황 및 각종 데이터가 보기 좋게 입력돼 있었다. 상시모돈 150두에 작년 출하두수는 3천608두, 따라서 MSY는 24.1두로 추정됐다. 또한 복당총산자수는 12.2두, 생존산자수는 11.3두, 복당 이유두수는 10.5두로 이유 후 육성률은 95%에 달했다. 기자에 관심이 끄는 부문은 사료요구율과 평균 출하일령. FCR(사료요구율)은 2.72, 평균 출하일령은 160일 수준이었다. 생산 성적을 봤을 때 이 농장은 사료요구율 은 전체 한돈농가 평균 3.3(추정)보다 크게 낮고, 출하일령도 전국 평균 200일(한돈팜스 기준)보다 현저하게 빨라 최근 고곡물가 시대 경쟁력 높은 농가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에 더욱 대단한 것은 2년 전보다 성적을 또 다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사료요구율의 경우 3.0에서 2.7로 0.3을 개선, MSY도 20두에서 4두 늘었다.

이 같이 고곡물가 시대, 이일농장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생산성 저생산비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이 대표는 ‘교과서적인 양돈’을 비결이라고 꼽았다.

이명훈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 졸업 이후 24살에 양돈장에 뛰어들며, 가장 기본적이고 교과서적인 양돈 환경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농장은 특별할 것 없는 작고 오래된 농장이지만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서 운영하시기 편하게 만들어온 농장이라 오래된 농장치고는 작업 환경이 불편하진 않은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직접 맡아서 운영한 뒤부터 신규 투자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확실히 검증되고 성적향상에 도움 되는 투자만 조금씩 하고 있다”며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생산 성적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 목표를 출하두수와 이유육성률에 초점을 맞췄다”며 “꾸준히 목표한 두수가 출하되고 이유 후 죽는 돼지가 적어 농장에는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장 약점으로 분석되고 있는 모돈 번식성적 향상을 위해 거래하는 선진 사료 회사의 전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 문제점으로 지적된 모돈 교체시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고산차에도 이유두수가 높은 모돈의 경우 도태시기를 늦추는 등 우리 농장의 경우 16산차 모돈 경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선진의 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전체 모돈 갱신율을 기존 20%에서 35%까지 개선해 전체적인 모돈의 산자수 및 포유능력을 끌어올려 복당총산자수도 2년 전에 비해 증가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밀사 방지가 농장 사양 관리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밀사’는 양돈장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밀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유 후 돼지들을 그룹별로 관리하고 있다. 이유 시기가 다른 돼지들과 합사를 하지 않으며, 출하시기도 그룹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계획적인 사육과 출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간적인 밀사 개념을 차용, 사료와 물 급이기 개수에 맞게 돼지들을 입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돈의 경우 사료 급이기당 최대 25두를 넘지 않도록 돼지 숫자를 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돼지들이 환경적인 불편함 없이 사료와 물을 먹고, 고루고루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동생과 본격적으로 현재의 고곡물가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명훈, 이창훈 형제와 현재의 고곡물가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그에게도 남들이 모르는 걱정을 기자에게 토로했다. 앞서 모든 부문에서의 성적은 개선되고 있으나, 3년간 유독 변하지 않는 부문이 있다. 바로 상시 모돈 사육두수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돈 두수는 150두로 동일하다. 이 점이 바로 이일농장의 딜레마다.

그는 “현재 양돈장 운영에 가장 큰 애로점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보는 시선이다. 특히 지역 조례로 사육제한구역을 묶어 버린 문제는 기존의 농장을 개선할 여지조차 주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쓴소리 했다. 이에 따라 한돈산업 대형화‧규모화 추세 흐름에서도 규모 확장보다는 내실 강화를 통해 강소농(强小農) 실현에 만족해야하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아버지가 이 동네 토박이여서 주민들로부터는 민원이 없지만 가끔 직선거리로 4km 이상 떨어진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명절같이 주민들의 가족이 상경하면, 가족들의 민원 발생으로 양돈하는게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고충을 밝혔다. 이에 다른 지역에 새로 운영 할만한 농장도 알아보고 있으나, 다른 지역도 민원 문제 등 환경문제는 마찬가지여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와 동생, 형제는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양돈을 실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는 “현재 양돈장 냄새를 줄이기 위해 유산균과 안개 분무기, 그리고 액비순환시설 설치로 냄새 저감을 실현하고 있다”며 “특히 장기적으로 농장 주변에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 농장 주변을 정리하면서 밖에서 보기에 ‘이게 양돈장 이었어’라는 말이 들릴 수 있도록 환경 관리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문제를 아버지부터 대를 이으며 거래하고 있는 파트너 ‘선진’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어 든든한 조력자가 곁에 있다고 뿌듯해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양돈 10년 째, 양돈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수도 많았다. 그러나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지금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한다면 분명 준비된 자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며 “모돈 150두 규모에서는 국내 최고의 양돈장으로 우뚝 솟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경쟁력을 통해 이겨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동생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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